[사진='사냥의 시간' 스틸 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사진='사냥의 시간' 스틸 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엔터미디어 정미선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제56회 백상예술대상 후보에 선정됐다.

무려 두 작품이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TV 부문 작품상과 예술상 최종 후보,

지난 23일 공개된 '사냥의 시간'의 배우 이제훈과 박해수가 각각 영화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과 남자신인연기상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블랙 미러' 시즌 4 ‘악어’ 편이 서울 드라마어워즈 2018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은 적은 있지만,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국내 메이저 예술상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백상예술대상은 지난 1965년 한국 대중문화 발전을 위해 제정된 종합예술 시상식으로, 1년간 상영 혹은 방영된 영화와 TV 프로그램 중 가장 뛰어난 작품에만 트로피를 수여한다. 영화 부문에서는 청룡영화상 및 대종상과 함께 한국 3대 영화상으로 꼽히고 있으며, TV 부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킹덤'과 '사냥의 시간'의 백상예술대상 노미네이트는 2017년 영화 '옥자'를 기점으로 한 넷플릭스의 꾸준한 한국 콘텐츠 투자가 대중은 물론 국내 평단에도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 영화 '로마'는 베니스국제영화제와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주요 상을 받았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과 '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스 대표 시리즈는 지난 몇 년간 에미상과 미국 배우 조합상 트로피를 휩쓸었다. 여기에 '이카로스'와 '아메리칸 팩토리' 등 오리지널 다큐멘터리들의 아카데미 시상식 다큐 부문 4년 연속 수상까지, 넷플릭스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계 유명 시상식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백상예술대상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킹덤'과 '사냥의 시간'이 각각 한국 드라마와 영화로서 쟁쟁한 국내 작품들과 자웅을 겨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킹덤'의 해외 인기에는 주인공들이 쓴 각양각색의 갓이 화제가 되는 등 외국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한국의 멋’이 한몫했다. 반면 한국 시상식은 상황이 다르다. 국내외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국내산 콘텐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사진='킹덤' 스틸 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사진='킹덤' 스틸 컷/ 사진 제공=넷플릭스]

백상예술대상이 가장 한국적인 작품을 뽑는 시상식은 아니다. 하지만 '킹덤'은 조선 시대에 대한 정교한 고증을 바탕으로 새로운 조선을 창조한 것으로 호평받고 있으며, '사냥의 시간' 역시 경제적으로 망가진 가상의 한국 및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콘텐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넷플릭스의 행보는 우리가 지켜봤던 해외 방송사 및 영화 스튜디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해외 대형 콘텐츠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전 세계를 할리우드 콘텐츠의 수출 시장으로 여겨왔다. 반면, 넷플릭스는 좋은 이야기가 세계 어디서나 나오고 어디서든 환영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넷플릭스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국적이나 장르가 아닌 ‘훌륭한 스토리텔링’ 자체를 보고 투자한다. 또한 제작이 결정되면 창작자의 창작 의도를 존중함은 물론, 이를 적극적으로 살릴 수 있는 제작 환경을 지원한다.

'킹덤'과 '사냥의 시간' 백상예술대상 노미네이트로 넷플릭스는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고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것이 일회성의 우연한 성과가 아닌, 단단한 콘텐츠 제작 철학에 기반한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사실. '보건교사 안은영', '스위트홈' 등 넷플릭스가 선보일 다채로운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의 향연을 더욱 기대해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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