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KB·우리·하나, 코로나19에도 1분기 실적 ‘양호’
기업여신 증가로 이자이익 안정적인 증가세 보여
순이자마진 하락, 건전성 악화로 이자이익 확대 ‘부담’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여신 증가로 이자이익이 안정적인 증가세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비이자이익에서 금융지주 실적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0%대의 기준금리로 순이자마진은 하락하고, 정부의 초저금리 긴급대출은 금융사의 건전성을 악화시켜 무리한 이자이익 확대는 금융지주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총 당기순이익은 1조77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8756억원보다 1.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 보면 ‘리딩 금융’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 9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고, KB금융의 당기순이익 729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나 줄었다.
지난해 1분기까지 신한·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727억원 차이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양사의 격차는 2029억원까지 벌어졌다.
하나금융은 1분기 순이익 65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보다 20%나 증가했고,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순이익 518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9%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의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지주의 양호한 실적은 안정적인 이자이익이 견인했다. 이자이익의 증가세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정부의 정책적 대출 지원이 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기업여신이 증가한 영향이다.
KB금융은 이자이익에서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KB금융의 이자이익은 234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뒤를 이어 신한금융이 2003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5% 증가했고,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은 각각 0.5%, 0.1%씩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지주의 이자이익 증가세가 2분기 이후까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중순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준금리를 현재의 0.75% 수준으로 0.5%p 하향 조정했다. 사상 첫 0%대 기준금리에 진입하면서 순이자마진(NIM) 감소로 인한 금융지주의 본격적인 이자이익 감소는 2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지원책도 앞으로 금융지주 실적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행의 초저금리 긴급대출은 상대적으로 저신용자 등에 대출을 공급해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향후 2년 동안 해당 은행이 커다란 신용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4대 금융지주는 무리한 이자이익 확대 대신 건전성 유지와 함께 전략적으로 비이자이익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한금융과 KB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도 비이자익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KB금융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3928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무려 36%나 급감했다. 만약, KB금융이 전년 동기 수준의 비이자이익을 유지했다면,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에서 신한금융을 앞설 수 있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1분기 이자이익이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1분기 비이자이익은 314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16% 증가했다. 우리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비이자이익이 가장 낮지만 금융지주 전환 이후 비이자이익과 비은행이익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밖에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비이자이익이 각각 11%씩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인한 실물 경제 위축은 2분기부터 금융사에 본격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기준금리 인하로 NIM이 하락 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사들은 비이자이익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