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꾸지 않는 '드림하이'의 문제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드라마 공감] '드림하이' 시즌1은 2018년 그래미 어워드를 휩쓴 한국이 낳은 초특급 스타 K라는 존재를 세워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즉 현재 시점에서 누가 K로 성장할 것인가가 이 드라마의 동력을 만들어냈다. 꿈을 먼저 세워두었기 때문에 현재 시점의 초라한 캐릭터들은 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강력한 욕망을 갖게 된다. 집안이 몰락해 성악을 접고 가수를 준비하는 고혜미(수지)나, 재능은 있으나 실력을 숨긴 채 깡촌에서 살아온 송삼동(김수현), 아버지로부터 조용히 살 것을 종용받는 사생아 진국(택연), 그리고 뚱뚱한 외모의 김필숙(아이유). 이들이 어떻게 변신하고 성장하며 꿈을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은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었다.

하지만 '드림하이' 시즌2에서는 시즌1이 초반부터 제시했던 꿈이 보이질 않는다. 초특급 스타 K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아이돌 스타인 JB(제이비)나 리안(지연)은 스타로서 보는 이들에게 판타지를 주는 그런 인물들이 아니다. 둘 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는 있지만 그에 상응하는 실력이 없는 인물들이다. JB는 표절가수이고 리안은 발연기 아이돌이다. 이들은 꿈을 꾸기보다는 현실에 숨막혀 한다.

미래의 가수를 꿈꾸는 기린 예고의 유진(정진운)과 해성(강소라) 역시 현실에 찌들어 있는 건 마찬가지다. 유진은 실력은 있으나 인정을 받지 못하고, 해성은 실력도 없이 꿈만 꾼다. 어느 정도의 현실이라야 성장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될 텐데, 너무나 무거운 현실 속에 질식된 인물들에게 미래나 꿈을 발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학교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기린 예고가 아니다. 떨어진 간판이 슬쩍 유머로 보여주듯 이 학교는 '구린 예고'다. 학교마저 이런 상황이니, 이 아이들이 꿈을 꿀 수 있을까.

오즈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이강철(김정태)이 기린 예고 이사장이 된다는 설정은 학교에서마저 어두운 현실을 드리운다. 그는 학생들을 성장시키려는 게 아니라 문제가 있는 학생으로 지목해 잘라내려 한다. 선생들은 거의 대부분 자포자기 상태다. 그나마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숨통을 틔게 하는 양진만(박진영)은 선생이라기보다는 백수에 가깝게 그려진다. 교장 주정완(권해효)은 사람은 좋으나 꿈은 사라진 선생이다. 선생들마저 이런 캐릭터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탈출구가 보일 리 없다. '드림하이' 시즌2에서 꿈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상황 설정에서부터 캐릭터, 이야기 소재까지 복합적이다.

'드림하이'는 사실 기획에서부터 드라마가 가진 본연의 매력만으로 승부하기는 어려운 드라마다. 즉 연기력이 일천한 진짜 아이돌들이 출연한다는 것이 하나의 포인트이기 때문에 이들에 적합한 스토리 라인이 필요한 드라마라는 얘기다. 시즌1은 이러한 한계를 마치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형식을 드라마 속으로 끌어오면서 어느 정도 넘어설 수 있었다. 가수들의 무대는 '꿈'이라는 동력과 맞물리면서 드라마 속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장드라마를 그려냈다.

하지만 꿈이 사라진 '드림하이' 시즌2는 아이돌이나 학생들이 서로 부딪치고 갈등하는 장면들이 반복되고만 있는 상황이다. 마치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신경증적인 현실만을 반복해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중간 중간 삽입되는 노래들은, 그것이 사실상 이 드라마의 강점이 되어야 하지만, 그다지 힘을 느끼기 어렵다. 때론 뜬금없는 뮤지컬이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 같은 인상이 드는 건 노래와 스토리가 서로 시너지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언제쯤 기린 예고 아이들이 꾸는 꿈을 볼 수 있을까. 대책 없이 명랑한 듯 보이는 캐릭터들에게서 희망보다는 적당한 자포자기를 보게 되는 이 스토리 설정 속에서 '드림하이'라는 드라마의 매력을 발견하긴 어렵다. 물론 그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실체이자 현실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아이돌이 등장하는 '드림하이'를 가지고 르뽀를 찍을 필요는 없다. 그것은 이 드라마의 강점을 없애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그러하듯이 '드림하이'는 현실을 폭로하기 보다는 제목처럼 꿈을 꾸게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그 꿈은 언제쯤 볼 수 있을 것인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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