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통해 다시 확인한 비의 남다른 노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가수 비(정지훈)가 지난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활발히 활동하던 2000년대 20대 시절에는 흔한 일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노출이 덜한 최근 들어서는 오랜만에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 벌어졌다. 16일 MBC 예능 <놀면 뭐하니?> 유재석의 혼성 그룹 결성 프로젝트에 등장하면서 비롯됐다. 역대급 드라마 JTBC <부부의 세계>가 종영하는 주말이었지만 다음 날까지 더 뜨거웠던 화제는 비였다.
<놀면 뭐하니?>는 비의 3년 전 발표곡 <깡>에 대한 최근 온라인상에서의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요소와 콘텐츠) 현상을 집중 조명했는데 이에 대중들이 열렬히 반응했다. ‘1일 1깡’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깡> 밈은 <깡>과 관련해 대중들이 새로운 패러디 콘텐츠와 신조어를 만들고 댓글로 즐기는 현상인데 사실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 성격이 강했다.
<깡>의 가사 내용이나 뮤직비디오 장면, 무대 퍼포먼스 등에 관해 비판적인 관점에서 놀리고 즐긴다. 그런데 비가 이를 함께 즐기는 쿨한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자 호감 여론이 급증하고 <깡> 밈은 호의적인 분위기로 많이 전환됐다.

비는 “왜 1일 1깡이냐 3깡 정도는 해달라”며 자신도 즐기고 있다고 밝히고 ‘(귀여운) 꾸러기 표정 금지’처럼 비의 문제점을 꼬집어 불편할 수도 있는 내용의 팬 작성 ‘시무 20조’에 대해서도 자신이 해낼 수 있는 것을 찾아보고 타협하는 시간을 갖는 등 긍정적으로 어울렸다.
유재석이 “<깡> 춤이 예전 비 춤처럼 멋지게 봤는데 요즘 분들에게는 약간 신기했던 모양”이라며 비를 의식해 조심스럽게 말하자 비는 “신기한 거보다는 별로였던 것”이라며 자기 평가에서는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냉정했다.
사실 밈 현상은 <깡>의 일부분들을 ‘과잉’으로 느낀 이들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비는 <깡>에서 힙합의 트랩을 음악적으로 시도하면서 힙합 문화인 스웨그(과시)도 가사와 뮤비 연출, 퍼포먼스 등에 가져왔다.

‘왕의 귀환’ ‘나, 비 효과’ ‘매니저의 전화기는 조용할 날 없네’ ‘난 꽤 많은 걸 가졌지’ 등의 가사와, 거들먹대는 표정과 몸짓은 힙합 전문 가수가 아닌 비에게는 과해 보일 수 있었다. 2000년대 남자 솔로 댄스 가수에게 요구되던 ‘무대를 부숴버리는’ 카리스마도 비는 지키려 했는데 이 역시 밈을 부추겼을 수 있다.
각진 꺾기의 파워풀한 춤, 카메라 정면으로 바라보기 등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무대 퍼포먼스가 유행하는 최근 대중들에게는 넘쳐 보일 수 있기 때문. 거기다 <깡>은 음악적으로도 격한 힙합 비트에서 갑자기 발라드로 전환되는 등 대중들에게는 익숙하지 않게 느껴질 요소들이 적지 않아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밈으로 폭발하게 된 듯하다.
연예인이 이런 부정적인 밈에 빠지면 좀처럼 탈출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비는 <놀면 뭐하니?> 이후 주가가 양전환된 추세다. 밈에 대한 쿨한 태도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누구나 조롱이나 희화화를 시원하게 받아들인다고 호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비가 지닌 남다른 장점이 힘을 보탰다.

노력과 실력이다. 스타라면 누구나 노력하고 실력이 있겠지만 비는 노력과 실력에 있어 남다른 면모를 보여왔다. 비는 <놀면 뭐하니>에서 활동 시기도 아닌데 완벽히 관리된 모습을 보여줬다. 앉아 있을 때는 남다른 팔근육으로, 얼굴을 비출 때는 군더더기 없는 턱선으로 따로 방송에서 챙겨 조망해주지 않아도 평소 자기 관리에 얼마나 성실한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연습실로 옮겨 <나쁜 남자>를 시작으로 <깡>까지 자신의 히트곡 퍼포먼스를 연달아 보여줄 때도 그랬다. 흐르는 땀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최선 다해 남김없이 쏟아내는 모습은 비가 과거에 차원이 다른 노력으로 톱스타에 올라선 입지전적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다. 최선을 다한 노력은 부정적인 시각을 정화하는 힘이 있다.
히트곡 연속 퍼포먼스에서 오랜만에 확인시켜준 춤 실력도 여전히 비를 최고의 댄서로 인정하는 온라인 여론이 이어지게 만들었다. 특히 <나를 돌아봐>에서는 원곡 가수 듀스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비 춤만의 매력을 도드라지게 보여줬는데 이 순간 <깡> 밈과 관련된 온라인상의 글들은 ‘멋지다’를 연발하며 긍정이 넘쳤다.

부정적인 밈의 극복에는 김태호 PD의 역할도 크다. 이날 <놀면 뭐하니?>는 비가 <깡> 밈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이어 최대 장점인 노력과 실력을 드러나게 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최적화된 구성과 연출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조롱과 희화화를 긍정적인 코드로 바꾼 주인공은 비 본인이다. 불편할 수도 있는 내용들을 피하지 않고 유쾌하게 마주 서고, 오랜 시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실력을 쌓아온 스스로가 가져다 준 선물이다. 긍정적 태도, 노력, 실력...원래 위기 극복의 흔한 해결책들이다.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하기는 쉽지 않아서 그렇지.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