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금리 시대 금융지주 비은행 및 해외사업 강화 나서
해외법인 순이익 1위 하나금융, 2위 신한금융과 ‘손잡아’
KB금융, 캄보디아, 미얀마 등에서 적극..‘리딩금융 탈환’ 잰걸음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및 해외시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한금융지주가 하나금융지주와 해외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약을 맺으면서 향후 ‘리딩금융’ 자리 수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반면, 4대 금융지주 중 해외법인 수익성이 가장 취약한 KB금융지주는 ‘1위 금융’ 탈환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하나금융은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으로 1133억 원을 거둬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이익을 기록했고, 이어 신한금융이 890억 원, 우리은행 530억 원, KB금융 142억 원 순이다.

주요 금융지주 전체 당기순이익 중 해외법인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하나금융이 17%로 가장 높았고, 우리금융 10.2%, 신한금융은 9.5%를 기록했다. KB금융은 1.9%로 금융지주 중 해외법인 의존도가 가장 낮았다.
해외법인 수의 경우, 우리금융지주가 25개국에서 476개 네트워크를 보유해 금융지주 중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이어 하나금융 24개국, 신한금융 20개국, KB금융이 13개국에 진출한 상황이다.
최근 은행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은 금융지주사들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자 비은행 및 해외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은 금융지주들의 새로운 수익원이자 지속가능경영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할 만큼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5일 주요 금융지주 해외법인 규모 1·2위사인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과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나 해외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다경쟁을 지양하고, 상호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국내 대형 금융그룹이 이런 형태의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사는 글로벌 협업관계 구축을 통한 새로운 금융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국내 금융사도 세계적인 금융기관들과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협약에 대해 신한·하나금융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 협약으로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수성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고, 뒤쫓는 KB금융으로서는 허를 찔린 상황이다.
양사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 차이는 2029억 원이다. 이 중 은행의 순이익 차이는 불과 459억원으로 크지 않았다. 결국 리딩뱅크 경쟁은 비은행·비이자이익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KB금융은 신한금융에 뺏긴 1위 금융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해외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가능 소액대출 금융기관(MDI)인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Prasac Microfinance) 지분 70%를 약 700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최근 미얀마 MFI지점 4곳에 추가 설립 및 은행업 인허가 취득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4대 금융지주 중 해외사업 수익성이 가장 취약한 KB금융이 장기적으로 하나금융과 손잡은 신한금융과 해외법인 이익 격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아 KB금융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신한금융 조용병 회장은 “신한과 하나금융의 이번 협약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불확실한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