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탄2>의 몰락, 예견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역설적이게도 <위대한 탄생>은 이름과 걸맞지 않은 초라한 풍문과 함께 다급하게 시작됐다. 엠넷의 <슈퍼스타K>의 열풍을 본 MBC의 김재철 사장이 당장 우리도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다. 그 일화가 사실이라면 당시 그가 내린 경영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답보하던 MBC 예능이 시청률 20%대의 프로그램을 런칭했으며, 방송가의 오디션 열풍을 계속 지피는 데 일조했다.
허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성공은 자신의 생명을 담보해 얻은 결과였다. 4번째 시즌을 맞는 <슈퍼스타K>는 국회의원이라기보다 인터넷 셀러브리티로 유명한 강용석 의원이 참가할 만큼 독보적인 존재로 우뚝 섰고, KBS의 <탑밴드> 시즌2는 참가 신청을 낸 밴드의 명성만으로도 화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2>는 태초에 준비기간이 고작 4개월 안팎인 미숙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 성장의 정체와 퇴보는 회를 거듭할수록 자체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참고로 현재 파업중인 MBC노조의 절대적 요구사항이 바로 김 사장의 퇴임이다.
마지막 최종 우승자를 가르기 2주 전, 시청률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검색어 순위에 이선희가 올랐다. 멘토, 멘티 합동 무대에서 자신의 멘티인 배수정, 구자명과 본인의 명곡인 ‘나 항상 그대를’을 오랜만에 TV에서 라이브로 불러 화제가 된 것이다. 반향은 꽤 컸다. 탈락자가 누구인지보다 오히려 이선희가 사람들 입에 더 많이 오르내릴 정도였다. 그런데 본의 아니게 이선희의 이번 무대는 노래의 감동이나 질을 떠나 시청률 추락 중인 <위대한 탄생2>의 난맥을 설명할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 되고 말았다.
이선희는 지난주 탑4 경연을 앞둔 멘티들에게 환희를 마음속에 품고, 무대에서도 펼쳐달라며, 따뜻한 느낌을 모두에게 전달해달라는 말을 건넸다. 또한 그녀는 음악적 지도뿐만 아니라 먹을 것도 직접해주는 성심으로 참가자들을 대한다는 것을 방송 중간 중간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참 따스하다. 하지만 이러한 따스한 느낌이 시청자들에게 지루하게 전달 되면서 <위대한 탄생2>는 낭패를 보고 있다. 물론 <위탄2> 난맥의 상징을 이선희라 했지만, 사실 그녀가 잘못한 것은 없다. 이선희는 자신의 역할을 잘 해냈고, ‘엄마 멘토’로 불릴 만큼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줬다. 다만 그녀가 잘해낸 멘토 역할과 화제가 된 지난주 무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진의 몰이해를 설명하기에 적절한 예이기에 상징이 되고만 것이다.
기본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두 가지 측면에서 욕망을 자극한다. 첫 번째는 ‘꿈을 이룬다’는 감정이입이고, 두 번째는 원석에 가깝던 누군가가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나도 그 스타의 성장에 일조한다는 스타 만들기다. <슈퍼스타K>가 부흥하고 시즌2에서 허각과 존박의 구도가 잡힐 때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의 테마는 ‘꿈과 기적’ 이었다. 누군가가 꿈을 이루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도 꿈을 이뤄야지’ ‘나도 할 수 있어’의 정서가 폭발했다.
하지만 오디션의 홍수가 몇 차례 지나간 오늘은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던 것인가?’‘또 어떤 명물이 탄생할까?’라는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고 그가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재미가 더 커졌다. 따라서 오디션 프로그램의 덕목 중 눈물 없이 볼 수 없던 기구한 인생드라마는 점점 줄어들고 ‘재능’의 비중이 높아졌다. 또한 ‘꿈’ 일변도의 스토리라인을 넘어선 캐릭터라든가 갈등요소, <슈퍼스타K3>의 옐로우보이즈나 최아란, 춤통령 같은 트러블 메이커나 코믹 기믹의 감초 역할 또한 중요해졌다.

그런데 <위탄2>는 이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욕망을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우선 여전히 ‘꿈’과 ‘기적’ 앞에서 서성인다. 적잖이 촌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거기서 보여지는 재능이 타 프로그램을 제치고 응원할 만큼 압도적이지도 않다. 엠넷 <보이스오브코리아>의 다양한 스타일의 아티스트들도 없고, SBS
시청자들이 스타 육성에 참여하려면 먼저 참가자의 캐릭터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위탄2>는 모든 중심추가 이선희를 위시한 멘토 위주로 돌아간다. 예선에서는 멘토들 간의 대화와 가벼운 갈등 위주로 편집했고, 참가자의 노래는 왼손으로 거드는 수준이었다. 본격 멘토 제도에 돌입하고 나서도 따뜻한 도제관계 하에 모두가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평면적인 모습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보스코>의 경우 블라인드 오디션에서 각자 개성에 맞는 노래를 부르고, 배틀 오디션에서는 임진호와 유성은, 손승연과 오슬기처럼 묘한 경쟁관계와 갈등을 인터뷰, 트레이너의 반응 등을 통해 촘촘히 편집해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된다. 즉, 참가자가 아닌 멘토 중심으로 만들어놓고 이제와 생방송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급하게 참가자 쪽으로 돌리니 당연히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주목을 못 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길고 긴 편성 때문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동력은 축제의 성향과 가깝다. 점점 고조되면서 하이라이트에 뻥 터지고, 바로 식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생방송 기간이 긴 미국 폭스사의 <아메리칸 아이돌>도, 경쟁 상대인 <슈퍼스타K>도 그렇고 보통 4개월 길어야 5개월 안에 축제를 끝낸다. 그런데 <위탄2>은 8개월째다. 이는 제작진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본질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단서다. 비유하자면 미니시리즈감인 소재를 일일드라마로 억지로 편성한 것이다.
그런데 일일드라마를 구성하려니 말이 안 되니까, <위탄2>의 제작진은 ‘우린 심심할지언정 <전원일기>같은 착한 드라마를 만든다’라고 차별화한다. 이것이 이선희와 멘토들로 상징되는 ‘착한 오디션’이라는 포지셔닝이다. 그런데 착한 오디션이란 말은 마치 모텔 외벽에다가 바로크식 외장재를 붙여놓고 호텔이라 이름 붙인 것과 비슷해 보인다. 오디션 프로그램은 기본 뼈대가 적자생존의 서바이벌쇼다. 재능을 즐기는 것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의 대세가 변했다지만 ‘간절함’을 전시하고 인격을 발가벗게 만드는 서바이벌 쇼의 본질은 어디 가지 않았다.

아무리 우리가 노래를 좋아하는 풍류를 아는 민족이고 가창력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는 하나 아이돌이 총 출동하는 가요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몇 년째 5% 안팎이고, 음악성으로 승부한다는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도 3%대에 머문다. 그런데도 오디션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열광하는 건 새로운 재능의 탄생이라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 그 탄생 이면에는 무수히 많은 재능의 좌절이 있고, 우리는 그 간택에 참여하는 위치에서 바라보니까 즐거운 거다. 그리고 그들을 아이돌보다 더 빠르게 소비하고 버린다.
이것은 결코 따뜻하지 않은 현실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그런데 <위탄2>는 캐릭터 구성에서 편집, 그리고 생방송 경연 무대, 멘토들의 주례사 비평과 변별력 없는 점수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아무런 장치도 긴장감도 없이 무성의하게 늘어뜨려 놓고는 ‘착한’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아무리 착해도 어차피 누군가는 계속 떨어진다. 냉혹한 평가, 치열한 경쟁에 놓이는 건 오디션쇼 참가자뿐만이 아니다. 범주를 더 키워보면 <위탄2> 또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서 서바이벌 게임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어떤 참가자의 무슨 노래가 어땠다는 얘기가 별로 안 나온다. 오히려 조연이어야 할 이선희의 라이브가 감동적이었다고 이슈가 된 것은 씁쓸하지만 <위탄2>가 대세에 민감한 오디션 서바이벌 게임에서 왜 도태되는지 알려준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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