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팝스타’, 그래도 가능성이 보이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박지민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키며 100-100-99점이라는 놀라운 점수를 받았지만, 그것을 아직까지 시청자들이 100% 공감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것은 아마도 예선에서 보여줬던 참가자들의 기량이 너무나 돋보였기 때문에 그 잔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오디션 프로그램에 있어서 생방송으로 치러지는 본선 무대는 여러모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음향 면에서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생방송 경험이 일천한 참가자들이 감당해야할 부담감도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 아무리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라고 해도 100% 기량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지금은 최대의 졸작 오디션이 되고 말았지만 '위대한 탄생2'도 멘토스쿨의 방영분에서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가창력도 돋보였고 멘토-멘티 사이의 화학작용이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생방송에 들어서자 이런 기대감은 온전히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긴장감은 사라졌고 감동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너무 오래 지속되어서인지 이제는 단물이 다 빠진 듯한 인상마저 든다. 생방송에 들어와 시청률이 뚝뚝 떨어지는 기현상은 어쩌면 예고된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렇게 생방송에 즈음하여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 것은 'K팝스타'도 다르지 않다. 수펄스가 절정의 화음으로 '더 보이즈'와 '페임'을 불렀을 때, 또 이하이와 박지민이 나란히 절정의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을 넉 다운 시킬 때 대중들은 이 아이들답지 않은 참가자들의 폭발적인 무대에서 심지어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K팝스타'가 여타의 오디션과 달리 참가자들의 사적인 이야기를 통한 억지 감동을 덧붙이지 않고도, 감동을 줄 수 있었던 것은 무대 위에서의 노래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팝스타'의 첫 생방송 무대는 역시 한껏 높아진 기대감을 채워주지 못했다. 음향의 문제가 가장 컸고, 과도하게 긴장한 참가자들은 제대로 된 실력발휘를 해주지 못했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오디션 선곡주제를 'My Story'로 정한 것은 아직까지 인생스토리를 얘기할 만큼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어색한 선곡을 하게 만들었다. 또한 SM, YG, JYP의 트레이닝이 빠져버리자 참가자들의 무대는 어딘지 허술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생방송 무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K팝스타'는 '위대한 탄생2'와는 다른 지점이 있다. 그것은 상황에 따른 적응력이 훨씬 뛰어나고 특유의 유연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K팝스타'가 지금껏 흘러온 과정들을 보면 처음부터 딱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였다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순발력 있게 미션주제나 캐스팅 방식을 선택해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기본적인 얼개는 있었겠지만 그 즉흥적인 상황에 대한 여지나 유연함이 있었다는 얘기다.
첫 생방송 무대에서 너무 지나치게 스토리로 흐르는 오디션 주제와 선곡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두 번째 생방송 무대부터 음악에 포인트를 맞추는 주제와 선곡으로 선회한 점도 이런 유연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첫 생방송 무대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었던 음향도 상당히 보완된 상태이고 무대도 점점 안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물론 예선에서 봤던 폭발적인 가창력에 못 미치는 생방송 무대라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심사위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완성된 가수가 아니라 '발전가능성이 있는 가수'라는 점에 심사의 기준을 맞춤으로써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TOP6에서부터 SM, YG, JYP의 본격 트레이닝을 다시 부활시킨 것은 그래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K팝스타'만의 동력은 역시 이 기획사들의 트레이닝과 프로듀싱을 통해 참가자들의 변화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방식에 대한 결정이 처음부터 예정됐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정해진 틀만을 고집할 이유가 어디 있을까. 합리적인 선 안에서라면 좀 더 효과적인 경연 무대를 위해서 어떤 것이든 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것. 이것이 'K팝스타'만이 가진 힘이자 가능성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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