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재석·김원희 멀쩡한데, <놀러와>는 몰락한 이유
- <놀러와>, ‘세시봉의 추억’은 그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 <힐링캠프>가 자리를 잡고 KBS2 <안녕하세요>가 꾸준한 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7년간 동시간대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놀러와>는 어느새 폐지설이 나돌 정도로 몰락한 잔치집이 되고 말았다. 시청률 반등을 위해 매주 특집을 만들며 안간힘을 쓰는 모습에서 전성기가 지나간 토크쇼 포맷의 뒷모습 보는 것 같은 씁쓸함이 느껴진다.
서세원의 토크박스 이후 다수의 게스트들을 초대해 정해진 에피소드를 털어놓는 토크쇼 포맷은 스튜디오 쇼의 기본이 되었다. 그 후 KBS2 <해피투게더>와 SBS <야심만만> MBC <놀러와>등의 장수 프로그램이 탄생했고 이 프로그램들과 핵심은 같지만 정반대 지점에서 정서적 접근을 한 <강심장>까지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 쇼 포맷에서의 MC의 역할은 <강심장>이 잘 설명해주는데 게스트에 의존하는 형식상, 리얼 버라이어티처럼 다수의 MC 대신 교통정리에 능한 한두 명의 MC가 게스트의 입담을 잘 이끌어내면 된다. 그리고 게스트의 입담을 가장 맛깔나게 살렸던 MC 듀오가 바로 유재석과 김원희였다.
최근 오해가 있는데 <놀러와>가 오랫동안 흥했던 것은 섭외의 매력 때문이 아니다. 섭외로 재미를 본 것은 세시봉 전후로 잠깐이었고, 그것보단 유재석과 김원희라는 혼성 앙상블이 빚어낸 찰진 재미가 <놀러와>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낸 것이다. 그런데 이제 이 둘의 호흡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유재석이나 김원희의 위기는 또 아니다. 유재석은 그 어디서도 유재석이고 김원희는 SBS <자기야>와 스토리온의 <김원희의 맞수다>에서 보면 할 말하는 주부처럼 속 시원하게 잘 지르고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능력 또한 여전하다. 각자는 괜찮은데 앙상블을 이뤘을 때 시너지는커녕 힘이 빠지게 되는 것은 <놀러와>가 주제나 형식면에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정한 진행 패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강심장>과 <놀러와>의 몰락은 토크쇼의 변화된 대중의 기호를 말해준다. 간단히 말해서 더 이상 연예인들의 사생활 이야기나 친분 이야기를 듣는 게 그렇게 흥미로운 시대가 아닌 것이다. 대중들이 세시봉에 열광한 것은 색다른 이야기이자 더 깊은 이야기 때문이었지만 <놀러와>는 섭외에만 꽂혀서 특이한 섭외 기준을 찾고 만드는 재미에만 탐닉했다. 그 결과 쪼코볼 특집 같은 것이 이어졌고, 섭외로 재미를 못 보자 <일밤>의 프로그램들처럼 우후죽순 새로운 코너와 특집을 계속 만들고 엎기를 반복하고 있다.
<놀러와>가 히트시킨 ‘기획섭외’의 성공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한 프로그램은 공교롭게도 <힐링캠프>다. 홍보 목적의 관성적인 섭외를 벗어나서 무대 위에선 잘 알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인생관을 들려줘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고, 웃음은 감동코드 뒤로 스며들 듯 배치했다. 그리고 단독 게스트 제도를 도입해 집중도를 높였다. <놀러와>는 이와 정반대다. 매주 스페셜 형식으로 방송 소재를 기획해 다수의 게스트들을 초대한다. 최근에는 사랑의 짝대기를 날리는 짝짓기 형식의 ‘우리 사랑해도 될까요’를 비롯해 요리 잘하는 연예인들을 초대한 ‘요리의 제왕’ 등 전형적으로 단발에다가 산만한 콘셉트들이다. 주제 자체가 최근 대중들의 기호를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MC의 앙상블이 살 여지도 없고, 은지원, 김나영, 올밴, 조세호(양배추) 등의 패널들의 역할도 애초에 제한된다.

여기서 <놀러와>가 놓치고 있는 집단 MC체제의 앙상블은 새로운 스튜디오 쇼의 또 다른 특징이다. 경쟁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의 경우 일반인이 등장하는 것이 가장 큰 변별점이지만, 따지고 들어가면 신동엽과 이영자와 컬투가 빚어내는 앙상블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인기 또한 이들 4명의 MC의 관계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 명의 일반인 출연자의 사연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쇼의 경우, ‘보이는 라디오’ 형식만 벗겨내면 캐릭터화된 집단 MC체제라는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많이 봐온 익숙한 그림이 된다. 사연은 매주 바뀌겠지만, 이들의 관계는 매주 진화한다. 이런 캐릭터화된 집단 MC체제는 최근 시작한 본격 토크쇼 <고쇼>에서도 도입했고, <승승장구>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패널 자리에 MC급 인사를 투입해 집단 MC체제로 바꾸면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놀러와>는 주제와 형식의 측면 모두, 시대의 흐름과 역행하고 있다. 변화의 의지가 없거나 출연진이 적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유재석과 김원희라는 원투펀치를 두고 제대로 쓰지 못하는 형국이며, 은지원, 김나영 등의 롤 플레이어들도 병풍 정도로 머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놀러와>와 가장 유사한 형식의 <해피투게더 시즌3>의 지난 개편은 한 가지 힌트가 될 수 있다. 뻔한 섭외, 에피소드와 게임이 결합된 기존의 토크쇼 방식이란 점에서 큰 차별성은 없지만 기존 MC진에다가 김준호, 최효종, 김원효, 허경환, 정범균 등의 패널을 대거 투입시키는 변화를 줬다. MC진을 배로 늘려서 게스트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침체된 MC진의 수다, 즉 앙상블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지금까지 시청률 측면에서나 인지도 측면에서 성공하고 있다.
이제는 섭외의 추억에서 벗어나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더 이상 아무도 오지 않는 유원지가 되기 전에 기존의 공식만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변화의 흐름을 좇아야 한다. 특히 ‘편안하게 놀러와’라는 기획 의도는 지금 불고 있는 흐름과 맞닿아 있으니 만큼, 무리하지 않고도 변화할 여지 또한 충분하다. 지금의 위기가 유재석의 위기는 당연히 아니며, 경험해봐서 알겠지만 콘셉트나 코너를 바꾼다고 되는 일도 아니다. 여기저기서 남발되는 초심이 <놀러와>에서만큼은 진정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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