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능PD 열전, 무엇이 PD들을 스타로 만들었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안됩니다!", "땡!", "강호동 실패!" 이승기는 '1박2일'을 찍으면서 나영석 PD를 패러디했다. 알다시피 패러디는 그 원본이 스타일 때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즉 이승기가 나영석 PD를 패러디하고, 그 패러디가 대중들에게 하나의 유행어가 되는 이 상황을 볼 때, 나영석 PD는 이미 스타다. 그가 이미 스타임을 알게 해주는 또 다른 사건(?)은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2009년 9월 방영된 '1박2일'에서 그의 캡처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야외취침으로 피난민 몰골을 한 나영석 PD의 캡처 사진은 결국 뉴스화 되고 화제가 되었다. 이미 지난 방송 장면에서 캡처의 대상이 된다는 것. 이것 역시 그가 PD 이상의 존재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타 PD는 나영석 PD 말고도 많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대표적인 스타PD다. 그는 연기자들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독한 PD로 정평이 나 있다. 투덜대는 연기자들에게 거침없이 미션을 부여하는 그 이미지에, '무한도전'만의 작가주의 예능 스타일은 그에게 아티스트 같은 이미지를 덧붙였다. 게다가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자신 또한 스스럼없이 망가질 정도로 열정을 가진 그는 최근 '얼굴 오디션'에서 박명수와 1:1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대중들에게 인지되어 있고 환호 받는 스타PD다.
최근 '나는 가수다'로 호평과 혹평의 주인공이 되었던 김영희 PD는 우리에게 일찍이 '쌀집아저씨'로 알려진 스타 PD다. '일밤'에서 양심냉장고로 상징되던 그 착한 예능으로 그는 '쌀집아저씨' 같은 훈훈한 이미지의 스타가 되었고, 이후 그 이미지는 '느낌표'에까지 이어졌다. 최근 다시 '일밤'으로 돌아온 김영희 PD는 '나는 가수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되었다. 가수들의 진정한 면면을 포착하고 명곡을 다시 재발견하는 기회를 주었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논란도 컸다. 결국 이른바 김건모 재도전 논란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된 비운의 PD가 되었지만 그가 이 시대의 스타 예능 PD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남자의 자격'의 신원호 PD도 이 스타 PD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 아저씨를 예능화한 거의 최초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인 '남자의 자격'에서 그는 나이는 어리지만 형님들(?)을 좌지우지하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준다. 방송에 얼굴을 들이미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처음에는 눈을 가린다거나 하는 식으로 편집을 하곤 했지만, 최근에는 그냥 얼굴을 내보이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이 갖는 착한 느낌이 그대로 신원호 PD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지지만, 본인은 '착한 예능'이 적응 안된다고 말할 정도로 '강한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나영석 PD 이전에 '해피선데이'를 이끈 이명한 PD도 스타 PD다. 그는 '1박2일'에 확실한 야생의 이미지를 부여한 PD로서 독한 예능의 대명사처럼 되어 있다. 앞에서 얘기했던 나영석 PD가 난민처럼 등장한 그 캡처사진 역시 이명한 PD의 작품이다. 그는 당시 전남 영암에서 PD는 물론이고 매니저, 코디, 촬영감독들까지 포함한 80여 명의 스텝들과 6명의 연기자들이 잠자리를 두고 복불복을 벌이는 희대의 풍경을 연출했다. '1박2일' 팬들에게는 레전드라 불리는 이 방송에서 결국 복불복에서 진 제작진들 전원이 비가 오는 와중에 야외 취침을 하게 되었던 것. 여기저기 비가 새는 천막 아래서 스텝들은 마치 이산가족처럼 아비규환(?)을 연출했고, 심지어 이명한 PD는 개들이 지냈었다는 헛간 같은 곳에서 자리를 펴고 잠을 자는 모습으로 웃음을 주기도 했다.
나영석, 김태호, 김영희, 신원호, 이명한. 이 스타 PD들의 공통된 이력에서 드러나듯이, 이들이 스타가 된 이유는 이들이 만들어낸 프로그램이 리얼 예능이라는 점에서 비롯된다. 주로 카메라 뒤편에 자리잡던 PD들이 카메라 앞으로 나오게 된 건, 리얼 예능의 특성상 연기자들에게 어떤 미션을 제시할 때, 그 현장의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즉 미션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공개함으로써 좀 더 연기자들의 리액션을 리얼하게 잡아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왜 하필 미션 전달을 굳이 PD가 해야 하는가 하는 점은 누구나 당연하다 여길 것이다. PD가 그 프로그램의 미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PD가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미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신원호 PD는 "요즘 나영석 PD도 꽤 힘들어 한다"면서 "연예인들이야 얼굴을 내미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PD는 오히려 사생활이 노출돼 일상생활이 힘들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가 초기 '남자의 자격'에 이외수나 남진 같은 멘토를 세워두고 대신 미션을 전달하게 한 점은 바로 PD가 얼굴을 방송에 내미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한 명 거쳐서 미션을 전달하는 것 자체가 여러모로 힘들었기 때문에, 결국 어쩔 수 없이 PD가 전면에 나서게 됐다는 얘기다.
신원호 PD에 의하면 PD들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에 대한 방송사별 입장도 사뭇 다르다고 한다. MBC 같은 경우는 워낙 시스템을 키우기보다는 스타 PD를 키우는 방송 풍토가 있어서인지 김태호 같은 스타 예능 PD의 탄생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반면 KBS는 시스템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PD가 얼굴을 들이미는 것 자체를 '창피한 일'로 여긴다고 한다. '해피선데이'가 예외적인 것은 결국 리얼 예능이라는 특정한 형식 때문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스타 예능 PD들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 그 PD의 성향을 그대로 빼닮는다는 점이다. '1박2일'은 나영석 PD의 그 야생의 이미지와 수더분함을 그대로 닮았다. 확실한 자기만의 카리스마를 갖고 있으면서도 어딘지 촌스럽지만 정감 가는 '1박2일'의 색깔은 그에게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호 PD가 가진 어딘지 독하면서도 아티스틱한 면모는 특유의 실험정신으로 다양한 포맷을 실험해내는 '무한도전'만의 색깔을 만들었다. 김영희 PD는 쌀집아저씨 이미지 그대로 모든 예능에 공익적 성격을 부여한다. 심지어 논란이 많았던 '나는 가수다'마저도 그간 소외된 가수와 음악에 대한 기회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익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신원호 PD의 차분함은 '남자의 자격'이 가진 일련의 느긋한 행보를 그대로 닮았다. '하모니'편의 대박에도 불구하고 다시 소소함으로 돌아가는 그 여유는 신원호 PD의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다.
예능 PD들을 카메라 앞으로 소환해낸 것은 바로 이 리얼 예능이라는 형식이다. 그 리얼 예능은 대중들의 달라진 욕구라는 점에서 스타 예능 PD의 탄생은 결국 대중들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성향은 스스로 프로그램의 성격 혹은 정체성이 되었다. 리얼 예능의 정체성은 결국 MC들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이제 PD는 자신만의 영역을 넘어서 제3의 MC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 예능 PD만 스타? 작가, 스텝들도 스타다
리얼 예능은 PD들만 스타로 만들지 않는다. 거기에는 작가나 스텝들도 스타가 되곤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1박2일'이다. '1박2일'의 이우정 작가나 막내작가로 불리는 김대주 작가, 묵찌빠 달인 지상렬 카메라 감독, 심지어 연기자들의 매니저들까지 이 프로그램은 스타로 만들어버린다. '남자의 자격'에서는 김국진과 러브라인(?)을 연출한 미녀작가 김작가가 화제가 되었다. '무한도전'의 코디와 매니저들은 이미 여러 차례 방송을 통해 주목받은 적이 있다. 예능이 출연진들 이외에 제작진들이나 관계자들을 방송에 노출하는 이유는 그것이 프로그램의 리얼리티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리얼 예능은 프로그램의 내외부 인물들 모두를 주목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는 셈이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나영석, 김영희, 신원호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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