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임윤택, 저질 비판에 흔들릴 필요 없어
[엔터미디어=조원희의 로스트 하이웨이] 수술 치료 시기를 지난 위암 4기, 항암 치료를 계속하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1위를 차지한 '인간 승리의 상징' 임윤택, 그가 결혼식을 했다. 이 뜻 깊은 자리에 대한 기사를 살펴보다 댓글 창을 열어보면 믿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다. 결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아니라 '수많은 악플'들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임윤택의 결혼 소식에 달린 악플들의 레퍼토리는 간단하다. "위암 4기 환자에게 딸을 주는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위암 4기가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는가" "우리 아버지는 위암 4기 때 병원에서 일어나지도 못 했다" "4기면 희망이 없어서 곧 세상을 떠날텐데 클럽 분위기로 결혼식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등의 논리다. 물론 이보다 더 저열한 언어로 작성된 댓글이 훨씬 많다.
임윤택은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긍정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수많은 표를 얻었고 결국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활동을 시작한 이후 병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결국 임윤택의 진료 의사가 소견서를 내놓으며 이 소동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그 의혹이 담겨 있는 악플은 여전하다는 것, 아니,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박사는 "대중이 믿지 못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의학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대중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일 수 있는",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기적은 모세가 홍해를 가르고 예수가 물로 포도주를 만드는 종류의 기적과는 다르다. 드물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현상이고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현상일 뿐이다.
임윤택 결혼 글에 달린 수많은 악플 중에는 "우리 아버지가 위암 4기인데 임윤택과 다르다." "삼촌이 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4기에 이르러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다."는 등의 경험담을 가장한, 혹은 실제 경험담이 큰 공감 지수를 얻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하지현 박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일, 혹은 자신이 지식으로 축적하고 있는 것을 일반화하게 돼 있다." 이전에 보지 못한 경우의 수를 믿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면모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의 소견이 발표되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믿을 수 없다"는 말로 일관하는 이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첫째, 앞서 하지현 박사가 말한 대로 이것은 '믿기 힘들 정도의 미담'이기 때문이다. 위암 4기를 극복하고 전국민이 시청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고 승승장구하며 앨범을 내고, 결혼을 하고, 책까지 내는 '긍정의 화신'이 등장한다는 것 자체를 믿기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의 소견까지 거부해 가며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이들의 심리는 명백한 '임윤택이라는 인물에 대한 시기와 질투' 때문이다. 이런 시기와 질투를 가진 이들이 '믿기 힘든 사실에 대해 일반적인 경험을 일반화한 실제 사례' 등을 제시하며 악플을 달면 역시 '믿기 힘들어하고 있던 일반 대중' 들이 부화뇌동하는 것이다.
둘째, 이전까지 연예계, 혹은 정치계 등 대중 앞에 나서는 사람들이 질병을 핑계로 대중을 속였던 사례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임윤택은 그 레퍼런스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해외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나 전염병을 핑계로 댄 연예인의 예, 구속 수사를 피하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검찰청에 입장하고 재판 기일에 맞춰 수술 스케줄을 맞춘 정치인의 예 등을 뉴스로 보며 '꾀병으로 위기를 벗어나거나 불리한 상황을 역전하려는' 유명인들의 모습을 학습했기 때문에 혹시 임윤택 역시 같은 입장이 아닌지에 대한 의심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첫째 심리는 대중들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사안이고, 둘째 심리는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 일부 유명인들이 대오각성해야 할 문제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타블로의 학력 의혹에도, 임윤택의 투병 의혹에도 비슷한 종류의 인간형들이 몰려 악플을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봐 왔던 세상과 다른 경우를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다. 이것은 간단하게 해결될 문제다. '모든 위암 4기 환자들이 똑같은 예후를 가지지 않는다는 것.' 이런 간단한 상식으로 접근해 나가면 해결 될 문제다. 세상 모든 문제들에 해답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획일화된 대한민국 공교육의 문제일까? 너무 심한 비약은 아닐 것 같다.
칼럼니스트 조원희 owen_joe@entermedia.co.kr
[사진=케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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