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NE1·싸이, 촌스럽지만 빤하지 않은 키치클럽송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그룹 쥬얼리의 최대 히트곡은 아마 2008년에 발표한 ‘one more time’일 것이다. 거의 1년 동안 음원차트 상위권을 유지했던 이 노래의 빅히트는 당시 우결과 카이스트로 인기가 치솟았던 서인영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노래는 10대 20대의 인기는 물론이고 중장년층 여성들에게도 꽤 인기가 많았다. 당시 노래교실의 인기 있는 노래 중 하나가 이 곡이었고 중장년층 어머니들이 ‘one more time’을 부르며 단체로 E.T춤을 추는 진풍경이 곳곳에서 벌어지곤 했다.

흔히 말해 ‘뽕필’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번안 클럽송인 ‘one more time’이 중장년층 여성들에게 어필한 데는 이 노래의 묘한 비트 덕이 크다.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면서 부드럽게 차차차 이어지는 이 노래는 전통적으로 중장년층 여성들이 사랑하는 비트를 가지고 있다. 농촌에서 밭매기하다 힘이 들 때 고쟁이 차림으로 춤출 때도 관광버스 안에서 흔들 때도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이 비트는 언제나 어머니들을 흥겹게 했다.

이렇게 밀고 당기는 느낌을 살려 노래를 불렀던 전설적인 가수 나훈아가 여성팬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달려라~아 고햐앙~ 열차아~에서 끊길 듯 끊어지지 않는 콧소리가 이 스타의 오랜 인기유지 관리 비결 아니었을까?

최근 2NE1이 발표한 ‘I love you’ 역시 어머님비트의 흔적을 잘 살린 곡이다. 인터넷 상에서 불경 읊는 소리에서 시작해 클럽댄스로 끝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이 노래는 2NE1 노래의 특징처럼 된 다양한 맛의 리듬과 비트가 느껴지는 곡이다. 한 여름이면 수영장이나 해수욕장에서 자주 들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뽕필의 댄스곡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노래는 과거 이 그룹의 어느 노래보다 상당히 친근하다. ‘밀고 당기지는 말아줘요’라는 가사와 달리 끊어질듯 끊어지지 않고 밀고 당기는 느낌 때문이다. 게다가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소품으로 삼은 어딘지 80년대 복부인패션을 응용한 것 같은 이들의 재미난 코디도 이런 친근함에 한 몫 한다.



중장년층 여성들이 밀고 당기기를 좋아한다면 중장년층 남성들이 좋아하는 선호하는 비트는 또 다르다. 대개 남성들은 다다다다 달리다가 한방에 터지는 스타일을 좋아한다. 술자리에 폼 잡을 때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놀기 위해 부르는 노래라면 대게 이러한 곡들을 선곡한다. 아버님비트라고 부를만한 이 계열로는 60년대의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이 있고 90년대에 크게 히트했던 남성듀오 벅의 노래 와다다다다다다 <맨발의 청춘>이 있다.

최근 이 아버님비트를 살리고 살린 곡으로는 바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있다. 싸이의 이 노래는 아버님비트의 새로운 변신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몰아치다가 마지막에 지르는 곡이 아니다. 이 달리는 노래의 절정은 오히려 가볍고 장난스럽게 ‘강남스타일’ 한 마디로 툭 던지듯이 끝난다. 그런데 그 다음에 바로 이어지는 싸이의 춤은 오두방정의 절정에 달한다.

이 노래와 춤의 부조화는 실은 우리가 실은 무수히 보아왔던 강남스타일 오빠들의 무도회 모습이기도하다. 80년대 신사동에서, 90년대 압구정동에서, 2천년대 청담동에서 우리는 몸 따로 춤 따로인 오빠들을 꽤 많이 보아왔다. 싸이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클럽비트 음악 위에 얹어 멋진 아이돌의 무대보다 더 재미있는 한방을 보여준다.

2NE1나 싸이의 최근 히트곡은 우리나라 댄스 음악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의 댄스음악이 답습해 왔던 익숙하고 친근함의 요소를 ‘뽕삘’로 채우는 방식으로 가지 않는다. 구성 자체는 여느 최신 스타일의 클럽송 못지않게 매끈하다. 그렇지만 음악 곳곳에 과거 우리나라 대중들이 좋아했던 어찌 보면 촌스러운 키치 스타일들을 적절하게 녹여내고 있다. 세련되면서 촌스럽고, 촌스럽지만 빤하지 않은 키치클럽송인 셈이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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