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승부의 신>, 어설픈 <무한도전> 따라하기의 한계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승부의 신>은 우리 예능에 있어 기원전후를 나누는 원년과도 같은 <무한도전>을 등에 업고 스핀오프란 그럴듯한 용어로 포장했다. 그랬다. 스핀오프라고 했다. 우리에겐 미드가 보편화된 2000년대 중반 이후 익숙해진 방송 용어로 기존 프로그램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하여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외전이자 김용만의 말대로 접붙이기다. 만약 이런 용어가 없었다면 <승부의 신>은 <무한도전> 하하vs홍철 편의 형식을 빌려왔다거나 그대로 가져왔다거나, 조금 야속하게 말하면 ‘베꼈다’ 정도의 수식어가 붙을 뻔했다.
그런데 하필, <승부의 신>이 가져온 것은 <무도>의 수많은 특집 중 ‘하하vs홍철’ 특집이었다. 파업 여파로 인한 기나긴 휴지가 있었던 것도 문제였지만 시청률이나 시청자 반응 측면에서나 다른 ‘레전드’ 특집들에 비해 결코 흥행했다고 볼 수 없었다. 또한 ‘하하vs홍철’은 오랜 친구 간의 대결이란 점의 흥미를 넘어 <무도> 마니아들과 일반 시청자들의 온도 차가 극명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문제적이기도 한 특집이었다.
‘하하vs홍철’ 특집은 겉으로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걸로 판을 키우는 전형적인 무한도전식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어떤 특집보다도 <무도> 팬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 정서를 과녁 삼고 있다.
오늘날의 <무도>는 캐릭터 간부터 시작해 제작진과 시청자들과의 관계까지 대단히 가족적이다. 무정형, 비틀기와 모순, 솔직한 욕망의 전시로 빚어낸 초기 <무도>의 정서는 어느덧 예능의 재미를 넘어서 ‘무도’다운 올바름과 관계 ‘무도’스런 재미라는 공동의 가치관으로까지 발전했다. <무도>를 보는 행위 또한, 그냥 주말에 TV 앞에 있다 보니 본 게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 의식이 된 같다. 대단히 무한도전스러운 방식으로 시청자를 대거 불러 모은 ‘하하vs홍철’ 특집은 <무도>의 시청자와 출연자 제작진 삼위일체가 모여 벌인 성대한 가족 잔치였다.
그런데 <승부의 신>은 이런 맥락도 없이 시작했다. 호불호를 떠나 ‘하하vs홍철’의 말도 안 되는 승부에 시청자들이 몰입한 것은 지난 7년간 쌓아온 맥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기에 전혀 진지하지 않은 게임을 매우 진지하게 임하는 무모한 도전식 태도가 뒷받침이 됐다. 이를 패밀리십에 의거해 지켜보면 흥미와 긴장을 느낄 수밖에 없고, 또 앞으로 벌칙의 결과가 <무도>내에서 어떤 관계망과 영향력을 발휘할지 궁금해지는 스토리가 있는 것이다.

<승부의 신>의 경우 포맷을 그대로 가져왔어도 이러한 <무도>의 맥락은 가져올 수가 없다. <무도>처럼 무엇을 해도 지켜봐주는 팬은, 당연히 없다. 그렇기에 게임의 당위성, 승패에 몰입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조금씩 억지스럽게 된다. 고작 1회를 했지만 ‘하하vs홍철’특집의 포맷만 고집한다면 지속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포맷 자체가 집단 MC체제의 시너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용만부터 시작해 탁재훈, 김수로를 비롯 도합 7명의 MC진이 있지만 게임을 임하는 두 명을 제외하곤 적극적으로 응원했던 김나영이나, 존재감이 없었던 재경이나 병풍역할인 건 매한가지였다. 즉, 출연진 차원에서 뭔가 해볼 여지가 비교적 적다. 게스트들이 전면으로 나설 경우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아니면 김나영의 경우처럼 너무 오버한 나머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런 지적들은 이미 ‘하하vs홍철’ 특집에서 다른 멤버들이 지워진 것으로 검증된 한계다.
물론, <승부의 신>의 재미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쌍절곤으로 촛불 끄기, 쟁반 멈추기 등 매회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다양한 종목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라이벌 구도가 확실한 게스트를 캐스팅을 하면, 몰입의 첫 단추는 입소문으로 해결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관객의 생사가 출연진의 퍼포먼스와 직결되어 있어 생기는 긴장감, 대결과 화합이란 감정선의 흐름이 <승부의 신>을 관통하는 주요 정서이자 특장점이라고 볼 때, 이 단순한 코드가 매주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매력을 잃지 않을 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승부의 신>이 우려되는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일회성 기획이었던 ‘하하vs홍철’특집을 발전시킬 별다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즉, 지난 몇 년간 <우리들의 일밤>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전혀 해소시키지 못하고 있다. MBC 일요예능이 다시 살아나려면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장수 프로그램이 탄생해야 한다. 시청률이 낮아서 조기 폐지되고, 그러면서 점차 채널 자체가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을 타계하려면 <무도>처럼 팬덤을 형성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포맷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출발드림팀>과 <골든벨>을 합친 수준의 성과를 원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승부의 신>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애초에 롱런을 보장하기 힘든 포맷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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