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슈스케>의 독보적인 ‘찐따’ 코드 활용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4) 시리즈는 여전히 순항중이다. 많은 후발주자들이 명멸하고 있는 가운데, 단 2회 만에 공중파까지 합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기대감의 발로이자, 또 어떤 재능 있는 참가자들이 나왔는지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관심이기도 하다. 그런데 <슈스케>의 진정한 재미는 슈퍼위크에서 시작된다. 여러 갈등 및 성공스토리가 노래와 결부되어 싹트는 그때부터 우린 참가자와 가까워지고, 애정을 갖고 그들을 응원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우승자를 가리는 순간까지 ‘희로애락’의 향연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 전까지 이 축제에 기대감을 갖고 TV 앞에 앉게 만드는 건 또 다른 차원의 희로애락을 담당하는 캐릭터, 즉 기믹(gimmick)들이다.
기믹이란 관심을 끌기 위해 이용되는 장치, 생각 또는 트릭이란 뜻을 가진 단어이자 프로레슬링 용어로 프로레슬러가 수행하는 역할, 즉 자기만의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외모와 복장, 선과 악, 말투와 생활태도부터 경기 스타일까지 모든 것이 자신의 기믹에 맞춰 진행된다.
오디션쇼의 경우 우승 후보, 인생의 아픔을 안고 있는 도전자, 엉뚱 캐릭터 등등의 기믹이 있는데 각자 부여받은 역할은 다르지만 모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여기서 가장 전통적인 것은 눈물 담당이다. 꿈에 대한 열망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의 모토 덕분에 눈물을 담당한 기믹들은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에나 공통된 요소로 쓰이고 <슈스케> 시리즈 또한 적극적으로 이용해오고 있다.
그런데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슈스케>가 가장 뛰어난 부분은 바로 기믹 캐릭터를 통해 ‘희’를 만들어내는 수준이다. 슈퍼위크에 진입해 참가자의 캐릭터를 자세히 알아 가가기 전까지, 오디션 쇼는 사실 장기자랑이나 노래자랑이 될 여지가 많다. 노래 실력과 꿈을 향한 눈물만을 추구한다면 금세 질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때 몇 가지 양념이 필요하게 되고, 또 기회가 열린다. 바로 어떤 ‘명물’이 나올까 하는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 <슈스케>는 이 지점에서 탈락하는 참가자들을 매우 적절히 활용한다.
<슈스케>의 웃음 코드는 너드(Nerd), 우리말로 가감 없이 표현하자면 ‘찐따’ 코드다. 영화 <슈퍼배드>의 주인공들이나 시트콤 <빅뱅이론>의 주인공들처럼 자기 스스로는 진지한데, 그 진지함이 놀림의 대상이 되는지 모르는 것이 웃음의 핵심이다. <슈스케>가 다른 오디션쇼에 비해 명민하다고 느껴지는 건, 에너지로 웃기려는 사람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꿈에 대한 열망과 가창력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극적으로 되는 대비되는 사람들을 배치해서 맥락 속에서 웃기려는 전략 때문이다. 웃기되 휘발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슬픔을 담당한 출연자와 달리 불합격해도 시청자 입장에선 아무런 죄책감 없다. 그저 웃으면 된다.

18살의 김태민 군이 자신의 매력이 ‘순진함’ 혹은 ‘순수함’이라고 하고, 말도 안 되는 노래 실력을 보여 놓고, 아직 연습중이라고 담담히 말한다. 탈락한 이유에 대해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글쎄요”라고 반문한다. 그보다 한 살 많은 장현규 군이 ‘혼신적으로’ 노래를 부른 다음 탈락하자 그 절박함과는 또 딴판으로 쿨하게 “얘들아 미안하다”라고 대차게 내뱉는다. 이런 일반 상식선에서 작용반작용을 무시한 반응에 시청자들은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이것은 애로송을 부르는 중년 트로트 가수 정희라나 쾌남과 옥구슬 팀과도 다르지 않았고, 강용석은 김이 새긴 했지만 출연만으로도 코미디였다.
이 코미디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고려대 출신의 박상보 씨의 경우 등장부터 퇴장까지 슈스케의 웃음 공식을 잘 보여줬다. 헬스장 패션으로 나타났지만 의심스런 운동능력, 제2외국어로 러시아어 공부하고 있어서 말이 어눌하다고 한다. 노래를 부르자 실제 복통을 안고 있는 사람처럼 처절하게 부르는데, 그만한 코미디도 없다. 그러데 탈락하자 원래 실력이 아니라며 주스 탓이라며 호소하는데 초지일관 진지하다. 바로 이런 진지함이 <슈스케>식 코미디의 핵심인 것이다.
물론, 일부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런 기믹을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혹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데려다 웃기려고 하는 건 아닌지, 그래도 한 사람의 인생인데 너무 자극적으로 대하는 건 아닌지 반문을 한다. 하지만 <슈스케>는 가창력 있는 신인을 발굴한다기보다 스타를 발굴하는 게 목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그러려면 관심을 갖고 응원할 만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필요하다.

참가자 모두가 우승하는 주인공이 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우승자를 가리는 스토리가 전개되어가는 과정 속에 여러 조연이 필요하고, 그들은 그 역할을 잘 해낸 것뿐이다. 비록 탈락을 하게 되더라도 시청자들의 뇌리에 남으니 참가자들에게도 좋은 기회이고, 시청자 입장에선 노래의 감동 이외의 다른 흥밋거리를 즐길 수 있고, 다음 주엔 또 누가 등장할 것인지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인 것이다.
이것이 단 한 번의 출연으로 모든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힙통령과 춤통령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공구가방에 때밀이 수건을 가져와 나비춤을 춘 김훈을 그렇게 오래 보여주고 ‘오디션 프로그램에 맞는 사람 뽑아야 한다.’ ‘우리 그릇에 못 담을 사람이다.’ 며 불합격시킨 것은 <슈스케4>의 성격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노래왕 선발대회가 아닌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참가자들의 역할을 주관적으로 규정하는 것. 이 쇼를 위해 필요한 사람은 단순히 노래 잘하는 사람만이 아닌 것이다. 긴 시간 웃음을 주고 장렬히 탈락한 박상보 씨의 인생 격언 ‘모든 것을 안고 갈 줄 알아야 한다’는 그래서 <슈스케>는 물론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진에게도 매우 유용한 지침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