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닝맨>, 어떻게 <무도> 능가하는 캐릭터쇼 됐나
- <런닝맨>·<무도>의 유재석, 다른 점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승부의 신>은 <무한도전>의 스핀오프라 주장했지만, 실제 <무한도전>의 스핀오프라 할 만한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벌써 3년째 방송중인 <런닝맨>이 바로 그렇다. <무한도전>이 ‘아하 게임’과 ‘뉴질랜드 특집’ 등으로 캐릭터의 초석을 구축하고 서울 시내를 활보하는 추격전 특집들을 통해 시민들 곁으로 다가갔듯 <런닝맨>도 빈 건물과 게임 미션 위주의 콘셉트를 버리고 시민들 곁으로 다가가 본격적인 추격전을 펼치면서 최고의 일요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런닝맨>은 <무한도전>의 수많은 특집 기획 중 ‘추격전’의 콘셉트와 방향성을 빌려와 심화 발전시켰다. ‘방울 숨바꼭질’ 코너를 시작으로 쫓고 쫓긴다는 <런닝맨>의 재미와 의미가 살아나면서 유르스 윌리스 유재석, 에이스 송지효, 능력자 김종국 등의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런닝맨>은 <무한도전>을 넘어 현재 가장 뚜렷한 캐릭터를 가진 예능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런닝맨>의 유재석은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무한도전>의 유재석보다 편해 보인다. 그의 역할이 적어서가 아니다. 그는 쫓고 쫓기는 한 명의 런닝맨 멤버일 뿐이지만, 게임을 이끌거나 흐름을 만드는 데 모두 주도적으로 관여한다. 유르스 윌리스로 등극할 때의 활약상은 물론이고, 100회 특집에서 김희선과 함께 송지효를 잡는 장면이나, 108회 게스트 공효진 앞에서 매력을 발산하는 장면 등등 그가 있음으로서 파생되는 웃음의 폭과 게임의 진행 속도는 차원이 다르다. 게임 내외를 막론하고 또 다른 <무한도전>멤버인 ‘하로로’ 하하와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든 토크라인을 만들고, 상황을 새롭게 펴내서 잔재미를 더한다.

지난주 <무한도전>과 <런닝맨>은 모두 기상조건의 문제로 준비했던 촬영에 차질을 빚었다. 흥미롭게도 예능 선수들로 구성된 <무한도전>에 비해 박태환과 손연재라는 올림픽 스타를 게스트로 모셔놓고 별다른 것 없는 실내 게임을 펼친 <런닝맨>에서의 유재석의 활약이 훨씬 두드러졌다. 리얼 버라이어티에 익숙한 멤버는 하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예능에 익숙지 않은 게스트들과 함께 억지로 만들어낸 게임을 하면서 웃음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런닝맨>이 가진 캐릭터의 힘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각자의 역할은 정해져 있다. 김종국은 파워 넘치고 우악스럽게, 지석진은 눈치보고 힘없게, 송지효와 개리는 나름 소신 있게, 이광수는 무조건 망가지고, 하하는 감초처럼 촐싹이면서 얄밉게 군다. 유재석을 바라보는 사람은 호흡이 필요한 하하밖에 없다. 기댈 필요 없이 모두 자기의 캐릭터대로 하면 된다. 이는 평소 추격전을 펼칠 때도 마찬가지다.



유재석이 없어도 굴러가는 관계와 그림도 있다. 김종국과 이광수, 이광수와 지석진, 하하의 모략 등이 그렇다. 또한 매주 등장하는 게스트들도 게임의 시스템에 따라 주어진 역할이 생기니 특별히 봐주고 말고 할 것 없이 같이 흘러가게 된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유재석은 모두를 챙겨야 하는 부담에서 한결 가벼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무한도전>의 경우, 모든 것이 유재석을 거쳐야 가능해진다. 이는 <무한도전>이 훨씬 복잡하고, 열려 있기 때문이다. 멤버들의 캐릭터는 결혼이나 컨디션 등 실제 현실을 바탕으로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면서 캐릭터간의 관계와 입장도 조금씩 달라진다. 이 모든 걸 유재석이 조율해서 좋은 쪽을 띄우고 처지는 쪽을 감춰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하하와 홍철의 형동생 관계 외에는 눈에 띄는 관계가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시너지가 역대 최저의 상황에 와 있다. 그러니 모두가 유재석을 바라보고 기대려는 듯하고, 그는 버거워 보인다. 애초에 콤비였던 박명수는 자신감을 잃었는지 더욱 의지하고, 정준하를 비롯한 나머지 멤버들도 모두 유재석과의 호흡을 통해 웃기려고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모두의 시선이 유재석에게 집중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파업 이후 <무한도전>이 봉착한 문제다.

<런닝맨>은 어떤 면에서 뻔하다. 캐릭터도 단선적이고, 그 역학관계라는 것이 꽤나 정형화되어 있다. <무한도전> 추격 관련 특집들의 경우, 제작진이 치밀하게 구성한 그림 위에서 멤버들의 무한 이기주의와 재치가 마치 재즈 연주자들의 즉흥연주처럼 녹아들어가 생생한 긴장감을 만들었다면, <런닝맨>은 ‘숨바꼭질’과 ‘술래잡기’ ‘보물찾기’라는 원초적 놀이에다가 스파이 미션 등을 통해 캐릭터쇼의 장점을 아예 시스템화했다. 그 결과 지휘자 역할을 하던 유재석은 무거운 짐을 덜게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유치하게 보일지언정, 생물과도 같은 <무한도전>과는 차별화된 매력으로 다른 시청자층을 포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자, 게임과 추격전에 특화된 이 프로그램에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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