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년배우들이 예능에서 살아남으려면..
- 김응수, 예능으로 장수하는 방법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예능계에 ‘배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번 한 주는 아예 배우들이 휘어잡았다. 일요일 <런닝맨>의 임하룡, 손병호, 고창석, 신정근을 시작으로 월요일에는 <힐링캠프>의 김하늘과 리뉴얼한 <놀러와>의 김응수와 권오중이, 화요일에는 <승승장구>의 이희준과 조윤희가, 수요일에는 <라디오스타>에서 안내상, 우현, 이문식이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목요일에는 신동엽의 파일럿 프로그램 <게스트하우스>에 전도연이 출연했다. 그 외에 <정글의 법칙>의 박정철이나 이미 자리를 잡은 주상욱, 엄태웅, 김승우, 이동욱 등 사례는 너무나도 많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고, 토크쇼까지 포함해서 볼 경우 배우들이 게스트로 사랑받았던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예능에서 만나는 배우들을 보면 홍보나 일회성 출연으로 그치는 차원을 넘어서 예능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고, 배우들 또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는 창구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흐름이 감지된다.
예능 프로그램에 배우들의 얼굴이 급격하게 늘어난 건 시청자들은 언제나 색다른 얼굴을 원하기 때문이다. 지금 장르로서의 예능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오디션쇼는 벌써 4년째를 맞이해 번성하고 있고, <무한도전>이 퍼트린 리얼버라이어티의 개념은 이제 예능의 가장 대표적인 장르 특성이 되었다.
반면, 새로 등장한 프로그램들과 시트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항상 새롭고 신선해야 할 예능계 입장에서는 일종의 위기이자, 폭풍전야의 고요함이 감도는 상황이다. 이때, 포맷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선에서 가장 신선한 모습을 보여줄 대안은 소재와 정서의 변화인 셈이고,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중년배우’들이다.

지금 이 시대는 그 어떤 때보다 사람에 집중한다. 누군가 예능에 출연해서 이야기를 할 때 에피소드가 재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느냐, 어떻게 살아온 사람이냐는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 특히 예능에선 캐릭터를 어떻게 잡느냐가 최고의 미션이다. 지금은 잘나가는 정형돈도 캐릭터를 잡기까지 몇 년이 걸렸는데 중년 배우들은 이미 자신만의 독특한 포스를 풍기는 캐릭터를 하나씩 갖고 있다. 신병처럼 키우고 기다릴 필요 없이 투입하자마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용병인 셈이다. 게다가 오랜 방송생활 덕에 예능이라고 위축되지도 않고 홍보 차 출연한 주연배우들처럼 몸을 사리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신비함이다. 연예 종사자 중 연기자는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면 만나볼 기회가 없는 관계로 시청자들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특히 주연배우들은 토크쇼도 나오고 홍보 차 예능에도 간혹 출연하기도 하지만 조연배우들은 다른 무대에서 시청자들과 만날 기회가 없었다. 얼굴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름 대신 배역의 캐릭터로 주로 기억된다. 여기서 캐릭터와 배우 개인을 분리할 때 참을 수 없는 반전의 매력이 나온다. 우리는 고창석이 그렇게 귀여울 줄 몰랐고, 안내상이 말한 “내가 경험한 가장 큰 미라클”의 주인공 우현이 고생 없이 잘 살았으며, 아직도 40대인지 대부분 몰랐다. 악역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손병호와 김응수가 그렇게 촐싹거린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시청자들은 호기심과 호감이 생기는 것이다.
중년 배우의 진가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들이 친근한 것은 연예인답지 않은 얼굴 때문만은 아니다. 우현과 같은 의외의 경우도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1등 인생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청자들과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아이돌이나 다른 젊고 잘나가는 스타 연예인들과 달리 우리네 일상과의 접점을 그들은 품고 있다. 그래서 파란만장한 그들의 인생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우리와 같이 깨지고 넘어져본 이야기, 우리네 부모님과 같은 고민을 하는 그들의 모습에 정감을 느낀다. 편하게 웃다가도 함께 아파할 수 있고 또 그들을 보면서 위로 및 힐링의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인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있다. 중년 배우들의 예능 입성은 사실상 단발로 그칠 공산이 크다. 중년 배우들이 예능에서 사랑을 받는 공식은 친근함과 반전인데, 뒤집어 말하면 그 반전 매력은 긴 연기경력을 통해 쌓아놓은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허물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은은한 숯보다는 번개탄에 가까운 것으로 지속가능하려면 놀랍도록 새로운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연기나 예능 양측 모두에서 새로 쌓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맥락을 읽는 예능 선수들처럼 활동하면서 이런 신선도를 계속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손병호, 김정태, 김갑수 등등 예능에 혜성처럼 등장해 이름을 날렸던 배우들이 본인의 의지도 있었겠지만 예능에 존속하기 힘든 이유도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재 <놀러와>의 부흥을 책임져야 할 김응수와 권오중의 어깨가 매우 무겁다. 한두 번 웃기는 걸 넘어서 친숙하면서 질리지는 않는 긴 호흡을 가져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들의 활약은 최근 거세게 불고 있는 배우 바람의 풍속의 강도를 조절할 한 가지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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