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길 지금 떠나면 남은 <무도> 멤버는 뭐가 되나
- <무한도전>은 누가 뭐래도 계속 특별해야 한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길이 자진 하차를 선언하면서 <무한도전>에 위기가 닥쳤다. 예전에도 정준하 관련 논란 등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허나 이번 논란은 <무도> 역사를 통틀어 출연자가 개인사가 아닌 프로그램과 관련된 이슈로 문제가 되고 자진하차 선언까지 나온 첫 번째 사건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슈퍼7콘서트’는 취소됐지만 단단했던 <무도>에 균열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길의 하차 선언까지 이른 이번 논란은 두 가지 앙금을 남겼다. 첫 번째는 언제나 <무도>를 뒷받침해준 시청자와의 끈끈한 ‘패밀리십’에 흠집이 난 것이 그렇고, <무도>를 둘러싸고 그어진 시청자, 팬, 대중들의 분노의 선긋기가 그 두 번째다.
<무도>는 누가 뭐래도 특별하다. 우리나라 예능사의 기원전후를 나누는 기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웃고 떠드는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한다는 ‘정서’를 가미하면서 TV 속 방송이 우리 곁 일상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무도> 멤버들과 ‘슈퍼7콘서트’ 제작진은 연출을 맡았던 김장훈이 스스로 밝혔듯 <무도> 고유의 정서를 간과했다. 콘서트가 최고로 멋지면 모두가 만족하리라 생각은 일반 공연의 경우에 해당되는 논리다. 방송을 콘서트화 하는 과정에서 ‘무도화’ 되어 있을 그들이 이런 실수를 한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비극의 서막은 그렇게 울렸다.
<무도>는 예능의 장르적 특성은 물론 TV 시청패턴까지 바꿨다. 그 속에는 함께한다는 정서적 유대와 성장 스토리는 물론, 사회 참여, 진보적 정치성향의 은유를 통해 만들어낸 패밀리십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패밀리십은 SNS 자기소개란에 ‘무도빠’라는 걸 공공연히 밝히고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에서 보듯 연예인 팬클럽 이상의 강력한 팬덤과 마니아층을 만들어냈다. 더 나아가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언론 자유를 위한 파업의 상징화가 될 정도로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정직하고 사사롭지 않은 친구와 같은 지위까지 얻게 됐다.
그런데 이번 콘서트 논란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혹시 우리가 남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했다. <무도>와 자신을 한 가족으로 여기던 심리에 균열이 처음으로 생긴 것이다. <무도>는 본방사수를 해야 할 만큼 모든 것을 놓치고 싶지 않은데, 멋진 콘서트가 열린단다. 기쁜 마음에 찾아보니 방송도 안 된다고 하고, 또 하나의 멤버이자 수장인 김태호PD도 <무도>와는 관계가 없다고 의견을 밝힌다.
뭔가 이상한데, 가격도 일반 공연과 같은 수준에다 VIP석 배치도는 분명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논란이 일자 황급히 가격은 하향조정 됐고, <무도> 결방을 아쉬워했을 시청자 여러분을 위해 보답 차원에서 준비했다는 홍보 콘셉트는 MBC <무도>와는 무관한 이벤트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가 알던 <무도>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물론, SNS를 통해 비난이 접수되자마자 <무도> 내부적으로도 이 정서와의 충돌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는 ‘슈퍼7’콘서트의 홍보 문구에서 <무도>의 이름을 뗀 것이나 티켓 가격의 전면 조정, 관여는 안 하더라도 열렬히 응원해 줄 수 있는 김태호PD가 애써 거리를 두는 듯한 발언 등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가 멤버인 동시에 눈총 따가운 길이 포함된 리쌍컴퍼니라는 점에서 감정은 과잉 충돌했고, 일부 극성맞은 사람들은 비난의 화살촉에 독을 발랐다.
리쌍의 폭탄선언이 터진 이후, 또 하나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거나 문화콘텐츠에 대한 몰이해가 만연해 공짜만 밝힌다며 ‘이 땅의 대중’을 비난하는 또 다른 대중이 등장한 것이다. 바로 이번 사태가 남긴 두 번째 앙금이다. 이들은 ‘슈퍼7’콘서트는 <무도>와는 상관없는 공연인데 자기들이 원하는 틀에 <무도>를 가두려고 하는 극성팬들이 일을 또 그르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보이는 주장이다. 허나 핵심을 잘못 짚었다. 뒤집어보면 사건의 원인을 <무도>밖에서만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그들이 그렇게 경계하는 ‘무도빠’의 또 다른 버전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보인다. 일부 대중들이 문제라고 선긋기 전에 <무도>가 특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실체가 없는 대중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도 해결책이 안 되며 <무도>에 더 큰 분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앞서 언급한 <무도>의 정서를 인정한다면 ‘슈퍼7’콘서트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을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또한 난폭한 악플러와 키보드 워리어를 이번 사건의 핵심 사안으로 보는 것도 적합하지 않다. 얼마 전 티아라 사태 때 멤버들에게 쏟아진 인신공격과 언론의 파상공세와 비교해보면 이번 경우는, 비난 여론의 규모나 소통의 기회 측면에서 봤을 때 너무 이른 시간 내에 극단적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결코 대중은 공짜를 바라고 들쑤시는 모리배들이 아니다. 물어뜯을 먹이만 기다리는 하이에나도 아니다. 어떤 특정 습성을 가진 대중이란 실체는 없다. 인터넷의 언어폭력은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콘서트에 의문을 제기한 사람들은 <무도>의 한결같은 모습을 바랬던 것이다.
‘새로운 대중’의 주장은 ‘슈퍼7’콘서트를 순수하게 ‘공연’의 관점으로 봤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슈퍼7’과 <무도>는 어떤 식으로 설명해도 분리될 수 없다. 출연진부터 게스트 진용까지 <무도>와 궤를 같이 한다. 이들이 단지 콘서트에서 ‘무한도전’을 외치지 않더라도, 이들이 방송에서 보여준 적 없는 공연을 하더라도, 관객동원에서부터 출연자들의 캐미스트리까지 모두 <무도>가 저작권 범위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무도>의 콘서트는 공연을 라디오 방송으로 원소스멀티유즈화한 <컬투쇼>나 사회참여 후 획득한 이미지를 브랜드화 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등의 사례와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개콘> 멤버들이 행사를 뛰는 것과 비슷한데, 이들은 <개콘>을 애써 지우지도 않고, 시청자들을 위해서 나섰다고 하지도 않는다. ‘슈퍼7’콘서트는 <무도>라는 높은 기대치와 현실, 명분 사이에서 스텝이 꼬이고 만 것이다.
‘슈퍼7’콘서트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비싸다거나 그렇다면 기부를 하느냐는 식으로 물고 늘어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들의 요구나 비난의 정도가 매우 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저엔 이번 콘서트를 <무도>의 연장선상에 놓고 보는 시선이 깔려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하나마나특집’ 이후 <무도>는 무대의 문턱을 낮추면서 시청자들, 팬들 곁으로 다가갔고 일종의 재능기부처럼 사회 환원에 적극 참여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번 콘서트도 의미가 있고, 함께할 수 있는 <무도>만의 콘서트일 것이라 기대하는 건 그리 어색한 추론이 아니다. 그런데 <무도>의 이름만 뗀 채 일반 콘서트와 다를 바 없이 진행되니 갸우뚱하고, 실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리쌍 컴퍼니 측의 반응은 이런 분란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하차 선언은 자신의 선의가 오도되는 데 대한 분노에 가까웠다. 애초에 상업적 목적으로 기획한 것도 아니고 콘서트 수익금을 갖고 다양한 기부 등의 선행을 할 계획이었는데 <무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자 참지 못한 듯하다.
<무도>의 정서를 고려했을 때, 이번 콘서트에 대한 여러 물음은 당연히 나올 수 있는 이슈였고, 감정적 대응보다 해명이 앞서야 했다. 굳이 <무도>를 벗어나 ‘슈퍼7’콘서트를 해야 하는 이유를 밝혔어야 했다. VIP석 배치문제도 마찬가지로 빨리 설명을 했어야 했다. 문제를 책임지려는 태도는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하차의 변에 담긴 설명과 극단적 결정이 겹쳐져 길과 리쌍 컴퍼니가 피해자의 위치에 서면서 <무도>에 남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길은 강호동이나 김구라와 달리 모든 것을 내려두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하려 했어야 했다. 이렇게 떠나버리면 길도 그렇지만 진정성을 의심받은 <무도> 또한 상처를 입고 절뚝이게 된다. <무도>를 둘러싼 감정이 ‘취향의 향유’에서 ‘분노’로 이어지는 길목을 열어주는 셈이다. 책임을 질 생각이라면 소통을 아예 두절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 노력하고, 설명해서 풀어야 한다. 시청자 편에 서는 것이 바로 <무도>의 스타일이자 <무도>의 원동력이고, 언론 자유화 파업의 일선에 나설 수 있는 무기였다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길은 가던 길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멤버들은 그가 잘 돌아올 수 있도록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 거목일수록 한 방에 쓰러지는 법이니 더욱 주의해야 한다. 길이 하차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지금 각자의 입장에서 분노하고 아쉬워하는 <무도> 팬들을 다시 한 가족으로 만드는 길이다. 파업 후 다시 시동을 거는 이 시점에 <무도>가 흔들리는 것은 어떤 입장을 가진 팬이든 아무도 원치 않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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