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대장금2>가 웬 말이냐

[엔터미디어=조민준의 드라마 스코프] 영화도 그렇지만, 역사에 남을 만큼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면 속편을 통해 그 영광을 다시 한 번 맛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다. 헌데 거의 10년 지나서야 나온 <대장금2> 소식에는 오로지 갸우뚱한 기분만 남을 뿐이니, 오늘은 그 연유를 하나씩 따져볼까 한다.

첫 번째는 보도들을 통해 알려진 절차적인 문제들이다. 여러 정황들을 보면 기획부터 졸속의 혐의를 지우기가 어려운데, 이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달 11일 MBC 김재철 사장의 중국방문 보도에서였다. <대장금>을 중국에서 처음 방영했던 후난위성방송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년에 <대장금2>를 방송하게 되면 중국에서는 후난TV와 우선적으로 협상하겠다.”고 했다는 것.

그전까지는 없던 이야기라 깜짝 놀라긴 했지만, 물밑에서는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었나했다. 헌데 후속보도들을 보면 가관이라. <대장금>의 작가인 김영현 씨는 ‘집필에 관해서 논의된 것도 없다’고 하고, MBC 드라마본부장인 장근수 씨 역시 ‘내년 제작으로만 정해놓았을 뿐 구체적인 것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이상 뉴스엔 보도 인용) 또한 연출을 맡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던 박홍균 드라마 제2부장 또한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이상 오마이뉴스 보도 인용) 요컨대, 실무선에서 기획된 내용은 백지보다도 나을 게 없다는 얘기다.

대개 드라마 기획은 직접 작품을 쓰고 연출할 작가와 PD에 의해 상향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적어도 보도 내용들만 좇자면 <대장금2>는 드라마국 내부에서 최소한의 기획도 만들어지지 않은 채 사장이 선언하고, 실무자들은 그 하달을 이행해야 하는 형국이 된 셈이다. 절차의 구시대성은 둘째 치고 어쨌든 그에 따라 꾸역꾸역 작품을 만든다고 해도 여기에는 반드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노릇.

이는 그 두 번째 연유로, <대장금>이라는 대하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내용상의 특성 탓이다. <대장금>은 기본적으로 영웅성장서사였다. 그리고 이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수랏간이 주무대였던 전반부와 장금이가 내의원에서 활약하는 후반부가 그것. 헌데 성장서사라고 할 만한 내용의 상당한 부분은 이 전반부에서 끝난다. 내의원에서도 장금이가 배울 만한 내용들은 많았겠으나 이 후반부 전개의 대부분은 지리한 음모와 탄압, 그리고 복수극으로 채워졌다.

여러 경합과정들을 거치며 생동감 넘치는 성장과정을 보여주었던 장금이는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을 괴롭히는 음모들을 분쇄하느라 동분서주할 따름이었고, 그에 따라 열이(이세은)와 같이 기능적인 악역 캐릭터들이 전반부의 금영(홍리나)이라는 매력적인 라이벌을 대체하기도 했다.



아마 원작자인 김영현 작가가 <대장금2> 집필에 난색을 표한 것도 비슷한 이유일 듯한데, 영웅성장담의 기승전결을 이미 다 보여준 캐릭터에게 무엇을 더 기대할 수 있을까? 이는 말하자면 한글반포 후의 세종대왕 이야기를 다루겠다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딸도 낳고 초야에서 가난한 환자들을 돌보며 사는 장금이를 궁으로 굳이 다시 불러들인다고 치자. 성장동력이 남아 있지 않은 장금을 기다리는 건 아마 기능적인 탄압과 음모의 무한루프일 것이다. 그거라면 이미 <대장금> 방영당시에도 연장된 4회분까지 충분히 봤다.

<대장금2> 계획이 마뜩찮을 수밖에 없는 마지막 이유는, MBC라는 방송사가 최근 드라마를 다뤄온 우려스러운 방식 때문이다. 한때는 가장 실험적이었고 심도 있는 사회적 의제를 건드리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던 MBC 드라마의 명성은 옛말이요, 오로지 한류를 등에 업은 상업주의와 트렌디 일색으로만 브레이크 없이 달리고 있는 듯 보이니 말이다.

심지어 지상파에서 가장 상업적이어도 무방할 SBS에게도 어느덧 기획의 혁신성에서 밀리고 있지 않은가. 단적으로 SBS 최고의 화제작이 지난해는 <뿌리깊은 나무>, 올 상반기에는 <추적자>였다면, MBC는 작년 <최고의 사랑>, 그리고 올해 <해를 품은 달>이었다. KBS는? 3년 전부터 ‘드라마스페셜’이라는 단막극 시리즈를 부활시켜 드라마의 근간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는데 반해, MBC는 이러한 노력 또한 지속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뜬끔없이 나온 <대장금2>에 관한 이야기들은 이미 퇴행적으로 흐르고 있는 MBC 드라마의 시간을 10여년 전으로 되돌리겠다는 처사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한류의 지속도 중요하고, 나 또한 우리나라의 드라마가 좀 더 많은 나라의 사람들에게 소개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2012년에는 2012년에 맞는 또 다른 메뉴가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드라마 컨텐츠의 경쟁력은 이미 검증된 데다, 더 매력적이고 훌륭한 작품들로 해외를 놀라게 할 역량 또한 충분하다. 그리고 그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대장금2> 기획 관련 보도에서 드러났듯 시스템의 구시대적 난맥상부터 바로잡는 게 먼저다.


칼럼니스트 조민준 zilch92@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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