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 안개 속 진실을 이해관계 없이 바라본다는 것

 [엔터미디어=정덕현] 본래 공력이 있는 드라마는 시작부터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 법이다. 거꾸로 말하면 초반에 과한 장면들이 난무하는 드라마는 사실상 소리만 시끄러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시즌2로 돌아온 tvN 토일드라마 <비밀의 숲2>는 확실히 공력이 있는 드라마라는 걸 첫 회부터 보여준다. 시청자들을 애써 낚으려는 과한 장면들 없이도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어느 새 안개가 가득해 그 형체를 알아보기가 어려운 진실과 비밀의 숲 한 가운데 서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어두운 밤, 안개까지 가득 낀 통영 어느 바닷가 도로를 차를 타고 지나는 황시목(조승우) 검사로부터 시작한다. 이제 통영을 떠나게 되는 황시목을 위해 환송회가 마련되어 있고 지검장까지 그를 기다리는 상황이지만, 황시목은 그 도로에 출입통제선이 훼손되어 있는 걸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그 곳을 빠져나왔던 황시목은 구급차가 그쪽으로 급히 출동하는 걸 확인하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별 대단한 사건처럼 보이지 않지만 황시목이 어떤 검사인가를 잘 드러내는 첫 시퀀스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조직에서의 관계같은 것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또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다만 자신의 앞에 놓인 어떤 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걸 그 첫 시퀀스가 보여준다. 그리고 그 어두운 밤과 안개 속에 서 있지만, 무감한 표정으로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고 있는 황시목의 그 시선이 바로 이 드라마가 전편에 이어 시즌2에서도 하려는 이야기라는 걸 드러내준다.

그런데 이런 조직의 논리나 관계가 아닌 사건의 진실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인물은 황시목 하나가 아니다. 경찰청으로 파견되어 수사구조혁신단에서 일하는 한여진(배두나) 또한 그런 인물이다. 황시목이 그 통영 바닷가에서 벌어진 대학생들의 익사사고가 사고가 아닌 사건이라 의심하며 현장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한여진은 그 시각 현장에서 올라온 SNS 셀카커플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황시목과 한여진은 그 셀카커플이 인생사진을 찍겠다며 그 출입통제선을 끊었고, 그로 인해 대학생들의 익사사고가 벌어졌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등장한 이후 하루도 되지 않아 이 사건이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되자 거기에는 전관예우라는 부정함이 더해져 있다는 걸 의심하게 만든다. 게다가 황시목은 처분서에 지난 시즌 그를 지원했던 강원철(박성근)의 싸인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사실 어찌 보면 통영에서 벌어진 대학생 익사 사건은 아주 가벼운 사건처럼 보일 수 있다. 즉 힘 있는 부모를 가진 철없는 커플이 셀카사진을 찍기 위해 출입통제선을 끊은 것이고, 그것이 익사사고로 이어졌던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검찰 내부의 어떤 권력의 입김은 이 작은 사건이 일으킬 만만찮은 파장을 예고한다. 게다가 마침 검찰과 경찰 사이에 수사권을 두고 치열한 여론전과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비밀의 숲2>는 전편에서도 그랬듯 애써 힘을 주기보다는 찬찬히 사건들을 중첩시키고 이어나가며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그 깊은 숲속으로 끌어들인다. 여기서 중요해지는 건 그 많은 관계들에 휘둘리는 조직 속에서 무감한 얼굴로 주어진 사건의 진실을 향해서만 달려가는 황시목과 그와 같은 신념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한여진의 시점이다.

특히 어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고 무감한 황시목의 그 시선은 시청자들이 계속 궁금증을 더하게 만드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진실을 향한 어떤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어쩐지 이번 시즌에도 황시목의 그 무감한 얼굴에 빠져들 것만 같은 기시감이 드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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