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근영·지진희는 왜 <런닝맨> 고정을 원했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주 게스트인 문근영과 이번 주 게스트인 지진희는 모두 입을 모아 고정 멤버로 들어오고 싶다고 말했다. 게스트로서의 예의일 수도 있고, 분량을 위해 그냥 던지는 립서비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분위기를 주도 했다. 다른 예능이 아니라, <런닝맨>만큼은 재밌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는 것은 <런닝맨>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일종의 힌트와 같다.

<런닝맨>의 매력은 쉼 없는 호흡이다. 다 같이 둘러앉아 뒤를 돌아볼 필요도 없고, 사고를 쳤어도 개리처럼 짧지만 시원하게 오프닝에서만 짚고 넘어가니 ‘고백’ 콘셉트의 무언가를 진행하지도 않는다. 그런 것보다는 게임하고 뛰고, 떼기만 잘 하면 된다. 이를 카메라 앞이자 시민들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친다는 것. 그것 하나만 고려하면 된다. 무대가 시청자와 시민들 앞이기에 그 어느 누가 게스트로 나와도 친근하게 녹아드는 배경이 된다. 시청자들은 그 누가 나온들 반가워하고, 프로그램 내에서는 마치 단체 줄넘기를 하듯 단박에 어우러진다.

<런닝맨>은 타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과 궤를 달리한다.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일련의 과정들이 리얼리티(여기에 대한 의혹 등의 반론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다) 형식으로 진행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처님 손바닥처럼 제작진이 설정한 게임의 룰 안에서의 이야기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설정, 바로 제작진이 설치한 장치다. <런닝맨>의 제작진은 이번 주에 선보인 ‘열차 탈락 레이스’나 ‘미래를 보는 자’처럼 매번 다양한 장치를 삽입해, 출연진들이 즐겁게 뛰어놀 수 있도록 놀이동산을 만들어 놓는다.

그 위에서 <런닝맨>의 멤버들은 놀이동산을 원활하게 운영하는 도우미 역할을 한다. 임팔라 지석진은 약체, 이광수와 하하는 배신과 권모술수, 송지효와 김종국은 능력자, 유재석과 개리는 세력의 균형을 맞추고 융합하게 하는 일종의 완충지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놀이동산과 능력 있는 다양한 도우미들이 갖춰졌으니 손님이 한 명이 오든 대여섯 명이 오든 큰 상관이 없다.

지난 회의 문근영이 그리고 이번 회에서는 유경험자인 지진희가 배신자 놀이를 하며 나름의 활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놀이동산 속에 들어가 뛰어 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처럼 개인기를 보여준다거나 말을 재밌게 해야 한다거나 토크가 진행되는 와중에 재치를 발휘할 필요가 없다. 또한 게임 속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입장이 되기 때문에 분량의 압박에서도 자유롭다. 캐릭터란 어차피 게임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에 다른 리얼 버라이어티와 같은 패밀리십과 같은 감정선을 고려할 필요도 없다. 그저 잘,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



제작진은 질리지 않도록, 매번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고, 이를 가다듬는다. 초등학생 이하 연령층에서 <런닝맨>의 영향력은 ‘닌자고’ 외에는 딱히 비견할 것이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마치 간단한 롤플레잉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몰입하듯 <런닝맨>에 빠져들게 하는 것은 단순하고도 강력한 설정의 힘 때문이다.

가령 ‘미래를 보는 자’의 경우 특수한 딱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이를 사용하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몇 분 후의 상황을 보고 온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즉, 일정 시점부터 벌어진 일을 다시 한 번 재현함으로써, 또 다른 운명의 기회를 준다는 설정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열혈물이나 일본 아동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특성을 버라이어티쇼에다 접목한 초능력 시리즈의 일종으로, 방울레이스처럼 하나의 특화된 장치로 정착한 듯하다.

일면 유치하지만 쫓고 쫓는 술래잡기의 간단한 공식을 이처럼 다양한 장치를 개발함으로써 변주한다. 지난주 문근영부터 열정적인 배신자 지진희, 최약체 송창의까지, 그 어떤 게스트가 와도 프로그램과 게스트가 잘 살 수 있는 까닭은 바로 게임의 틀을 질리지 않도록 유지 보수 개선한다는 데 있다. 그 덕분에 이제 게스트 없는 <런닝맨>은 잘 상상이 되질 않는다.

요즘 일부 예능 제작진들은 SNS나 해당 프로그램 혹은 다른 여러 매체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시청자들에게 드러내려고 노력한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제작진의 존재 자체도 시청자들과 호흡할 수 있는 하나의 축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빅브라더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런닝맨>의 제작진은 애써 카메라 앞에 나서지 않지만 그들의 존재는 다른 누구보다도 더욱 크게 다가온다.

게스트의 능력과 성향에 전혀 휘둘리지 않고, 그 누가 나와도 윈윈할 수 있는 프로그램, 딱지치기와 같은 익숙한 게임을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은 물론 장치 자체를 개발하는 <런닝맨>의 제작진을 게스트의 활약을 통해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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