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나생명에 이어 악사손보도...끊임없는 외국계 매각설
불황에도 보험사 매물 높은 매각가 형성...‘비이자이익’ 확대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한국’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악사손해보험의 매각이 알려진 가운데, 지난달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또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KB금융그룹에 매각돼 국내 철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계 보험사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고, 메트라이프생명과 AIA생명의 철수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령화·저출산·저금리로 국내 보험산업의 이익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규제 변화로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을 떠나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은 동남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외국계 보험사들은 지금을 국내 보험시장을 탈출할 수 있는 최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보험산업 불황에도 불구하고 보험사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금융그룹과 사모펀드 등의 치열한 입찰 경쟁으로 예상보다 높은 매각가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는 저금리 장기화로 금융사들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 보험업 확장·진출을 원하기 때문이다.

사진제공=악사손해보험
사진제공=악사손해보험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최대 보험사인 악사그룹이 한국 악사손보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해 삼정KPMG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했다.

악사손보는 지난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로 출범한 온라인 전업 손보사다. 이후 2001년 교보생명이 인수해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7년 악사그룹이 지분 74.7%를 인수하면서 교보악사다이렉트로 다시 간판을 바꿨다. 2009년 교보생명이 악사그룹에 남은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재의 악사손보가 됐다.

악사손보의 매각금액은 1600억~24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악사손보의 총자산은 1조66억 원이었다. 보통 보험사 매각 금액은 순자산에 주가순자산비율(PBR) 0.7~1배를 적용한다. 최근에는 보험업 부진으로 인해 PBR 배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악사손보는 2016년 순이익 410억 원, 2017년 275억 원, 2018년 164억 원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36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악사손보 관계자는 “현재는 해외 본사가 매각을 추진하는지 여부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보다 앞서 지난달 미국 시그나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라이나생명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시그나그룹은 매각설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IB업계는 여전히 라이나생명을 하반기 인수합병(M&A)의 최대어로 보고 있다.

라이나생명은 1987년 외국계 생보사 최초로 한국에 진출해 지난해 말 기준 4조7643억 원 자산 규모의 중형 보험사다. 지난해 순이익은 3510억 원으로 삼성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세 번째를 기록했고, 지급여력(RBC)비율도 305.1%를 유지해 높은 수익성과 건전성을 갖춘 알짜 매물로 평가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라이나생명과 악사손보는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에 관심이 커진 금융사들에게 매력적인 매물이다”라며 “특히, TM채널에 특화된 이들 보험사는 디지털 보험사 전환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해외 자산에 대한 분석·평가 중인 중국 다자보험그룹의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끊임없는 매각설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계 생보사 메트라이프생명과 아시아·태평양 다국적 생보사 AIA생명의 국내 철수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또 미국계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KB금융에 인수돼 국내 철수 절차를 밟고 있고, 2013년 네덜란드계 ING생명, 2016년 독일 알리안츠생명과 영국 PC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국내시장을 떠났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국내 보험산업은 고령화·저출산·저금리로 이익 성장이 둔화되고 있고, 오는 2023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국계 보험사들은 성장이 둔화된 국내 보험시장을 떠나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률이 높은 인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보험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외국계 보험사들도 지금이 국내 보험시장을 탈출할 수 있는 최적기로 보고 있다. 지난해 KB금융은 푸르덴셜생명을 당초 예상보다 높은 2조 원대에 인수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험사 매물은 등장할 때 마다 금융그룹과 사모펀드 등의 치열한 입찰 경쟁으로 예상보다 높은 매각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저금리 장기화로 비이자이익 확대에 관심이 높은 금융그룹들이 보험업 확장·진출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이미 1990년대 초 외국계 보험사들의 이탈현상이 있었다”며 “성장 둔화가 심화되고 있는 국내 보험산업도 외국계 보험사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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