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슈퍼스타K4>가 봉착한 위기의 핵심
- 판은 커졌지만 속은 허전한 <슈스케4>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큰 화제성을 가진 참가자로, 숙소 생활의 중심이 되어 웃음까지 책임진 정준영은 사실 케이블TV 팬들에겐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얼짱시대5>에서 강구(강혁민)와 함께 웃음을 책임지는 4차원 캐릭터로 등장해 지금 <슈스케4>에서 보여준 대부분의 모습을 그때 이미 보여주었다. 화제가 되었던 고은아와의 친분도 이미 그 프로그램을 통해 또래 정서로 보이는 격한 스타일로 표현한 바 있다.
이런 정준영이 전면에 등장한 것은 <슈퍼스타K4>의 경향성을 말해준다. 예선전에서는 그의 눈빛과 외모가 회자됐고, 슈퍼위크의 하이라이트 또한 ‘솔직히 외모가 앞섰다’는 이승철의 고백에 가까운 평을 들은 로이킴과 함께 부른 ‘먼지가 되어’였다. 지난 두 번의 생방송 또한 정준영을 중심으로 로이킴, 그리고 또 다른 매력의 남학생 유승우의 삼각 편대 위주로 이루어졌다. 철저하게 주요 시청 타깃인 여성 팬들을 고려한 노골적인 구성. 오디션쇼에 음악보다 일종의 리얼 버라이어티식의 캐릭터를 부각한 결과 여성 참가자들의 존재감 부족 및 캐릭터가 약한 참가자들의 초반 탈락이라는 결과를 남겼다.
<슈퍼스타K4> 세 번째 생방송 경연에서는 <슈스케4> 제작진의 위기의식이 엿보였다. 시청률, 음원, 화제성까지 예년만 못한 현 상황이 당황스럽고, 무엇보다 이쯤 되면 뜨거워져야 할 축제 분위기가 시들한 것도 예상치 못한 결과일 것이다. 최면까지 이용한 눈물로 시작해, 'go back'이라는 미션을 통해 참가자들이 가장 힘들었던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에 대한 감정, 음악에 대한 열정, 경제적 어려움 등 참가자들이 품고 있는 아픔을 보여주면서 로이 킴의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말처럼 지금 이 오디션 쇼에 부족한 공감과 감정 이입의 장치를 마련을 위한 카드를 뽑았다. 게다가 심사위원진은 단 한 번밖에 쓸 수 없는 탈락자를 구제하는 슈퍼세이브까지 몰아서 썼다. 허나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무대의 질과는 상관없이 누가 봐도 예상 가능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문제는 스타를 미리 지목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성장과 반전이 없으니 아무도 폭발하지 않는다. 이미 정해진 캐릭터와 스타성을 더욱 지키는 방향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인지 의중을 알 수는 없다. 허나 예전처럼 장르를 뒤바꾸는 일면 무리수에 가까운 ‘도전’ 미션들이 사라지고, 참가자들이 각자 잘 할 수 있는 것 위주로 미션이 주어진다.
저걸 어떻게 소화할까 싶은 기대나 새로운 장벽을 넘어서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울랄라세션의 ‘미인’이나 장재인의 변신 등 시청자의 뇌리에 남는 놀라운 무대가 보이질 않고, 가장 심각한 것은 존박과 허각의 대결처럼 누가 탈락할 것인가라는 긴장감이 조성되지 않는다. 남은 건 아이돌을 응원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 팬덤만이 남을 뿐이다. 생방송 중간 발표된 탈락 위기자로 정준영, 로이킴, 홍대광이 지목됐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흘러간 것이 결국 그런 방증이다.

물론, 반전의 물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오디션쇼의 가장 큰 특징은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에 있다. 시청자들이 오디션쇼에서 원하는 건 완벽한 스타라기보다, 자신들이 스타를 만들어간다는 즐거움, 그리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전에 있다. 그래서 <슈스케4>를 즐기고 싶은 시청자들은 드디어 스스로 그 즐거움을 찾기 위해 나섰다. 정준영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홍대광을 주목하는 것이다.
아무런 끼가 없는 착한 남자, 평범한 외모, 깨끗한 목소리, 엄친아와는 상관없는 스펙을 가진, 힘겹게 생방송 무대에 합류한 음악 이외에는 우리 주변의 그 누구라 해도 별 이상할 것이 없는 홍대광을 응원하며 오디션쇼에서 펼쳐졌으면 하는 기적을 바라는 것이다. 현재 사전 온라인 투표에서 홍대광이나 겨우 탈락을 모면한 딕펑스가 뒤늦게 큰 인기를 얻는 건 바로 이런 이유다.
오디션 쇼도 하나의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했을 때 많은 시청자들이 관심 있게 바라볼 스타성 있는 참가자를 제작진이 은은하게 부각하는 건 나름 명민한 태도다. 허나 그 정도를 어디까지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이건 마치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놓고 벌이는 경제학자들의 싸움과도 같다. 확실한 건 이번 시즌은 정도가 과했다는 것이다.
스타 탄생을 지켜보고 그 안에서의 스토리에 자신도 참가라는 근원적 재미를 반감시킨 것이 오늘날 <슈스케4>가 봉착한 위기의 핵심이다. 기존 시스템으로 성공 못하는 사람을 보듬는 오디션쇼만의 단점이 사라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은 사그라졌고 이미 그 대안을 삼을 만한 참가자들은 자신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기 전에 너무 일찍 사라졌다. 시청자들이 꼽을만한 대안은 홍대광 한 명뿐이다. 이것이 판은 커졌지만 속은 허전한 <슈스케4>의 현재 모습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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