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와 저금리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 커져 변화보단 안정적 경영 가능성 커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고 있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두 행장 임기만료가 올해 연말로 다가왔다. 통상적인 은행장 임기 ‘2+1년’을 다 채운 허인 국민은행장은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의 3연임 성공 여부에 따라 거취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편,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아직 처음 부여된 2년 임기만 채운 상황이라 1년 기회가 더 주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허 행장은 올해 상반기 리딩뱅크 탈환과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해외사업을 강화해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진 행장은 신한은행의 디지털 강화에 속도를 붙였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소비자보호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 장기화와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민·신한은행이 무리한 행장 교체로 변화를 꾀하기보단 기존 인사를 그대로 유지해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왼쪽부터)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제공=각 사
(왼쪽부터)허인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제공=각 사

허 행장과 진 행장은 각각 11월과 12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허 행장은 지난 2017년 KB금융 회장과 국민은행장이 분리되면서 첫 행장 선임됐고, 2년 임기를 마친 이후 지난해 1년 연임에 성공했다. 통상적인 은행장 임기인 ‘2+1년’을 채운 허 행장의 올해 재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일단, 허 행장의 재연임은 긍정적이다. 우선, KB금융 윤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는 점에서 허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 또 상반기 리딩뱅크 탈환이 허 행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573억 원으로 같은 기간 신한은행 1조1407억 원보다 9.3% 앞섰다.

특히, 허 행장은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 터진 사모펀드 판매부실 사태에서 주요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국민은행만 자유롭다. 이로 인해 국민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충당금 부담을 덜었고, 펀드 판매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였다. 허 행장은 최근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체계를 개편하며 소비자 자산관리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허 행장의 이번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되는 해외사업의 약진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소액대출기관(MDI)인 프라삭 지분 70% 인수에 성공했고, 미얀마 은행업 예비인가 취득에 이어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등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영토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각 사
사진제공=각 사

한편, 오는 12월 임기만료를 앞둔 신한은행 진 행장의 연임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아직 처음 부여된 2년 임기만 채운 상황이라 1년 기회가 더 주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진 행장의 이번 임기 중 가장 주목되는 성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과제 달성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2월 ‘신한 DT 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디지털 체질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DT 추진단은 출범 6개월 만에 추진과제 255개 가운데 절반 이상을 마무리했거나 완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진 행장이 진두지위하고 있는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킹 쏠(SOL)은 주요 은행 플랫폼 중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진 행장은 고객중심, 소비자보호 경영에 집중했다. 신한은행은 올해부터 은행권 최초로 전 영업점에서 스스로 영업 목표를 세우고 평가하는 ‘같이 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했고, 영업 성과를 절대 평가로 판단하는 ‘목표 달성률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한은행은 고객들이 영업점 이용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는 굿(Good) 서비스 경험조사,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시작한 금융소비자보호 오피서 제도 등 고객 중심 서비스를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신한은행의 두 행장은 임기 중 양호한 경영성과를 냈다”면서 “저금리 장기화와 코로나19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두 은행이 행장 교체를 통한 변화보다 기존 인사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