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숙, 이 독보적인 여배우의 진면목
[엔터미디어=신주진의 멜로홀릭] “배우는 스캔들이 없으면 배우의 존재 자체가 없어요. 그게 어떤 스캔들이냐가 문제인데, 이 나이에 네이버를 달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요.” 며칠 전 한 라디오 프로에 나와 말했다는, 자신의 스캔들에 대한 배우 이미숙의 소회가 사뭇 감동적이다. 그녀는 같이 멜로연기 하고 싶은 배우를 꼽으라는 질문에도 서슴없이 씨엔블루 이종현을 들었다. 과거의 17세 연하남과의 불륜설로 현재 곤혹을 겪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항상 그래왔듯, 이 여배우, 당당하고 멋지다.
열애설에서부터 결혼·이혼설, 마약, 폭력, 음주운전, 섹스동영상 등 연예인과 스타들을 따라다니는 무수한 스캔들이 있지만, 이미숙의 이번 스캔들은 뭔가 찝찝하고 불쾌하고 치졸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그것은 이 스캔들이 이미숙이 故 장자연 사건을 배후조종했다는 전 소속사측의 주장과 함께 엮여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명한 탐사전문기자가 가세하여 증거까지 제시하는 등 법정 소송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이미숙의 장자연 사건 배후조종설은 비유하자면 그 악명 높은 강기훈 유서대필설 만큼이나 어이없고 황당한 것이다. 필요할 때면 나타났던 ‘00간첩단’ 사건들이 연상되는 ‘배후조종설’이 아직도 활개를 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이미숙이 장자연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 알지 못한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그것은 장자연사건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숙의 연하남과의 불륜설은 장자연사건의 본질과 전혀 무관하다. 장자연 사건은 그게 어떤 계기로, 어떤 방식으로 터져나왔건 그 자체로 커다란 사회적 이슈이다. 장자연 사건의 본질은 장자연의 죽음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자연의 죽음을 부른 구조화된 성상납문제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장자연 자신을 포함해서 소속사와 성상납을 받은 고위권력자들 등 많은 사람이 책임이 있고, 사건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스캔들은 자연스럽지 않다. 기껏해야 그 흔한 소속사와 배우 간의, 혹은 소속사끼리의 이권분쟁일 터인데, 이런 식으로 사건을 엮고 까발려서 대단한 흑막이 있는 것처럼 배우의 발목을 붙잡는 것은 치졸하고 비열하다. 온전히 해결되지 못했던 장자연 사건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 문제가 흐려지고 덮이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에 비해 이미숙 본인의 대처는 현명하고 성숙해 보인다. “나는 글쎄…. 제가 뭘 잘못한 건 아니거든요. 사람이 다 자기 생활은 있잖아요. 배우가 유령도 아니고. 지극히 제 개인적인 일이고 지나가는 이야기인데 그걸 그렇게 음해성으로 만들어 퍼뜨리는 건…. 그게 다 사실이었다면 저라는 배우는 존재할 수 없는 거죠.”(중앙일보 인터뷰 중)

그녀가 스캔들에 대처하는 방식은 자신이 배우라는 것을 자각하고, 배우라는 자부심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답이다. 그녀는 그 나이에 젊은 남성과 멜로가 가능한 독보적인 여배우이다. 본인이 직접 말한 것처럼 빅뱅의 탑이나 씨엔블루의 이종현과도 멜로가 가능할 정도다. 실제로 유아인은 이미숙과 25금 멜로를 찍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것은 그녀가 배우로서, 여자로서 온전히 자신이 자신의 주체임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엄마가 되어도 자신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여자. 자식을 위해 헌신할 때조차 그것이 오롯이 자신의 욕망으로 되돌아오는 여자. 나이든 여성의 이미지가 고정되는 것을 한사코 부정하는 여자. 그녀의 이러한 이미지가 아마도 그녀의 스캔들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자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아는 영민한 배우이다.
스캔들은 스타에 대한 선망과 질시,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스타 자신과 기획사·방송사와 언론과 대중이 합작하여 만드는 스타를 소비하는 방식이다. 뭔가 선정적인 얘기면 더욱 좋고 쇼킹하거나 자극적인 얘기일수록 더욱 재미있는. 스캔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부풀려지고 다이나믹해진다. 그래서 어떤 경우는 당사자에게 가혹하고 치명적일 수도 있지만, 스캔들의 다수는 형편없이 허접한 것들이다. 뒷담화나 가십처럼, 술자리 안주용으로 분위기 띄우기용이나 내부 단합용으로 쓰이고 사라지는.
스캔들의 재미는 사실이냐 아니냐, 어디까지가 진실이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에 있지만, 정작 스캔들에서 사실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도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 논란 자체가 흥미진진한 것이다. 물론 매체들의 선정성과 자극성은 나날이 한계 수위를 높이고 있고, 사람들의 감각도 그에 맞추어져 간다.
중요한 것은 스캔들에 대처하는 당사자들의 자세이다. 스캔들은 스캔들일 뿐이다. 특정한 범죄사건이 아닌 사생활이라면 그것은 오로지 그 자신의 영역에 속한다. 노출이 안 되도록 관리를 잘할 필요는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돼서 노출되었을 때의 이미지를 자신이 감당하면 그만이다. "그래도 제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이 이 일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으니까, 그런 것들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캔들에 대처하는 여배우의 위엄, 이미숙은 큰 배우이다.
칼럼니스트 신주진 joojin913@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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