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 김태원, 그의 멘토링이 기적을 만드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그대가 탈락을 하더라도 그것이 오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것을 잊지 마셔야 합니다." "부활이라는 이름이 전혀 부끄럽지 않습니다. 그대는 진정 부활입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술이다. 부활의 이야기를 본인은 물론 멘티들에게도 써가고 있는 '위대한 탄생'의 멘토 김태원 이야기다. 12명이 벌인 첫 번째 경연에서 그의 멘티들인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은 멘토의 말대로 기적처럼 모두 '합격'을 받았다. 그런데 이게 과연 그저 우연히 벌어진 기적일까. 비밀은 김태원 멘토링에 있다.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부활한 손진영에게 김태원은 '미라클 맨'이라는 호칭을 주었다. 그러자 손진영의 단점으로 지목되었던 부담스러울 정도로 지나친 절절함의 이미지는 순간적으로 희석되었다. 그는 그 절실함을 넘어서 이미 기적을 만드는 사람의 스토리를 갖게 되었다. 또 백청강에게 '슬픈 인연'을 선곡하면서 김태원은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이 노래의 감정이 백청강으로 하여금 아버지를 생각하게 할 것이라는 전제였다. 그러자 백청강이 부르는 '슬픈 인연'은 객석에 앉아 있는 그의 아버지 모습과 오버랩 되면서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심사위원들의 점수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12인의 경연에서 생방송 대국민투표는 거의 당락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즉 그 경연 과정이 보여주는 경쟁자들의 모습이 어떤 이미지로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그러니 멘토나 심사위원이 하는 한 마디 한 마디나 또 무대에서 노래하기 전에 짧게 삽입되는 멘토와 멘티의 이야기는 의외로 중요해질 수 있다. 물론 무대 위에서의 노래와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것 역시 어떤 다른 감흥을 만들어내는 건 무대 바깥에서부터 만들어진 이야기다.

김태원은 바로 이 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멘토다. 그는 특유의 스토리텔러로서의 힘을 멘토링을 통해 멘티들에게 부여한다. 이것은 노래를 완벽하게 편곡을 하거나, 가창을 완전하게 만들어내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다. '위대한 탄생'은 그저 오디션이 아니고 방송을 통해 대국민투표로 이뤄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방송을 이해하고 끝까지 자신의 멘티에게 이로운 스토리를 엮어주는 김태원 멘토링이 실제 기적을 만들어내는 이유다.

방송에서의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따라서 끊임없는 멘토링의 연장인 셈이다. "음악은 발명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는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음악이 단지 아름다운 멜로디와 가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이란 걸 그는 정확히 알고 있다. 그의 멘토링은 따라서 멘티들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에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손진영, 양정모, 이태권, 백청강을 앉혀놓고 외인구단이라 이름 붙이면서 "너희들이 돼야, 너희 같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그 가치 부여의 멘토링은 시작된 셈이다. 혹 어쩌면 손진영을 마지막 멘티로 뽑으면서 "지금부터는 진짜 기적을 만드셔야 합니다"라고 말했을 때부터 그의 미라클 맨 만들기는 시작 되었는 지도 모르는 일이다.

작년 우리는 박칼린이라는 리더십의 멘토링을 발견한 적이 있다. 때론 강하게 때론 한없이 부드럽게 각 개개인들의 특성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두고 그것을 모아 하나의 하모니를 이뤄내는 그 멘토링 과정에 우리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우리는 그 밑에서 멘티로 서 있던 김태원 멘토링을 발견했다. 그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거나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그 멘티 자체가 가진 가치를 발견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의미를 증폭시켜주는 멘토링을 선보였다.

이른바 멘토 갈증의 시대에 우리는 멘토링에 목말라 있다. 그래서 서점가에만 나가보면 "이렇게 해라", "이걸 고쳐라" "이걸 바꿔야 성공한다" 같은 강권하는 멘토링이 넘쳐나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진정한 멘토링일까. 도대체 누가 누구를 가르치고 고치려 한단 말인가. 그저 자세히 바라봐주고 그 속에 있는 가치를 발견해주고 그것을 끄집어낼 수 있게 증폭시켜주는 김태원 멘토링이 지금 주목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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