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발로 변신한 정은지, 뮤지컬도 접수할까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에이핑크 정은지가 첫 뮤지컬에 도전했다.

정은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름다운 금발의 소유자이자 엄친 딸 ‘엘 우즈’역으로 나온다. 작품은 하버드 법대에 다니는 남자 친구 ‘워너’(김산호▪김경수)로부터 헤어지자는 통보를 들은 ‘엘 우즈’가 오기가 생겨 하버드 법대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이다.

지난 2009년 초연 시에는 <금발이 너무해>로 공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로드웨이 라이선스 공연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하게 굳히기 위해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제목에 담긴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바비’ 인형처럼 예쁘지만 외모에만 신경 쓰느라 머리 속은 텅 빈 여자를 ‘리걸리 브론드(Legally Blonde)’로 지칭한다.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는 리즈 위더스푼이 주연을 맡은 2001년 코미디 영화로도 유명하다. 결국 금발여성 ‘엘 우즈’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면서 똑똑한 금발로 변신한다는 내용.

지난 20일 공개된 정은지 표 ‘엘 우즈’는 발랄함과 귀여움이 가득 묻어났다. 애교 넘치는 춤 동작도 사랑스럽게 소화해냈다. 뮤지컬 무대에 처음 오르는 가수들이 흔히 보여주기 쉬운 어색한 몸 동작, 불안한 시선처리 같은 약점도 보이지 않았다. 남자친구가 원하는 진지하고 똑똑한(serious) 여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워너’가 다니는 하버드 법대에 들어간 뒤 보여주는 학구적인 면모도 안정적이었다. 이 정도면 뮤지컬 배우로서 합격점을 받을 수 있겠다.

물론 베테랑 뮤지컬 배우 최우리의 내공을 앞지르기엔 아쉬움도 있다. 1막은 정은지 ‘엘 우즈’, 2막은 최우리 ‘엘 우즈’로 진행 된 프레스 콜 현장을 함께 한 결과 대사를 보다 씹어서 내 뱉는 대사치기, 안정적인 고음 부분에세는 최우리 공연에 한 표를 던질 수 있겠다.



<리걸리 블론드>는 브로드웨이 색채에 한국의 감성을 덧입힌 뮤지컬이다. ‘굽히고 튕겨’나 ‘게이나 발레리노’ 등 한국 상황에 맞는 유머들에 웃음이 터진다. 게다가 그냥 웃고 끝나는 유머가 아니다. '굽히고 튕기고'는 남녀 간의 러브라인을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엘 우즈’가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원작 제목 'Legally Blonde'의 이중적인 의미, 즉 ‘멍청한 금발’에서 ‘똑똑한 금발’로 변신하며 주제적인 면에서도 수긍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다.

<리걸리 블론드>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꼬집고 있을 뿐 아니라 보여지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외모와 지적인 능력의 대비는 ‘엘 우즈’와 ‘비비안’(최영화), ‘캘러한’(조유신)의 대비 등으로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무대 중간 중간 리프트가 설치 돼 밑으로 내려갔다 올라오는 장면 전환이 머릿 속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놓는다. 특히, ‘엘 우즈’의 능력을 치켜세울 땐 위로 상승해 그 뜻을 확고히 하고, 성추행범으로 몰린 ‘캘러한’ 교수의 추락을 보여줄 땐 아래로 하강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올 연말, 제시카(소녀시대), 정은지(에이핑크), 최우리 세 명의 엘 우즈가 선보일 핑크 빛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리걸리 블론드>는 2013년 3월 17일까지 삼성동 뮤지컬 전용극장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배우 진선규와 팀이 치열한 하버드에서 깡으로 버틴 재원 ‘에밋’으로 분해 엘 우즈 앞에 닥친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한다.


공연전문 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pmc 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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