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페라스타', 좀 더 팝적이면 안 될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임정희가 'Habanera(하바네라)'를 부르고, 테이가 'La Donna E Mobile(여자의 마음)'을 부른다. 신해철이 부르는 '그라나다', 또 김창렬이 부르는 '남몰래 흘리는 눈물'은 어떨까. 사실 '오페라스타'는 이런 크로스 오버되는 지점 자체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오페라라는 대중들에게 조금은 낯선 지대가 대중가수들에 의해 조명된다. 게다가 오디션 형식이다. 결국 한 명은 탈락하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가수들에게는 자신들의 전공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나는 가수다' 만큼의 큰 충격은 없는 편이다. 가수가 오페라를 좀 못했다고 무슨 오점이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실제로 첫 무대는 꽤 볼만한 지점들이 있었다. 김창렬이 부모님 생각에 흘린 눈물은 그가 부른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어떤 스토리로 엮어졌고, 바람둥이 콘셉트로 변신한 테이의 무대나, 마왕의 카리스마를 오페라에서도 여전히 보여준 신해철의 무대 역시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그들이 낯선 오페라를 배우는 과정은 충분히 예능으로서의 재미를 보여주었고, 멘토이자 심사위원인 서정학 바리톤은 독특한 말투로 '제2의 앙드레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미 예능 스타로도 캐릭터화 되고 있다. 여러모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무대였다고 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물론 이 포맷은 영국의 'Popstar to Operastar'에서 온 것이지만 좀 더 한국적인 변용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유럽에서 팝과 오페라의 경계는 우리나라처럼 그렇게 엄밀하지 않다. 팝페라는 이미 하나의 장르로서 대중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니 팝스타가 오페라를 직접 배우는 것은 그만큼 자연스럽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네 상황에서 대중가수들이 벨칸토 창법을 배우는 건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꼭 대중가수들이 오페라의 발성을 흉내 내서 불러야만 했을까.
여기 등장한 오페라 레퍼토리는 대중들에게도 그다지 낯선 것들이 아니다. 어디선가 한 번씩은 들었음직한 것들. 따라서 이미 파바로티나 마리아 칼라스로 익숙한 오페라를 대중가수들이 같은 발성을 흉내내 부르는 것은 애초부터 그다지 큰 감흥을 주기가 어렵다. 아무리 잘 해도 파바로티와 마리아 칼라스를 넘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비교되는 지점은 '오페라스타'의 무대를 더 빛나게 하지 못하는 장애요소가 된다. 대중가수들이 오페라를 본격적으로 하려고 오페라무대에 서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진정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어떤 절실함이 묻어나는 무대에서야말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빛을 한층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페라스타'의 진정성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오페라를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깝게 가져간다는 데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오페라의 대중화가 꼭 대중가수들이 오페라 원곡에 가깝게 부르려고 노력을 해야 이뤄지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보인다.
오페라 아리아를 대중가수가 자신만의 스타일로 불러서 주목받은 사례가 있다. 76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낸 '클래시컬 바브라' 앨범에 수록된 '홀로 울게 하소서'다. 이 곡은 본래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에 들어있는 아리아다. 요즘은 이런 음악이 아예 팝페라라는 분야로 구획되어 있고 본격적인 팝페라 가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팝페라 가수가 사라 브라이트만, 이지 같은 이들이고 우리나라에도 임형주 같은 팝페라 가수가 있다. 팝페라는 오페라 가수가 팝으로 오페라 아리아를 부르거나, 거꾸로 팝을 오페라 아리아처럼 부르거나 혹은 팝 가수가 클래식 레퍼토리를 팝스타일로 부르는 것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즉 팝페라 같은 오페라와 팝의 퓨전이 오페라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태리 등지에서 오히려 자유로운 것은 그 곳이 이 두 장르를 그다지 구분하지 않는 풍토가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파바로티 앤 프렌즈'가 보여준 것처럼, 팝과 오페라가 어우러지는 무대는 그 자체로 새로우면서도 감동적이다. 오페라는 반드시 벨칸토 창법으로만 불러야 제 맛일까. 물론 성악가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오페라스타'에서 무대에 서는 이들은 대중가수들이 아닌가. 좀 더 편안하게 자신들만의 창법으로 오페라를 해석하는 대중가수들의 모습을 볼 수는 없을까.
이것은 '오페라스타'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대중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한다. 대중가수들이 잘 안 되는 벨칸토 창법을 흉내내며 오페라를 부르는 모습은 한번쯤은 흥미롭고 재미를 줄 수 있지만, 반복되면 거기 서는 가수들의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다채로운 오페라의 재미를 선사하려면 가수들이 좀 더 많은 해석의 여지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오페라를 대중들 앞에 갖고 온 '오페라스타'라는 프로그램은 반갑고 또 가치 있는 일이다. 그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도록 오페라만이 아니라 가수들에게도 방점을 찍어줘야 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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