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런닝맨>, 누가 뭐래도 한효주는 최고였다
- <런닝맨>이 던진 부인할 수 없는 두 개의 사실
[엔터미디어=듀나의 영화낙서판] 지난 2주 동안 <런닝맨>의 게스트는 한효주와 고수였다. 그들의 출연은 두 사람이 주연한 영화 <반창꼬> 홍보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들의 출연, 특히 지난 일요일에 방영된 2부는 <런닝맨>에 영화 홍보를 위해 출연한 배우들에게 중종 일어나는 역전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한 마디로 홍보용으로 잠시 출연한 <런닝맨> 에피소드가 몇 달 동안 고생해서 찍었던 영화보다 더 재미있었다.
두 사람이 맞대결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교하자면 한효주의 승리였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 2부만 해도 에피소드 전체가 한효주에 맞추어져 있었다. 2부는 한효주의 출연작이었었던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패러디였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기존 이미지를 고수했던 고수와는 달리, 한효주는 <반창꼬>에서 보여주었던 보다 밝은 모습을 보여주어 이미지 변신을 할 기회가 있었다.
역시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러한 이미지 변신은 <반창꼬>보다 <런닝맨>에서 더 빛이 났다. 그건 캐릭터의 문제였다. <반창꼬>에서 한효주는 귀엽고 발랄하고 재미있고 씩씩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실수로 환자를 죽이고 편법으로 그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의사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되는 영화인 것이다! 당연히 관객들은 캐릭터와 배우의 매력 사이에서 심각한 혼란을 느끼게 된다.
<런닝맨>의 한효주에게는 그런 짐이 없었다. 한효주는 그냥 자기 자신, 아마도 <반창꼬> 이미지에 맞추어 살짝 밝아진 모습만 보여주면 되었다. 그러는 동안 한효주는 진지한 상황극 연기로 게임에 대처했는데, 일단 두 편의 사극 출연으로 기본 훈련이 되어 있었고, 상황극이라는 것이 아무리 막 나가도 놀이의 일부임이 분명한 것이라, 배우의 매력이나 호감도가 손상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과연 그 게임은 무엇이었을까? 1부가 끝나고 2부 예고편이 나왔을 때, 시청자들은 이것이 대선 스페셜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게임의 형식은 다음과 같다. 일련의 게임을 통해 먼저 王자를 그린 멤버가 왕이 된다. 왕은 이름표가 뜯겨도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지만 백성들의 투표를 통해 폐위될 수 있다. 하지만 투표로 뽑힌 왕은 계속 백성들의 이름표를 뜯으며, 게임은 결국 마지막 한 명이 왕이 되면서 끝이 난다.
이를 지금의 대선과 일대일로 비교한다면 정말 끔찍할 것이다. 이는 최악의 제로섬 게임이다. 투표는 오로지 다음 독재자를 낳을 뿐이고, 백성들의 투표 목적도 가장 약한 백성을 왕으로 만들어 빨리 퇴위시켜서 자신이 왕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독재자가 하는 일은 오로지 백성을 학살하는 것이다. 현실세계의 정치는 이렇게 끔찍하지 않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이 게임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다. 그 무언가는 <런닝맨> 제작진의 속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를 대선의 예언 정도로 이해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월드컵 팬들이 점쟁이 문어 파울의 점괘에 열광했던 것처럼.

방영 도중 시청자들의 실시간 반응은 그래서 재미있었다. 일단 사람들은 한효주와 고수가 기호 2번의 색깔인 노랑과 초록 옷을 입고 나온 것에 주목했다. 우연이었을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처음에 왕이 된 이광수를 투표로 폐위시키고 한효주가 왕이 되자, 사람들의 해석은 둘로 갈라졌다. (1) 한효주는 여자 왕이다. 고로 여자 대통령이 된 것이다. (2) 한효주는 노란색 옷을 입고 정권 교체를 했다.
해석은 순식간에 (1)번으로 통일되었다. 단지, 1번 후보의 지지자들이 열광하는 내용으로 흐르지는 않았다. 한효주는 왕이 되자 김종국을 호위무사로 거느리고 그를 이용해 자기를 뽑아준 백성들을 학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이 시리즈 최고의 명언을 내뱉는다. "나의 최종 목표는 백성이 없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2)번 해석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1)번으로 갈아타며 김종국을 정치검찰에 비교한다. 물론 한효주는 이러다가 성난 백성들에 의해 곧 폐위된다. 그리고 마지막 생존자가 나올 때까지 악순환은 반복된다.
이 드라마는 정말 재미있지만, 여기에 제작진과 출연진의 의도가 어느 정도 개입되었는지 짐작하기는 어렵다. SBS 예능은 대본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무리 강해도 게임 전체를 <트루먼쇼>처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노랑과 초록옷은 의도였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효주는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연기를 했을 수도 있고 그냥 초현실적인 사극 연기를 했을 수도 있다.
여기에서 무언가를 찾는 것은 영화평론가들이 해석불명의 영화에서 의미를 읽으려고 발버둥치는 것보다 더 어렵다. 아마 더 무익한 일이기도 할 것이다. 여기에서 진짜로 의미있는 것은 <런닝맨> 에피소드 자체보다 거기에 자신의 정치관과 세계관을 투영한 시청자들의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런닝맨>은 부인할 수 없는 두 가지 메시지를 준다. (1) 일단 한효주는 어제 짱이었다. (2) 심지어 <런닝맨> 제로섬 게임 안에서도 투표는 힘이다.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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