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준호가 KBS 연예대상을 받지 못한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김준호와 이수근이 KBS 연예대상 후보에 오른 것은 일종의 메시지였다. 2003년 박준형 이후, 한 번도 대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던 <개콘>팀에 대한 무언의 꽃다발이었다. <개그콘서트>를 벗어난 버라이어티 세계에서 인지도, 그간의 활약상, 예능계의 입지, 어떤 면에서 따져 봐도 이 둘이 신동엽에 미치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특히 예능 버라이어티에 첫발을 내딛은 김준호의 선전을 예상했었던 것은 그가 13년간 몸담았던 <개콘>의 후광 때문이었다. 침체되었던 2012년 예능계에서 자기 자리를 지킨 유일한 프로그램이자, 주간 시청률 평균 20%대를 오르내리는 유일의 예능프로그램 <개콘>의 대표 혹은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서 말이다.
그러나 이 꽃다발은 수취인불명이 됐다. 신동엽이 대상을 수상했고, 예년과 다를 바 없이 김승우, 주원, 황신혜, 수지 등 버라이어티 식구들에게 챙겨주기 식 상이 고루 돌아갔다. 시청률이란 데이터로 봐도 이번만큼은 기대할 법했고, 이번만큼은 KBS가 자신의 텃밭에 꽤나 큰 사례를 챙겨줄 것으로 봤지만 결국은 어떤 선거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더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물론, KBS가 자신의 텃밭을 그냥 내팽겨 친 것은 아니다. <개콘>은 코미디 남자 신인상 김기리, 코미디 여자 신인상 박소영, 코미디 부문 방송작가상에 조예현 작가, 코미디 남자 우수상 허경환 정태호, 코미디 여자 우수상 김지민, 최우수 아이디어상 '용감한 녀석들', 코미디 남자 최우수상 김준현, 코미디 여자 최우수상 신보라에 이어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까지 무려 10관왕을 차지했다. 대상과 몇몇 수상을 제외하면, 축하행사까지 <개콘>팀에서 맡아서 진행한 것을 생각하면 이 연예대상 시상식은 <개콘>을 위한 멍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김준호가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수상하며 ‘시청자께서 주신 상이 진짜 대상이 아니겠냐’는 수상소감은 그래서 의미와 뼈가 있다. 이 상으로써 우리들의 노고에 대한 기쁨을 누리겠다는 말인 동시에 방송사의 입장에 대해서도 수긍한다는 것이다. 사실 이번 시상식의 결과를 놓고 보면 방송사가 꽤나 고심했구나 하는 흔적이 여기저기서 읽혀진다.

KBS의 예능은 타 방송사와는 다르게 공개 코미디 <개콘>과 <1박2일>로 대표되는 버라이어티의 쌍두마차 체제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타방송사와는 달리 제집 식구 챙기기와 버라이어티 쪽 손님들 챙기기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그동안은 아무래도 머무는 가족보다는 붙잡아야 할 손님들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었다.
그런데 올해는 그럴만한 아무런 구실이 없어졌다. <개콘>과 타 프로그램간의 격차는 현격하게 벌어졌다. 그 와중에서 <개콘>은 세대교체는 물론, 현실 풍자라는 장기를 더욱 세련되게 연마하며 성장했다. 따라서 충분히 대상이라는 가장 큰 영예를 통해, <개콘>에 몸담고 있는 코미디언들에게 충성심과 희망을 돋워줄 절묘한 기회였다.
그런데 문제는 <개콘>이 10년 전과 달리 박준형 같은 리더가 존재하는 공동체가 아니라는 데서 발생한다. 개그맨 각자의 장기를 바탕으로 코너가 구성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사라진다. 선배가 후배를 받쳐주는 경우도 태반이다. 방송만 놓고 보면 스타는 있지만 비교적 수평적인 조직인 셈이다.

김준호가 대표적인 인물이자 가장 맏형 뻘인 선배긴 하지만 <개콘>의 오늘을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달인 시절의 김병만에 비춰 봐도 트렌드를 이끌거나 간판 코너를 맡은 경험이 적고, 가장 핫한 스타도 아니다. 따라서 아무리 <개콘>에 대한 포상을 차마 대상으로 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그 대신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프로그램상을 포함한 10관왕의 위엄을 안겨준 것이다.
이번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개콘>에게 결국 대상만은 주지 못한 것에서 KBS 예능국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개콘>이란 좋은 콘텐츠이자 플랫폼이 있는데 이것을 그 이상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대한 뼈아픈 현실 자각이다. 자기 식구만 감싸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하기에는 <개콘>에 몰아준 것 만해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개콘>을 벗어나서 활약하라고 말할 수도 없다. 스타는 떠나버리는 이 지점이 KBS 예능국의 딜레마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정도까지 해도 대상이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길은 결국 <인간의 조건>과 같은 <개콘>표 예능이 시도되고 자리를 잡는 것에 있다. <개콘>이 그리도 염원하는 연예대상 수상여부는 <개콘> 자체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개콘>에서 한 발 더 나선 <개콘>표 예능의 성공 여부에서 결정 날 것이다. 이미 분위기는 올라왔고, 실험은 시작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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