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호동 워밍업 끝내니 2인자들이 들썩인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강호동이 움직이니 강호가 들썩인다. 새해를 맞이해 새로운 대형 프로그램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것이 강호동이 머물렀던 자리에 새롭게 들어서는 <강심장2>와 예능계 쌍두마차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려는 강호동의 야심작 <달빛프린스>다. 비록 <무릎팍 도사>나 <스타킹> 복귀 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지만 ‘강호동’ 이름 석 자에는 지금까지의 예능을 넘어선 무엇을 보여주리라 기대가 있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강호동발(發)로 시작된 흐름은 그동안 한산했던 ‘화요일’을 예능 격전지로 만들었다. 화요일의 결투가 눈길을 끄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워밍업을 끝낸 강호동이 탑 예능 MC의 진가를 발휘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다. 그리고 새로운 포맷과 콘셉트에 대한 호기심은 물론 기존의 강라인이나 유라인 등 친숙한 MC진이 아닌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조합의 출연진들 또한 더욱 더 큰 기대를 갖게 만든다.

어차피 지금 우리의 예능은 스탠딩코미디나 원맨쇼의 시대가 아니다. 잘나가는 예능과 그렇지 못한 예능의 차이는 유재석이나 신동엽 등의 탑 MC들이 주변을 얼마나 잘 조율하가에서 판가름 나는 것으로 알 수 있다. 탑 MC들은 모두 그들이 웃음을 만들 수 있도록 재료를 공급하는 ‘파트너’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탁재훈과 손을 잡은 강호동 또한 이런 경향에 따라서 스타일 변화의 필요를 자각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지금은 오히려 단독 MC로 홀로서기 위해 녹록치 않은 도전 중인 박명수가 가장 찬란했던 시절 그가 주창했던 2인자 시대의 새로운 부흥과 재편, 즉 새로운 그림이 그려지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번 개편에서 두드러지는 2인자들은 모두 박명수가 지난날 <라디오스타>에 나와 자신의 적으로 꼽은 탁재훈과 윤종신이란 사실이다. 형식이 완전 바뀐다고 했지만 <강심장>이란 타이틀을 못 버린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강심장2>는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라는 것보다 신동엽과 윤종신이 함께하는 만담콤비에다가 김희선이 가세한 조합이 새로움에 거는 기대가 더 크다. 기존 <강심장>은 한 명의 지휘자가 진행하는 버라이어티한 오케스트라와 같았다. 웃음과 울음이 무슨 공식이 있는 것처럼 반복되었고, 이것의 강약 또한 누군가의 지휘에 따르는 것처럼 유려하지만 정해져 있었다. 이 지휘를 잘한 사람이 강호동이고, 질리게 만든 사람도 그였다.



그런데 <야행성>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신동엽과 윤종신은 이미 가능성을 인정받은 만담콤비다. 둘 다 혼자서 웃긴 말을 많이 던지거나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진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흘러가는 상황을 영민하게 활용하는데 탁월한 MC들이다. 김희선에게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프리롤을 주고, 그녀와 게스트를 활용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웃음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종신은 유재석과 마찬가지로 어느 상황에서 누가 나와도 중박 이상의 재미를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독보적인 능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전천후 MC다. 스토리라인이 짜여진 느낌이 너무 강해서 진솔함이 요구되는 예능 대세와는 점점 멀어져간 <강심장>을 윤종신이 신동엽과 어떤 친숙하고도 내밀한 정서로 이끌어갈지가 새롭게 시작할 <강심장2> 흥행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달빛 프린스>제작 발표회에서 탁재훈은 “강라인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거기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강호동과 탁재훈의 조합은 어쩌면 새로움을 위한 강박일지도 모를 만큼 신선한 충격이었다. <달빛프린스>는 강호동의 도전이기도 하지만 <승승장구>를 통해 운신의 폭을 넓히고, <비틀즈코드2>를 통해서 그만의 재기발랄한 ‘드립’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자신의 위치를 회복하고 있는 탁재훈의 도전이기도 하다.

탁재훈은 다 함께 어울려서 진행하는 예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승승장구>에 합류한 초반에는 게스트와 가장 멀리 앉아 있는 자리만큼 소외되고 어색했다. 그러나 어느새 김승우보다 진행을 더 원활하게 이끌어가고 이수근보다 더 재밌는 상황을 만들고 유머를 던지며 토크쇼의 분위기를 한 층 더 밝게, 속도도 한 단계 더 빠르게 올려놓았다. 물론, 그렇다고는 하나 박명수가 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웃긴 사람인 탁재훈이 <승승장구>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의 진가의 반절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었다.



탁재훈은 여전히 기복이 있고 게스트에 따라 상성의 차를 심하게 탄다. 축구로 치면 원톱 스타일의 센터포워드로 상대팀에 따라 잘되는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이 분명하게 나뉘는 선수다. 그런 그가 예능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독보적인 최전방 원톱 스트라이커 스타일을 고수하는 강호동과 함께한다고 하니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주제와 방식이 제한적인 북토크와 퀴즈라는 설정, 함께하는 다른 멤버들의 예능 경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이 새로운 북토크쇼의 재미는 탁재훈이 어떤 몸놀림을 보이며 강호동과 조화를 이루어내는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강호동 또한 에이스롤을 부여받은 선수인지라 리액션이 부족한 누군가를 이끌고 어시스트를 해주는 데 능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달빛프린스>는 매주 게스트가 한 권의 책을 직접 선정, 그 책에 따라 주제가 정해지는 북 토크 형식으로 진행된다. 퀴즈가 바탕이 되고 시청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함께하는 방식의 새로운 쇼이긴 하지만 지난 2008년 봄부터 2009년 봄까지 방영된 <명랑히어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독서 토론회와 유사한 설정이 눈에 띈다.



<명랑히어로>의 독서 토론회는 게스트가 내 인생의 책을 한 권 가져오면 MC들이 모두 읽고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쇼였다. 사실 처음에는 ‘명랑 토론회’라 하여 정치, 사회 문제 등 게스트가 관심 있는 주제의 이야기를 토론하는 콘셉트로 출발했다가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이런저런 과정을 거치며 독서 토론회로 변신했었다. 허나 서점가에서 발휘한 영향력과는 별개로 결국 단 몇 회 만에 프로그램 자체가 사라진 비운의 콘셉트였다.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책이란 주제가 주는 유익함을 보다 긍정적으로 시청자들에게 포장해서 전달할 수 있는 재미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책임이 바로 탁재훈의 역할이다.

지금 새로운 예능에 대한 갈망은 토크쇼에서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토크쇼가 예능의 대세를 좌우하는 다음 패러다임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새롭게 시작하는 <달빛프린스><강심장2>와 같은 토크쇼의 성쇠에 달렸다. 그리고 이 토크쇼들의 재미는 비록 간판은 아닐지라도 주특기가 재미와 웃음으로 특화된 2인자들의 활약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금 방영도 안 한 이 두 프로그램에 큰 관심이 몰리는 것은 새 얼굴은 아니지만 새로운 조합으로 색다른 즐거움을 가져다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바로 새로운 프로그램들과 함께 MC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책임감의 무게를 두 동강 내줄 2인자들의 전성시대가 열리게 되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KBS,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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