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탄생’을 위한 멘토의 자격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위대한 탄생'이 '슈퍼스타K' 같은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 확연히 차별되는 점은 멘토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슈퍼스타K'가 갖고 있는 역량을 끝까지 발휘해 살아남는 경쟁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위대한 탄생'은 멘토에 의해 멘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즉 성장형 오디션 프로그램인 셈이다.

최종 12인에서부터 생방송 대국민투표로 이뤄지는 오디션 과정은 바로 이 멘토 시스템 덕분에 더 변화무쌍해진다. 즉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경쟁자 혼자의 힘으로 무대 위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위대한 탄생'에는 멘토의 노력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그것은 곡 선정에서부터 해석, 스타일처럼 사전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당장 오디션 과정에서 멘토가 어떤 멘트를 날리고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멘토와 멘티가 묶여져 있는 관계기 때문에 때로는 멘토의 매력은 멘티의 후광이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태원이다. 김태원이 오디션 과정에서 멘티들에게 던지는 진심어린 이야기는 그의 호감도는 물론이고 자신의 멘티들을 돋보이게 해준다. 사실 김태원의 멘티들 즉 손진영, 이태권, 백청강이 나란히 두 번째 경쟁을 통과한 그 기적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손진영을 미라클맨으로 만든 건 사실상 김태원의 마술이라고 봐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다.

이렇게 된 것은 멘토들이 또한 심사위원으로 앉아 평가를 하고 점수를 주는 시스템 때문이다. 멘토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평가 점수는 실시간 투표에 그대로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위대한 탄생'의 평가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멘토들이 심사위원으로 앉아서 과연 공정한 평가가 나오겠느냐는 것. 따라서 네티즌들은 공정성을 위해 새로운 심사위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납득이 가는 얘기다.

하지만 이미 멘토와 심사위원을 동시에 하면서 이미 두 차례나 오디션을 거친 마당에 지금에 와서 이 시스템을 바꾸기는 무리다. 이것 역시 떨어진 후보자들에게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미 정해진 룰 속에서 아예 이 자체, 즉 심사위원 역할까지 하는 멘토들이 그만큼 당락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의 자격은 그래서 더 중요해진다.

그렇다고 멘토가 자기 멘티들에게만 좋은 점수나 평가를 주었다가는 오히려 대국민투표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또 대중들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멘토가 원하는 스타일로 경쟁자가 무대에 설 때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독설은 나쁜 것이 아니지만, 확실한 근거가 없는 독설은 오히려 자기 멘티들에게 악영향으로 돌아오게 될 수도 있다. '위대한 탄생'의 독설가인 이은미와 방시혁은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도 있다.



방시혁은 그래서 자기 이미지를 관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자신이 대중들에게 비호감으로 굳어지게 되면 자칫 자신의 멘티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시혁의 멘토링 스타일, 즉 멘티들의 본연의 매력보다 스타성을 강조하는 그 스타일은 대중들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즉 노지훈은 스타성을 강조하는 방시혁 멘토링 스타일과 너무 잘 어울리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멘토들에게 "'음악중심'을 보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고, 록 스타일로 변신한 데이비드 오에게 방시혁은 "지옥에서 온 펑크 록커' 같다고 했지만 그것이 대중들이 원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은미의 멘토링은 이 멘토의 역할이 중요한 투표 시스템 속에서 오히려 빛이 바래지는 양상이다. 1급수 김혜리는 좀체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그 이미지 역시 좀체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노래는 잘 하지만, 호감을 주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이은미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도 마찬가지다. 심사과정에서 이은미가 김혜리를 두고 "내가 기획하고 준비하는 대로 잘 따라오고 있다"고 한 멘트는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물론 모든 멘토들이 멘티들을 기획하고 준비하겠지만, 그 자리에서는 자기 자신이 한 것보다는 무대에 선 멘티가 한 것을 더 부각시켰어야 되지 않았을까.

'위대한 탄생'의 멘토제와 심사가 부딪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룰은 룰이고, 악법도 법이다. 이미 이렇게 정해진 이상 멘토들은 자신의 역할이 생각 이상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말 한 마디, 표정 하나까지 멘티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어떤 면으로 보면 '위대한 탄생'은 심사위원석에 앉아있는 멘토들의 오디션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정덕현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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