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 마이 샤넬 단비’ 같은 연극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과 에펠탑을 시작으로 스위스의 작은 호반도시 루체른과 알프스 융프라로 가는 시작점인 인터라켄이 소극장 무대로 옮겨졌다. 이어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친퀘테레,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로 유명해진 연인들의 도시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 고대의 역사가 살아있는 이탈리아의 대표도시 로마, 마피아의 도시인 시칠리아 팔레르모에서 영화 <씨네마 천국>의 고향 팔라조 아드리아노 마을까지 유럽 대표 3개국의 8개 도시 구석구석을 100분 동안 여행하고 왔다. 그것도 멋과 낭만을 아는 남자배우 3명과 함께 말이다.
지난 1일 개막한 정민아 작•이재준 연출의 <유럽블로그>는 유럽 현지 감성에 15여개의 넘버를 더한 ‘로드시어터’를 표방하는 음악극이다. 연출 스스로 밝힌 대로 “결국 관객들이 여행하고 싶어지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연극이다. 연극의 막이 내린 뒤에도 이어지는 5분간의 여행 영상을 보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는 관객들이 많다.
실제로 <유럽블로그>를 만나고 오면 프랑스 혹은 스위스 여행 책자를 사고 싶어지고, 스케줄 수첩을 꺼내 ‘이 시기에 여행을 가면 좋을까, 아님 저 날짜가 더 좋을까’ 이렇게 떠오르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부산해진다. 보고 나면 바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여행조장극’은 분명했다.
이번 작품은 두 남자의 인도 여행기를 다룬 연극 <인디아블로그>에 이은 블로그 연작 시리즈이다. ‘김수로프로젝트’와 연우무대의 첫 번째 합작 프로젝트로 세 남자의 좌충우돌 모험기를 그린다. 사진 한 장을 들고 여행을 시작한 ‘동욱’과 5년째 유럽 장기여행중인 동욱의 형 ‘종일’, 그리고 바람난 여자 친구를 잡으러 유럽에 온 ‘석호’ 가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다른 듯 비슷한 정서를 지니고 있다. <인디아블로그>가 별이 쏟아지는 여름 밤의 낭만과 ‘짜이’ 향 나는 인도 정서를 내 뿜었다면, <유럽블로그>는 ‘샤넬’향과 컵라면 냄새가 섞여있는 유럽을 한 가운데 두고 프랑스의 낭만과 트러블 많은 청춘의 이야기를 불러냈다. 여기에 더해 소극장에서 즐기는 짜릿한 패러글라이딩과 공감의 웃음이 뻥뻥 터치는 ‘카톡’대화스런 잔 재미로 무장한 연극이었다.

한 마디 더 하자면, 석호의 구 여친 ‘단비’가 결국 석호에게 아픔을 안긴 뒤 여행의 묘미를 알게 한 것 처럼, 메마른 하루에 날아든 ‘단비 같은 연극’이었다.
형과 아우처럼 태어난 작품이니만큼 두 작품에 대한 비교 평가는 피할 수 없는 법. <인디아블로그>가 누군가가 두서없이 포스팅한 이야기가 직접 눈앞에서 펼쳐지는 매력이 가득했다면, <유럽블로그>는 보다 내러티브가 강하다. 이 지점에서 찬반이 나눠질 수도 있을 듯 하다. 마지막 ‘동욱’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 특히 그러했다. 솔직하고 담백한 민낯의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더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유럽블로그>는 재미있다. ‘여행’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유쾌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연극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이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뮤지컬로 불러도 좋을 만큼 넘버들이 귀에 쏙쏙 박힌다. ‘1유로에 1420원’,‘여행자의 노래’등 자꾸 따라 부르고 싶은 곡들이 많다. 공연 중간 중간 여성관객들과의 스킨십도 돈독하다. 목숨 걸고 앞 자리를 차지하려는 관객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건 사고의 여행길에서 만난 배우는 총6명. 전 배역이 더블캐스팅이다. ‘동욱’ 역엔 배우 성두섭과 김재범이 더블 캐스팅 됐다. 성두섭의 해 맑은 웃음과 김재범의 장난스런 미소에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종일’역을 맡은 김수로는 실제 맏형다운 능수능란한 연기를 선 보였다. ‘이게 여행’이라고 내 뱉으면서 능청스럽게 춤추는 모습은 젊은 배우들이 쉽게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채동현은 보다 성량 좋은 목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석호’역 이규형이 찌질하고 귀여운 매력을 과시했다면, 조강현은 ‘단비야 내 돈 갚지마’ 라고 외치는 부분에서 감정을 동하게 했을 뿐 아니라 넘버 곳곳에서 감미로운 목소리가 돋보였다.
<유럽블로그>는 연극 <발칙한 로맨스>를 시작으로 2탄 뮤지컬 <커피프린스1호점>, 3탄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4탄 연극 <이기동체육관 앵콜>에 이은 ‘김수로프로젝트’의 5번째 무대다. 반가운 소식은 설 연휴 기간인 9~11일엔 40% 할인된 가격에 관객을 만나는 점. 5월 31일까지 서울 대학로문화공간 필링에서 공연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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