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뮤지컬이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룬 이유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2012년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였던 <추적자>는 일반적인 드라마 흥행의 공식을 따르지 않고도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2013년 현재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창작뮤지컬 <트레이스 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프리뷰 공연으로 첫 선을 보인 당시 내용전개가 지나치게 불친절해 ‘또라이’ 뮤지컬이란 말이 절로 나오지만, 추리극+심리극+콘서트가 절묘하게 조합 돼 중독성이 강했다.

창작 뮤지컬 활성화 사업인 ‘창작 팩토리’ 우수작품 제작 지원작인 <트레이스 유> 본 공연은 관객에게 힌트를 주는 지점이 많은 쪽으로 변화됐다. 한 가지 더, 관객과의 친밀한 스킨 쉽에 보다 신경을 써 객석의 호응도가 높아졌다. 마니아 취향에서 대중 쪽으로 한 발짝 다가간 듯 보인다.

<트레이스 유>는 홍대 근처의 록클럽 ‘드바이’를 배경으로 락커 구본하와 클럽주인 이우빈, 본하가 사랑하는 한 여인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담아낸 작품. 여기까지 봤을 땐 딱히 새로울 건 없다.

‘창작 뮤지컬을 사랑해주세요’라고 말하긴 쉽지만 쉽사리 마음의 문을 활짝 열긴 어려운 법. 그렇다면, 이 작품은 어떤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있었을까?

윤혜선 작가와 김달중 연출의 고차원 작법이 돋보이는 뮤지컬이다. 초반은 강렬한 비트의 락 음악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후반은 본격적인 드라마를 보여준다. 흥과 감동의 절묘한 조화에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다중인격의 주인공 본하의 이야기를 주 플롯으로, 묘령의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서브플롯으로 활용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여자에 얽힌 미스터리가 밝혀지는 극적 반전은 추리극 저리 가라 할 정도다.

콘서트 뮤지컬의 약점을 기막히게 빗겨간 작품이다. 창작뮤지컬은 대개 드라마에서 노래로 이어지는 장면이 매끄럽지 못한 점을 지적받는다. 반면 콘서트 뮤지컬은 드라마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약점을 지닌다. <트레이스 유>는 보컬리스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콘서트 뮤지컬이지만 내러티브의 균형감도 잃지 않고 있다.

그 뒤엔 이번 작품 외에도 3월에 올려지는 <마마, 돈 크라이>로 한 차례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박정아 작곡가의 절묘한 음악과 간략하면서도 함축적인 노래가사와 대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세상은 내 꺼’, ‘또라이’, ‘나를 부숴봐’, ‘비극이 낳은 쓰레기’, ‘난 어디든 있을 수 있어’ 등 가사들이 음악위에 반복적으로 얹혀지면서 드라마를 차곡 차곡 쌓아갔다.



뮤지컬의 제목은 ‘Trace U’이다. 해석하자면 ‘당신을 추적하다’는 뜻이다. ‘타임 투 트레이스 유’가 다가오면, 관객은 본하의 기억 속 러브스토리를 쫓는다. 이어 세상에 버려진 한 남자의 고독을 추적하고, 마지막으로 본인을 포함한 외로운 영혼의 발자국을 따라가게 된다. 인물의 심리 뿐 아니라 관객의 심리까지 치밀하게 조정한 점, 이게 이번 작품의 히든카드였던 것이다. 언뜻 <헤드윅>의 외로운 영혼, <쓰릴미>의 흥분되는 심리게임이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니다.

달콤한 맛, 진한 커피 맛, 부드러운 맛 등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는 뮤지컬이다. 3페어 여섯 명의 배우 해석은 같으나 디테일한 표현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한 감동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달랐다. 김대현•손승원 페어는 눈썹과 볼 떨기를 동원해서 잔 재미를 줬다면, 최재웅•윤소호 페어는 대사의 늬앙스에 집중했다. 또한 본인의 매력을 어필하는 부분에서 손승원 배우는 자신의 출연작인<밀당의 탄생>과 연관성 있는 대사를, 윤소호 배우는 <여신님이 보고계셔>를 암시하는 귀여운 율동을 언급했다. 프리뷰 공연에서 만난 이창용•이율 페어는 아직 본 공연으로는 만나보지 못했다.

연출과 드라마 그리고 음악이란 삼박자가 모두 맞아 떨어진 <트레이스 유>는 창작뮤지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뭉쳤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보다 적극적으로 작품을 해석하는 관객이라면, 커튼콜까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듣고 보다 보면 설득되고 흥분된다. 대학로에서 만나는 록 콘서트의 뜨거운 열기는 오는 4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계속 될 예정.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간 프러덕션, 장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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