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자 음악회 '베르디 4대 오페라 갈라 콘서트‘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의 ‘오 저주스런 미모요’(O don fatale o don crudel)가 불려지자 객석에선 이내 탄성이 터져 나왔다. 메조소프라노 소리가 이렇게 유연하고 황홀할 수 있을까. 에볼리 공녀로 나선 메조소프라노 김학남(대한민국오페라단연합회 이사장)은 여유로운 노랫 결과 무대 장악력을 선보이며 객석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그녀의 음성으로 듣는 ‘베일의 노래’는 어떨지 못내 궁금해지는 시간이었다.

지난 26일 열린 <제5회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자 음악회 '베르디 4대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연출가 김홍승과 김숙영이 공동 연출을 맞은 이번 공연은 베르디의 4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리골레토', '아이다', '돈 카를로'를 주요 테마로 선보였다. 조국과 생명까지도 바친 영원한 사랑 ‘아이다’, 잔인한 부메랑으로 돌아온 부정의 복수 ‘리골레토’, 정략에 의해 희생된 프랑스 공주와 스페인 왕자의 사랑이자 어느 누구도 행복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의 인간사를 담아낸 ‘돈 카를로’, 일생에 꼭 한번은 봐야 할 우리가 버린 가련한 여인 ‘라 트라비아타’ 의 명 장면이 차례로 공연된 것.

특히, ‘리골레토’의 질다와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렛타가 각기 4명으로 나온 것이 인상적이다. 4인4색의 질다와 비올렛타를 선보인 소프라노는 정윤주 김효신 이영숙 이승현, 최인영 강민성 신재은 박혜진이었다. 한 명의 질다가 아리아를 부른 뒤 또 다른 질다가 주요 아리아를 이어가는 식으로 전개됐다. 그 결과 한 편의 공연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색깔의 음악을 만끽할 수 있는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바리톤 박정민, 양정열, 장성일은 각기 리골레토와 로드리고로 분해 부드러운 저음을 들려줬다. 박정민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가신 녀석들, 천벌을 받을’ (Cortigiani, vil razza dannata)은 언제 들어도 감정이 충만했다. 또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성악가 중 한명이기도 했다.



예상 못한 출연진도 만나볼 수 있었다. 테너 신동호의 빈 자리를 대신 채운 테너 김동원은 ‘리골레토’의 만토바 공작으로 분해 호소력 있는 가창을 선 보였다. 성악가들의 아리아 외에도 오보이스트 박예든이 연주하는 ‘돈 카를로’의 로드리고 음악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오페라대상조직위원회 홍보이사인 소프라노 손수연의 사회로 진행됐다. 각 작품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함께 베르디의 에피소드 등을 들려 줘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서울필하모닉을 지휘한 지휘자 김봉미의 세심한 지휘도 돋보였다. 대한민국오페라대상 수상자 30여명 무대에 올라 부르는 ‘축배의 노래’가 오페라 아리아와 함께하는 행복한 밤의 끝을 장식했다.

한편, 오는 3월24일 세종문화회관대극장에서 열리는 <베세토 그랜드 오페라 갈라 콘서트>에서도 오랜만에 무대에 오르는 메조소프라노 한 명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메조소프라노 강화자이다. 오페라<삼손과 데릴라>로 제 4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받은 여성 1호 연출가로 활약해왔다. 그녀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이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대한민국오페라대상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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