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경의 몰고 가는 토크에 열광하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그녀는 기업이다. 한국의 마사 스튜어트라고나 할까. 그녀의 이름은 마법이다. 강연, 도서, TV쇼 등 어떤 콘텐츠든지 그 이름만 있으면 대박이 난다. 단 한 명이 일으키는 바람은 마치 비커 속의 부산물처럼 침잠하던 <무릎팍 도사>의 시청률을 3%P 넘게 상승시켰다. 방송이 나간 후 프로포폴 투여 같은 사회 문제를 일으킨 것도, 강예빈, 곽현화 등도 아닌 중년 여성이 실시간 검색어를 주름잡았다. 현재 TV강연 시장의 주요 타겟은 ‘불안’으로 점철된 청춘들, 즉 20~30대. 문화 트렌드를 이끄는 이들 세대의 마음을 얻은 김미경은 강연, 서점, 케이블, 공중파라는 확장의 단계를 밟으며 훨씬 더 폭넓은 세대의 사람들에게 어필한 것이다.

<무릎팍 도사>는 그녀에게 있어 또 한 번의 지렛대가 되었다. <무릎팍 도사>도 무려 2부를 털어 그녀를 위한 멍석을 준비했다. 그녀의 책이나 강연을 조금이라도 들어본 사람들은 익히 들어본 증평에서의 유년시절, 양품점을 하셨던 어머니, 고급 교육 없이 죽도록 연습해 연대 음대 수석 입학한 성공스토리, 미팅하면서 느낀 부의 세습과 문화적 격차까지 그녀의 콘텐츠의 기본 중 기본을 다시 한 번 리바이벌한 김미경 입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성공담을 전적으로 활용한다. 김미경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 그녀의 맛깔난 ‘개천의 용’ 탄생 신화는 흥미로웠을 것이다.

그녀의 스펙은 훌륭하다. 지표로서의 스펙이 아니라 입지전적인 성과들은 신화다. 남들보다 못하다고 볼 수 있는 출발선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연봉 10억 강사다. EBS나 아침방송 등에서 유명해지고 책과 tvN의 <스타 특강쇼>에서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같은 방송국에서 아예 <김미경 쇼>를 편성 받아 ‘드림워커’라는 김미경 월드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요지를 다소 거칠게 말하자면 남에게 의존하지 말고, 자신의 힘으로 성공하길 꿈꾸라는 것이다.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 바로 꿈을 꾸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꿈이 생긴 나이부터가 진짜 나이라고 한다. 그런데 꿈을 품는 것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게 하는 동력이 결핍이다. 그녀는 그 예를 자신을 포함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여기서 사회구조 등등에 불만을 품거나 자괴감에 빠질 틈이 없다. 김미경 식 독설과 채찍질은 성공이란 희망봉을 보여주는 망원경과 같다.

그런데 그녀가 예로 드는 결핍의 에피소드들은 이런 식이다. 첫 미팅에서 서울 부잣집 아이들을 만나서 문화적 격차에 충격을 받은 스토리나, 증평에서의 유년시절, 그리고 자신을 뒷바라지 한 부모님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다. 그녀는 ‘부모가 종교’라고 했다. 그 앞에서 회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KBS1 다큐 <공부하는 인간>과 교차해 보면 흥미롭다. 하버드 학생 4명이 동양의 공부를 탐구하는 이 다큐를 보면 유교권 국가의 사람들이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부모를 비롯한 가족, 주변과의 관계를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기본적으로 자기소개를 시키면 서양 학생들은 자기의 이야기만 하고, 동양 학생들은 가족부터 이야기한다. 또 서양 학생들이 개인적 차원의 호기심에서 공부를 한다면, 동양 학생들은 부모로부터 받은 기대와 희생에 보답을 비롯한 ‘관계의 측면’에서 학습 동기가 형성된다고 한다. 남보다 못하다는 데 수치심과 위기의식을 느끼는 ‘체면’이 작동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금처럼 사회구조상 경쟁이 더 치열해지면서 뒤처지는 것을 못 견디고, 느리게 가는 것을 꺼려하며 실패를 두려워하는 도태의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었다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하다.

김미경은 철저히 이 지점에 서 있는 기성세대의 어른이다. 시골 마을에 플랜카드가 걸리는 걸 보고 힘을 얻었다는 그녀의 이야기는 중국 농촌 학생들이 자신을 위해 희생한 부모와 마을의 명예, 국가에 보답하고자 공부를 한다는 다큐 속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개천에서 용 난 놈 사귀면 개천으로 빨려 들어간다’거나 ‘성공은 1%재능과 99%의 빽이다’라고 설파한 박명수의 현실적 어록과 꽤나 차이가 나는 기성세대다운 것이다.

그녀는 꿈을 진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나다움을 아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 ‘꿈’이 아이러니하게도 개인적 차원의 출발이 아니다. 나다움이 만약 돈도 안 되고 일반적 시선에서 성공의 잣대와 거리가 있으며, 그토록 말씀하신 가족의 기대와는 상반된 지점에 형성되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녀의 이야기 속에 개인적인, 내적으로 마련된 성공 기준은 없다. 즉, 그녀가 강조하는 결핍이 도달하고자 하는 성공은 성패만이 있는 일직선의 구조다. 가장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도태의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김미경은 통한다. 사람들은 최소한 남보다 낫길 원한다. 청춘들은 한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직업이나 직장을 원한다. 그것이 성공이고 부모에게 보은하는 가장 쉬운 길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런 청춘들에게 도태하지 않는 법을 설명한다. 그리고 본인도 그렇고 다양한 실존 모델을 데려와 용기를 북돋고, 또 채찍질한다. 그런 면에 있어 김미경은 아주 능수능란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멘토 역을 맡은 연기자다. 드림워커란 스토리를 판매하는 최고의 세일즈맨이다.

그녀의 입담은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다. 김미경의 재밌는 스토리텔링 속에는 파이팅 넘치는 레슬링 코치가 숨어 있다. 결핍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말은 꿈이란 연료를 넣으라는 말이고, 그럼에도 네가 그 자리에 머무르는 건 닦고 조이고 기름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보면 스스로 어떻게 해볼 만 한 건 환경도, 지나온 시간도, 이미 가진 스펙도 아닌 자신의 열정밖에 없다. 성공이란 열매를 얻는 방법을 단 한 가지로 환원하는 게 불편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웃음을 얹어서 맛깔나게 설파하니 먹힐 수밖에 없다. 물론, 정답이기도 하지만 절대 모든 노력과 결핍과 열정과 꿈이 성공으로 보장되는 공식이 있는 건 아니기에 마취라고 볼 수도 있다. 허나 이는 그녀의 입담에 의해 철저히 가려진다.

지금까지 그녀가 먹히는 이유 한 가지와 불편해 할 수도 있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런 이야기를 예능 칼럼에서 피치 못하게 길게 한 것은 이 단 하나의 간단한 이유가 시장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미경은 대중이 가려운 지점을 알고 있다. 김미경은 이 지점을 잘 긁어주고, 어떻게든 다독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예능 토크쇼들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고민하게 한다. <황금알>이나 <화신>과 같은 토크쇼가 아닌 ‘진정성’을 내세우는 토크쇼들의 다음 버전을 고민해야 할 이때, 들어주는 경청의 MC천국인 지금 뻔한 눈물 스토리나, 희노애락의 감정 백화점이 아닌 김미경 식의 톤과 스타일을 참조할 만하다.



어쨌든 김미경의 출연 후 <무릎팍 도사>가 모처럼 뜨겁다. 김미경, 저 사람 대단하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물론 ‘대다나다’라고 하는 분위기도 있지만). 이는 시청자들이 김미경에게 본인을 투영하고픈 욕망에서 생겨난 열풍이다. 시기와 질투가 끼일 틈이 없는 부러움. 김미경의 토크에는 그 부러움과 채찍질을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가운데 내던지는 절묘함이 있다. 이는 특히 마주 앉았던 강호동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미경 식의 수더분하고 에너지로 몰고 가는 토크는 계열로 놓고 보면 강호동, 이영자와 비슷한 것이다. 그런데 착해진 강호동은 리액션만 하고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를 않는다. 혹은 못한다. 14일 방송에서도 강호동과 김미경 사이의 주고받기가 없었다. 성룡이 나왔을 때도, 초난강이 나왔을 때도, 게스트에 특화된 공략법이 없다. 계속 물러서 있었다. 김미경은 강호동의 0.1초도 쉬지 않는 리액션이 사람들의 흥을 돋운다고 하지만 그래서 될 게 아니다.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무언가를 주조하고 리듬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다소 문제적이라도 강한 캐릭터를 가진 김미경이 보여준 답이 있다. 강호동은 겸손해져봤자 비호감을 호감으로 돌리지 못한다. 기존에 가졌던 호감의 질만 떨어트릴 뿐이다. 김미경과 같은 강한 캐릭터에 대중들이 환호하는 것은 강호동의 재기에 별표 두 개짜리 참조 사안이다. 모두가 유재석처럼 겸손함을 스타일로 삼는 MC가 될 필요는 없다. 모두가 힐링을 위해 앉아서, 눈물 글썽일 이유도 없다. 지금이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누군가를 바라는 시대일지도 모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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