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 캐스팅, 스토리까지 미친 존재감을 보여주는 '위험한 상견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영화 공감] '위험한 상견례'는 이른바 미친 존재감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사실 이 영화는 '못 말리는 결혼'의 아류작 같은 느낌이 강했다. 결혼을 반대하는 양가와 결혼하려는 남녀가 기본 구도인데다, 두 작품에 모두 출연한 김수미 때문이다. 그래서 실패할 거란 예상이 많았지만 웬걸? '위험한 상견례'는 모든 선입견을 뒤엎고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말 그대로 '미친 존재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위험한 상견례'의 미친 존재감은 영화의 비수기에 확실한 단비를 내려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사실 '위험한 상견례'처럼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가 성수기에 극장에 걸릴 가능성은 별로 없고, 그렇다고 해도 경쟁에서 성공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래서 비수기에 개봉한 것. 하지만 이 시기에는 영화관을 찾는 관객들 역시 기대감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바로 이 점, 별 기대하지 않고 극장문을 찾은 관객들에게 매 순간 빵빵 터트리는 이 영화의 존재감은 말 그대로 미친 존재감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에 주연급 배우들을 섭외하는 것 또한 쉽지는 않았을 일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은 송새벽과 이시영이다. 송새벽이야 미친 존재감의 대명사처럼 불리지만 그렇다고 주연급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배우는 아니다. 이시영 역시 최근 복싱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지만 배우로서는 아직 신인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 영화, 의외로 송새벽과 이시영의 캐스팅은 완벽해 보인다. 어딘지 어눌하고 순수해 보이는 송새벽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와 수줍게 "오빠야"를 연발하는 이시영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송새벽이야 본래부터 미친 존재감의 배우였지만, 이 영화에서는 더 많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들이 존재한다. 김수미는 단연 압권. 사투리와 함께 거침없이 쏟아내는 욕은 듣는 이의 마음까지 속 시원하게 해줄 정도다. 젠틀하면서도 늘 엉뚱한 매력을 보여주는 백윤식은 물론이고 별거 아닌 일에도 지나치게 인상을 일그러뜨려 오히려 웃게 만드는 김응수는 미친 존재감의 재발견이다. 스스로 B급이라 말하지만 존재감만큼은 늘 A급인 박철민은 말할 것도 없고, 김정난이나 정성화 같은 배우들 역시 이 작품에서는 톡톡 튀는 존재들이다. 말 그대로 '미친 존재감'들의 연기 경연장인 셈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연기자들만의 몫은 아니다. 이 작품은 스토리에 있어서도 사랑하는 남녀와 그 사랑을 반대하는 양가의 진부한 스토리를 존재감 있게 만들어낸 요인이 분명히 존재한다. 해묵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대결구도는 군대이야기부터 롯데와 해태로 대변되는 야구, 심지어 껌 브랜드까지 다양한 디테일들을 통해 생생해졌고, 80년대 배경을 드러내는 음악에서부터 패션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그려진 복고적인 풍경들은 당대를 산 세대들에게는 공감대를 현 세대들에게는 호기심을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지역감정 자체를 희화화시키는 이 영화의 뉘앙스들이 현재적인 관점에서 만들어내는 통쾌감은 실로 압권이다.

물론 '위대한 상견례'가 한국 영화에 길이 남을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장르적으로 잘 만들어진 완성도 있는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미친 존재감이란 본래 정해진 배역(혹은 틀)에서 늘 상투적으로 보이던 어떤 양태를 독특하게 표현해내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걸 말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상투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틀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뽑아낸 '위대한 상견례'는 그 기획으로서나 배우들, 또 작품에 있어서까지 미친 존재감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위험한 상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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