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층 업그레이드된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문화스코어] 누구나 한번쯤은 지금의 ‘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보고 싶은 욕망을 가져봤을 것이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사랑이 두려운 사람 혹은 사랑의 비밀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러할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에게 마성의 뱀파이어가 다가와 매력을 전수해주겠다고 한다면? 그 유혹을 쉽게 뿌리치긴 힘들 것이다. ‘위험하고도 치명적인 거래를 해야한다’는 단서가 붙을지라도.
사랑이 두려운 순수한 천재 물리학자 ‘프로페서V’ 와 그의 운명을 쥔 ‘뱀파이어’의 로맨스를 담아낸 콘서트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가 다시 돌아왔다. 2010년 초연에서 입소문만으로 전석 매진, 연장공연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초연이 주인공 ‘프로페서V’를 중심으로 한 모노드라마였다면 이번 공연은 그의 내적 갈등과 함께 초연에서 존재가 부각되지 않았던 뱀파이어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드라마가 강조된다.
뱀파이어가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면 이런 기분일까. 고영빈 배우가 분한 뱀파이어를 본 뒤, ‘이 배우는 뱀파이어 역을 맡기 위해 태어난 배우일지도 몰라’ 라는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백작의 매력에 끌린 프로페서 V가 유혹에 벗어나지 못한 채 뱀파이어가 됐듯 관객들도 자신의 목을 내어주고 싶은 욕망은 그렇게 ‘꿈틀’됐다.
김운기 연출은 “고영빈은 신체적인 조건과 외모가 훌륭해서 동화 속에 나옴직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름답고 완벽하고 클래식한 뱀파이어를 보여 주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긴 팔과 긴 다리를 적극 활용한 움직임, 부드러운 미소와 무표정에서 뿜어 나오는 차가운 변화는 섬뜩함을 선사하기도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을 갖게 한다.

배우 송용진은 뱀파이어에게 매혹되어 위험에 휘말리는 순수한 괴짜천재 ‘프로페서V’역을 맡았다. 9살 소년에서 청년까지 다채롭게 연기 변신을 선보이며 주인공의 내밀한 정서를 차곡 차곡 쌓아갔다.
극 중 주인공인 ‘프로페서 V’는 어린 시절 본 만화 ‘은하철도999’의 메텔을 닮은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를 메텔이라 부른다. 일찍이 천재성을 인정받아 교수로 활동하지만, 이상적인 그녀의 사랑을 얻지 못해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 뒤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 시대로 날아가 드라큘라 백작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흥미진진 해진다.
결국 백작에게 목을 물린 그는 현실에서 이전과 달리 엄청난 매력남이 된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행복은 잠시, ‘보름달이 뜨면 야수로 돌변해 여성들을 희생시키는 저주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아무도 사랑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
송용진은 기자간담회에서 “<마마, 돈 크라이>는 한 인간의 파멸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말했다. 그만큼 끌리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매력적인 포인트는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두 배우의 강렬한 연기와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음악으로 공연을 끌어가는 콘서트 뮤지컬이란 점. 뮤지컬 <트레이스 유>에서도 작곡가의 존재를 궁금하게 했던 박정아 작곡가는, 이번에도 아름답고 슬픈 로맨스를 신나는 락 음악으로 풀어냈다. ‘뱀파이어의 아리아’ 등 4곡이 추가되어 총 26곡의 넘버로 구성 되었으며, 락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013<마마, 돈 크라이>에선 서숙진 무대디자이너가 참여하면서 달의 사생아인 고독한 뱀파이어를 상징하는 동그란 달이 실제 무대를 가르며 등장하는 점 역시 인상 깊다. 초연에서 불빛으로만 형상화했던 것에 비해 훨씬 판타지를 자극하는 점이 플러스 점수를 주게 만든다.
더욱 커진 스케일, 원형무대로 관객과 ‘밀착 호흡’을 자랑하는 <마마, 돈 크라이>는 화제작에 이름을 빼놓지 않는 가장 ‘핫’한 배우들이 캐스팅 됐다. ‘극과 극’의 매력을 보여주는 프로페서V 역에는 송용진, 허규, 임병근이 트리플 캐스팅 되었다. 프로페서V의 운명을 쥔 매력적인 뱀파이어 역은 고영빈과 장현덕이 맡는다.
귀에 꽂히는 중독성 강한 음악, 위트 넘치는 가사와 편곡, 배우마다 달라지는 라이브 연주로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는 5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페이지원(PAGE1), 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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