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캠핑’, 시그니처가 될 만한 이야기와 캐릭터가 절실한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방송은 늘 트렌드를 한 걸음 뒤에서 좇는다. 언택트 시대가 지속 혹은 시작되면서 여행이 곧 캠핑이 되자, 여행 예능도 캠핑의 감성을 담는다. 캠핑과 차박을 소재로 활용한 예능은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고, JTBC 새 예능 <갬성캠핑>을 비롯해 tvN <바퀴 달린 집>, KBS Joy <나는 차였어> 등 캠핑을 모티브로 한 예능들도 줄을 잇고 있다. 물론 2010년대 여행 예능이란 장르가 생겨나면서 캠핑이나 서핑, 자연주의 등이 하나의 주요한 소재로 활용되어온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로와 대리만족의 목적이란 측면에서 2020년도 캠핑 예능에는 조금 색다른 지점이 있다.

<갬성캠핑>도 역시나 코로나19 시대 캠핑이 갖는 당위와 로망을 공감대의 발판으로 삼는다. 박나래와 안영미 콤비를 주축으로 마마무 솔라, 에이핑크 손나은, 배우 박소담이 캠핑카와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감성 캠핑 용품들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쉼과 충전, 그리고 먹방을 보여준다. <바퀴 달린 집>이 타이니 하우스를, <나는 차였어>가 차박을, <캠핑클럽>이 캠핑카의 로망을 싣고 왔다면, <갬성캠핑>은 여행 금단 현상을 겪는 많은 이들을 위한 본격 콘셉추얼 캠핑을 콘셉트로 내세운다.

남해에서는 스위스와 베트남, 그다음 여행지에서는 캐나다 등등 여행지마다 국가별 콘셉트를 정해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시대에 소소한 위로를 전한다. 그에 맞춰 의상과 먹거리, 엑티비티를 준비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러한 콘셉트는 캠핑의 감수성보다는 예능의 문법에 가깝다. 그래서일까. 핑클의 재결합을 알렸던 JTBC <캠핑클럽>과 같은 기종의 캠핑카를 쓰고 있고 있지만 미니멀한 차박의 감성이나 박나래가 가져온 화이트& 우드의 감성 캠핑 용품에 대한 관심보다는, 박나래 특유의 투머치와 떠들썩한 분위기를 토대로 안영미의 재치와 출연자들의 인간적 매력과 미모가 재미요소가 되는 또 한편의 새로운 여성 예능으로 다가온다.

산골에서 불을 피우며 예능을 경험한 박소담, 유튜브에서 마마무를 통해 못 보여준 끼를 발산 중인 솔라, 언제나 미모를 담당했던 손나은 등이 박나래, 안영미 콤비와 함께하며 열심히 맡은 바를 찾아서 한다. 그런데 박나래 외에 캠핑에 대해 알거나 경험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모든 장비를 준비했다고 알려진 박나래를 제외하고는 1회 게스트 송승헌을 비롯해 다른 출연자들은 캠핑이 거의 처음인데다, 안영미는 소탈과 실용을 넘어 번아웃에 가까운 캐릭터다(물론 첫 여행이 진행되는 동안 캠핑의 매력을 느껴간다). ‘캠핑허세라는 비난과 녹초가 되는 다른 멤버들과 박나래 사이의 간극이 재미의 주요 코드로 등장하고, 언제나 대접받던 위치에 있던 송승헌이 최선을 다해 망가져 짐꾼이자 아재가 되는 머쓱한 모습과 식사자리 이후 펼쳐지는 여러 게임 등은 확실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럼에도 아쉽다. 박나래와 안영미의 이름값만큼의 웃음은 보장되지만, 새로운 조합과 캠핑이 주는 호기심과 로망이 있어야 할 텐데 그 지점이 밋밋하다. 코스프레, 먹방, 게임, 엑티비티 등 콘셉추얼함을 넘어선 <갬성캠핑>만의 감성이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같은 나이의 솔라와 박소담이 어색하게 말을 놓을 정도로 멤버들의 호흡이 무르익지 않았는데 게스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흐른다. 방송을 통해 만난 조합이 캠핑을 즐기고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을 물러서서 담는 형식도 아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첫 여행에서 연예계의 삶을 소회하며 돌아가며 눈물을 흘리는 시퀀스, 여행 마지막 밤에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소감은 진정성을 발목 잡는 클리셰다. 물론, 감정이란 게 불쑥 튀어나올 수 있고 억지는 아니었겠지만 이를 포착해 감정을 내세우는 진심과 눈물의 릴레이는 캐릭터쇼의 매력도, 캠핑의 감성도, 여성 예능만의 특색도 모두 지워버릴 정도로 전형적이다. 또한, 예능에서 보이는 것이 아닌 말로 하는 친목은 시청자와의 교감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아직 2회밖에 진행되지 않아 평가하기 이르긴 하지만, 새로움과 로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화려한 게스트, 눈물과 게임, 물 공포증 극복, 먹방도 좋지만 이들의 여행에 특별한 즐거움과 기대가 우선이다. 여행 예능은, 아니 캠핑 예능은 필수적으로 로망과 곁눈질을 동반해야 한다. 오토캠핑이 대중화 되어 있고, 그 외의 캠핑이 대부분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캠핑족들의 흥미는 장비의 업그레이드와 유행에 대한 민감도에 있다. 김숙과 라미란(<나는 차였어>)은 그 지점에 서 있다. 성동일과 김희원, 여진구는 그 대척점에서 캠핑과 거리가 먼 사람들임을 적극 드러내 진솔한 분위기를 만들고 화려한 게스트를 초대하는 캠핑 예능 형식을 선점했다. 그에 반해 <갬성캠핑>은 오랜 친구들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캠핑클럽>의 로망도, 앞서 언급한 두 프로그램처럼 확실한 방향성도 딱히 없다. 콘셉추얼함도 좋지만 또 한편의 박나래 예능이 아닌 시그니처가 될 만한 이야기, 캐릭터가 절실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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