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박2일>, 큰 형님 유해진에게 대중이 바라는 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2006년 MBC <일밤>의 ‘차승원의 헬스클럽’에 나오기 전까지 유해진은 명품 조연, 혹은 칼잡이였다. 절친인 차승원과 함께 출연한 이 쇼는 전원주 닮은꼴(이제는 박지성 닮은 꼴)의 연기력으로 승부하는 조연 배우였던 그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간 첫 번째 장면이었다.

유해진은 차승원과 함께한 8주 동안 영화 캐릭터로 보여준 것 이상의 능청스러움과 푸근함, 그리고 센스 있는 유머를 선보이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예능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매력을 발산했지만 그는 예능에 안착하지 않고 다시 배우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헬스클럽’에서 얻은 호감을 고스란히 안고 가게 됐다.

그러던 그가 더 많은 대중들에게 더 많은 호감을 얻게 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톱여배우 김혜수와 공개 연애를 하면서부터다. 사람들은 유해진에게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성의 매력이 있으리라 어림짐작하며, 동시에 존박보다는 허각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감정이입을 했다. 연애 공개 후 오히려 그에 대한 매력과 호감이 증폭됐으나 홍보성 예능 출연 외에는 영화 밖에서 그를 만날 기회는 드물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SBS 추석 특집 <런닝맨>에서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던 유해진은 이선균과 함께한 SBS의 파일럿 프로그램 <행진>에 출연해 녹슬지 않은 센스와 인간미를 발산하며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그의 매력을 각인시켰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대형 예능인 <1박 2일>의 큰형님 자리로 예능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그는 나서는 타입이 아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도 않는다. 그가 ‘헬스클럽’에서 히트를 친 것도 푸근한 외모와 나른한 태도와는 상반되는 중얼거리는 것에 가까운 혼잣말과 구시렁 때문이었다. 제작진과 큰 형님이 교체된 회치고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간 이번 비진도 특집에서도 유해진은 수줍은 듯한 얼굴 속에 숨어 있는 푸근하며 정감어린 매력을 나름 잘 보여줬다.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할 때 강호동은 기공파를 쏘듯 온몸의 기를 실어 1박 2일을 외쳤다면 유해진표 1박 2일 복창은 수줍은 듯 얼른 말끝을 흐리며 돌아서는 것이다. ‘게임은 좀 안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리어카 인간 나르기 게임을 제안하고 서서히 게임에 몰입하고 입수하기까지 그의 얼굴은 정감어린 인간미를 바탕으로 한 장난기를 전달하기에 충분했다.



이른 바 ‘먹방’ 장면에서 보듯 그는 역시나 푸근한, 사람 좋은 사람이었다. 유해진은 장필순의 목소리가 깔리는 가운데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남도의 완연한 봄기운을 맞이하러 떠나는 여행에 잘 맞는 새 식구였다. 하지만 그는 잘 어울리는 것 이상의 뭔가 보여줘야 할 임무를 띠고 있다. 새로운 제작진이 만드는 <1박 2일>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멤버들끼리 친할 수 있지만 아무런 관계망이 없는 지금 <1박 2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 큰 형님의 위치다.

현재는 MC 역할을 맡고 있는 이수근 외에 마땅한 역할을 가진 멤버가 없다. 그런 가운데 게임만 이어지니 한 시간 반 동안 멤버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시청자들은 왜 저들이 게임을 하는지, 그들의 게임에 우리가 열중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힘들어졌다. 지난주도 오프닝에서 유해진을 찾는 미션 게임, 비진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 복불복, 비진도 자유 투어를 위한 리어카 인간 나르기 게임, 입수를 위한 신발 던지기와 모래사장 깃발 뽑기까지 게임의 연속이었다. 그런데 게임을 끌고 가는 주된 맥락이 없으니 호들갑은 난무하지만 멘트는 비었다. 자연경관을 보여줄 때도 이수근의 리액션식 멘트만이 들릴 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새 부대에 담는 술이니 만큼 다시 한 번 <1박 2일>의 장점을 생각해보길 권한다. 확실한 캐릭터 설정 및 역할분담, 그리고 현지에 잘 녹아드는 수더분함과 친근함 같은 것 말이다. 이러한 기존 매력이 옅어지다보니 게임에 탐닉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식상함으로 연결되었다. 비진도 편은 아쉽게도 새로 개편한 것치고 새로움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래도 새 식구인 유해진의 인간적 면모를 부각했는데 초점을 맞췄는데 이미 사람 좋은 사람은 지금 <1박 2일>에 많다. 엄태웅이 처음 들어올 때도 진중한 진국인 이미지로 호감을 샀고, 성시경과 주원, 차태현과 김종민 모두 톤의 차이가 있을 뿐 사람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들 모두 그 이미지를 넘어선 그 무엇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첫 촬영지로 떠나면서 유해진은 “친구들하고 같이 놀러가는 기분”으로 간다고 했다. 그런 편한 마음은 중요하나 유해진 또한 그저 사람 좋은 또 한 명의 멤버로 남게 된다면 변화한 <1박 2일>에 대한 기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지만 내부 멤버끼리의 돈독한 우애를 통해 사람들이 동경하는 준거집단으로서의 매력을 우선 회복해야 하며, 둘째는 전국 방방곡곡의 멋진 장소와 명물을 소개하면서 그곳의 장소와 사람들 사이에 <1박 2일>팀이 어우러지는 데 유해진이 앞장 서야 한다.

<1박 2일>의 큰형님의 자리에 오른 유해진에게 프로그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동갑인 강호동은 물론 큰형의 이미지와 배우의 이미지를 내려놓는 것을 택했던 김승우와도 전혀 다른 스타일의 강한 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수근이 진행하는 게임에 참여하는 게 아니라 푸근하면서도 수줍은 듯한 매력으로 독함과 큰형님 체제라는 서열이 지배하는 <1박 2일>에 새로운 정서와 관계를 만들어내길 기대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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