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구라, 왜 <두드림>은 되고 <라스>는 안 되나
[엔터미디어=하재근의 이슈너머] 김구라가 <이야기쇼 두드림>으로 지상파에 복귀한다. 김구라의 컴백을 기다렸던 대중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두드림>은 신변잡기 연예인 토크를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여러 사회명사들이 나와서 인생사를 폭넓게 이야기한다.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예능스럽게’ 끌어가는 데에 김구라가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김구라는 최근 <썰전>에서 정치이슈를 지극히 예능스럽게 소화하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예능인 패널 하나 없이 정치인과 정치평론가만을 대동하고 보여준 성과다. 말하자면, MC로서의 위력과시라고나 할까? <썰전>을 통해 김구라는 자신이 다양한 인물, 다양한 이슈를 다를 수 있는 내공의 소유자라는 것을 입증했다. <두드림>에서 김구라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구라의 지상파 컴백이 일단 반가운 일이기는 한데, 정작 시청자로서 그가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렸던 자리는 여전히 비어 있다. 바로 <라디오스타>다.
<라디오스타>는 김구라가 빠진 이후에도 네티즌의 호평 속에 나름대로 순항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세윤이 김구라의 빈자리를 대체했다고도 한다. 과연 그럴까? 유세윤이 <라디오스타>에 활력을 불어넣고는 있지만 대체라고 하기는 힘들다. 유세윤은 김구라와 그 색깔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유세윤과 김구라는 서로 대체하고 말고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해서 더욱 ‘큰 웃음 빅 재미’를 만들어내야 할 관계다.
<라디오스타>가 투수라면 김구라의 역할은 시속 160킬로 강속구다. 유세윤, 윤종신, 규현의 역할은 다양한 변화구라고 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유세윤은 변화무쌍한 마구라고나 할까? 김국진은 구질과 구속을 조절하는 관리자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다양한 변화구를 활용하면서 그때그때 구질을 잘 선택한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투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한 방’이 있어야 투수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갖게 된다. 시속 160킬로 한 방이 있을 때 변화구와 다양한 완급조절도 더욱 빛을 발한다. 김구라가 바로 그런 ‘한 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라디오스타>에서 윤종신, 유세윤, 규현 등은 주로 그때그때 토크가 전개되는 맥락 속에서 깨알 같은 웃음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김국진은 분위기를 정리한다. 하지만 이 속엔 이야기를 뚝심있게 끌어가는 주체가 없다. 그래서 김구라가 필요하다. 김구라는 토크를 끌어가는 폭주기관차이기 때문이다. 김구라가 이야기를 ‘폭풍 전개’ 해나가면 유세윤, 윤종신 등이 깨알 웃음으로 변주할 만한 떡밥들이 ‘무한 방출’된다. 그 사이사이에 규현이나 유세윤이 깐족깐족하면서 한창 힘쓰는 김구라에게 면박을 주면 <라디오스타> 황금구도가 완성될 것이다.
이런 <라디오스타>의 터줏대감 김구라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운 감이 없지 않다. 돌아올 때가 지나고도 넘었다. 애초에 10여 년 전 인터넷 막말을 가지고 현재 시점에서 처벌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막말, 투기, 탈법 논란을 거치고도 높은 자리에 팡팡 올라가는 게 현실인데 왜 연예인만 평생 AS를 해야 하느냐는 형평성 차원의 문제제기다.
일각에선 김구라가 좌파라며 발목을 잡았다. 이건 김구라 스스로도 언급했었는데, 정말 황당한 지적이다. 불우했던 시절 출연한 인터넷 방송국에 정치성향이 있었다는 이유로, 출연자인 그에게 낙인을 찍는 건 말이 안 된다. 자기 입맛에 맞는 방송국을 고를 만한 대스타도 아니고, 일단 섭외가 들어오면 다 하게 마련이다. 김구라는 현재 종편에도 출연하고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무슨 좌우를 따질 겨를이 없다는 얘기다.
그저 김구라는 방송활동을 하는 연예인이라고 보면 된다. 과거 방송활동이 안 풀렸던 시절에 인터넷에서 좀 ‘속되게’ 먹고 살았을 뿐이다. 여기에 대해선 충분히 자숙의 시간을 갖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KBS <두드림>으로 지상파 복귀가 확정된 마당에 김구라의 진면목을보여줄 수 있는 <라디오스타>에 못 나올 이유가 없다. 최근 <아빠 어디가>, <나 혼자 산다> 등이 호평을 받으며 빠르게 예능 영토를 회복하고 있는 MBC의 판단이 주목된다.
칼럼리스트 하재근 akoako@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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