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에 비해 아쉬움이 큰 ‘바닷길 선발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여행 예능의 관건은 동경에 있다. 기본적으로 여행 욕구를 자극하는 설렘과 함께 여행하고 싶은 대리만족의 효용을 줘야 한다. 2013년부터 진화해오면서 사실상 문법의 중요 요소들도 정리됐다. 이국적인 풍광 속에서 좋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일종의 미션, 그리고 먹방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이국적인 풍광과 이색적인 미션이 불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그래서 게스트의 명성과 캐릭터의 인간미에 힘을 주는 변화를 줬지만, 트렌드와 촬영환경의 제약, 아이디어들이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로망을 띄우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달 19일 시작한 tvN <바닷길 선발대>는 다소 아쉬움이 있는 프로젝트다. 프로그램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지난 추석 파일럿에서 라면이란 소재가 겹친 사건처럼(MBC <볼빨간 라면연구소>SBS <대국민 공유 레시피, 라면 당기는 시간>) 비슷한 시기에 요트를 소재로 삼은 MBC 에브리원 <요트원정대> 시리즈가 이미 시작해 선점 효과를 놓친 데다 접근 방식이 비슷한 무인도, 아웃도어 예능이 늘어서 있어 신선함이 떨어지는 탓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요트 예능은 지난해 가을 방송한 <시베리아 선발대>의 제작진이 만드는 선발대시리즈의 후속이다. 시베리아 횡단 기차여행을 함께한 김남길과 고규필을 중심으로 박성웅, 고아성이 가세해 1112일 동안 해양수산부에서 조성 중인 바다 둘레길을 따라 요트로 서해안부터 동해안까지 1094의 항해에 나선다. 이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너른 바다가 주는 청량감과 멋진 요트라는 로망으로 이색적인 풍광을 대신하고, 20대부터 40대까지 펼쳐진 출연진이 하나의 유사가족 형태로 끈끈하게 뭉쳐 우정과 배려, 협동, 진솔함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여행 예능은 보통 다양한 캐릭터 군상이 조화를 이루고, 톱니가 되어 서로를 도와 나아가는 미션 완수형 스토리를 펼치는데, ‘선발대시리즈의 특징은 예능에 거의 얼굴을 내비치지 않는 배우들로 팀을 꾸린다는 점이다. 그래서 캐릭터쇼의 빌드업 과정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새로운 인물에 대한 관심과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가 초반부터 밝은 기운을 만든다. 예능 담당 캐릭터인 고규필과 고아성의 부부놀이나 알려진 캐릭터와 실제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박성웅, 팀의 구심점이면서도 윤활유 역할을 하는 김남길 등 각각의 인물이 갖는 매력은 물론, 김남길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즐거운 분위기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 짓게 한다.

볼거리도 매력적이다. 전작인 <시베리아 원정대>에 비하면 유럽풍 배색의 고급 요트의 공간부터 시작해 식재료 등등 여행 스타일 자체가 훨씬 로맨틱하고 풍요롭다. 그러면서 진지하다. 이번 선발대는 출연자들이 자력으로 배를 몰고 항로를 따라 여정을 이어간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이 여행을 위해 출연자 전원이 하루 8시간씩 5일간 정식 교육 과정을 받고 동력수상레저기구조종 면허증과 소형선박조종사 면허증을 획득했다.

고사도 지내고, 직접 항로와 바람을 보며 운전하고 파도에 맞춰 돛을 펴고 접고, 접안과 이안도 직접 한다. 물론 바다 항해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지만 배운 걸 실전에서 펼쳐보려는 의지가 그들이 쓰는 용어와 몸동작, 상황에 따른 즉각적인 공감대에서 느껴진다. 그래서 이들의 여행에도 초대 손님이 등장하고, 먹방이 콘텐츠의 큰 요소를 차지하지만 세이호’(<바닷길 선발대>의 요트) 위에는 소위 말하는 핍진성이 있다.

준비도 진지하게 잘했고, 출연자들은 진정성을 갖고 미션과 동료들을 대한다. 예능다운 상황과 요트 콘텐츠도 적절하다. 요트를 타고 여행한다니 궁금하고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판타지와 현실 양극단의 중간에 놓이면서 로망의 좌표가 애매하다는 데 있다. <윤식당>이나 <비긴어게인>, <스페인하숙> 같은 판타지로 승부를 보는 여행 예능과 현실주의를 추구하는 정보성 여행 예능 사이 어딘가에서 욜로 붐이나 서핑 붐, 현재의 차박 캠핑 예능 등 지난 몇 년간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좇은 예능이라면 어김없이 빠졌던 늪이다.

게다가 요트 예능은 차박 등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재다. 엿보기 차원에서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주긴 하지만 대중적이진 않다. 얼마 전 외교부장관 부군이 평생의 요트 구매 여정이 정계를 뜨겁게 달구면서 요트에 대한 로망을 멀리서나마 확인한 정도지 접근성이나 대중성 면에서 여전히 이색적이다. 이는 이미 먼저 성적표를 받든 <요트원정대>의 낮은 시청률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코로나로 인해 바다, 섬으로 나오는 예능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이때,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고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바닷길 선발대>가 갖는 신선함과 재미를 딱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소재, 설정, 캐스팅, 재미 요소와 볼거리 모두 직접 보지 않고서는 가진 매력을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데 심지어 일요일 심야 시간에 편성됐다. 프로그램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에 비해 환경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어 1%를 갓 넘긴 시청률로 평가받기엔 아쉬운 예능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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