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정리’, 수다 떠는 재미와 비워지는 쾌감의 이중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새로 시작한 tvN 예능 중 꾸준히 좋은 성적을, 가장 효율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프로그램은 <신박한 정리>. 코로나19로 인해 공간과 일상이 다시금 주목받으며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났지만 유독 돋보이는 건 지향점이 남다른 덕이다. ‘집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는 모토를 가진 이 예능은 굉장히 현실밀착형 아이디어와 가치관을 전파한다. 방송을 보고 나면 집을 둘러보고 마음 한켠에 묵혀 있던 짐을 정리하고 싶게 만든다.

<신박한 정리>는 미니멀 라이프에 관심이 많은 신애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알려진 만큼, 신애라는 전면에 나서서 진행자이자 인생 선배이자, 정리 전문가로 맹활약한다. 비움의 미학과 정의, 미니멀 라이프의 가치관을 설파하는 신애라는 한국판 곤도 마리에를 자처한다. 일본에서 시작해 책과 TV 콘텐츠로 미국과 유럽을 휩쓴 정리전문가 곤도 마리에는 정리라는 집안일을 인테리어의 관점이나 살림의 영역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관이나 삶의 태도로 전환시킨 정리업계의 마이클 조던이자 미니멀리즘 트렌드를 이끄는 구루다.

이런저런 이유로 끌어안고 어수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폐부를 찌르는 신애라의 명언도 그에 못지않다. ‘정리를 하다 보면 진솔한 나를 찾게 된다.’ ‘정리는 꼭 필요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인생의 우선순위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미니멀리즘은 무조건 비우고 버리는 건 아니다. 내 삶에서 나부터 정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내가 가진 물건들, 내가 속한 공간의 정리가 필요하다.’ ‘내게 필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남겨놓고, 나한테는 불필요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들을 나누는 게 비움이다.’ ‘수납장의 반은 늘 비워져 있어야 한다.’ 등등 신애라의 정리 철학에는 강력한 자기계발의 효용이 깃들어 있다. 참고로 신애라의 추천으로 합류한 정리전문가 이지영 대표 또한 이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런 자기계발적 요소가 짙은 콘텐츠가 흥미로운 예능으로 다가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연예인들 일상과 살림을 들여다보는 익숙함 위에 시청자들이 즉각적으로 감응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변화를 위한 큰돈이 들지 않는다. 집 안 정리를 의뢰한 연예인들은 가족의 형태나 주거 공간, 경제적 기반 등등 분명 사는 모습의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정리비움만으로 집 안이 확 달라지는 걸 보여준다.

이러한 메이크오버 콘셉트의 예능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짐을 비우고 있는 가구를 재배치하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가 가능하다는 매력적인 하우투와 드라마틱한 변화가 긍정적이고 밝은 기운을 불러일으키고, 호기심과 기대를 갖게 한다. 예능 차원의 볼거리도 있다. 회차가 거듭할수록 정리의 난이도도 높아진다. 이번 주 방송된 김빈우의 집은 수납공간을 비워두라는 신애라의 지론이 전혀 융통되지 않는 집이었다. 거실은 육아 중인 모든 집이 그렇듯 인테리어를 포기한 키즈카페가 됐고, 주방과 드레스룸, 펜트리, 베란다는 부부의 화려한 쇼핑 이력을 증명하는 물건들로 넘쳐서 포화 상태가 됐다. 이들은 필요’, ‘욕구’, ‘버림박스 세 개를 앞에 두고 물건을 정리해나가는 과정에서 옛 사랑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고, 지난 세월의 조각들, 전혀 잊고 있던 매력적인 물건들이 발굴되기도 한다.

비우기와 가구 재배치로 발휘하는 정리의 기술은 정돈을 넘어서 공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이태원 시대를 마무리한 홍석천은 “<신박한 정리>를 통해서 좀 내보내고 새 출발을 해보고 싶다며 정리를 통해 인생 2막의 문을 열었다. 마찬가지로 눈물을 보인 김빈우는 재택 근무하는 남편과 점점 잦아지는 투닥임을 끝내고 정돈된 삶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처럼 정리를 통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진짜 삶의 소중한 것들을 찾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정리 과정에서 사람이 보이고, 삶의 가치와 일상의 소중함에 눈을 뜬다. 정리정돈의 팁은 물론이고, 다른 집 살림살이를 보면서 수다를 떠는 재미와 비워지는 쾌감이 있다. 그리고 보는 것을 너머 시청자들도 즉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보와 가치관을 제공하는 콘텐츠란 점은 이 프로그램만이 갖는 장점이다. 우리 집을 돌아보는 계기, , 내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자기계발적 효용과 동기부여야 말로 <신박한 정리>가 신박한 신생 예능이자, 공간에 대한 여러 예능 중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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