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클라라 몸매 부각, 김태희 얼굴 강조와 다를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주말 프로야구 3연전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목동에서 벌어진 1,2위 간의 혈투부터 잠실벌의 두 주인간의 대결까지. 허나 마치 야구는 그저 공놀이 일뿐이라고 비웃듯 대중을 사로잡은 이슈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얼룩말을 연상시킨 클라라의 시구였다.
어깨선을 피트하게 만들어 가슴 볼륨을 강조하고 과감하게 아랫부분은 생략해 배꼽티로 리폼한 상의도 상의지만 기능성 내복이라 해도 무방한 타이트함 그 자체인 하얀색 핀 스트라이프 레깅스는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안 그래도 굴곡진 몸매인데, 연신 몸에 있는 라인이란 라인이 다 드러나는 포즈를 잡더니 역동적인 와인드업 후 힘차게 공을 뿌렸다. 그녀의 손에서 공이 떠난 순간 클라라는 강예빈을 넘어서서 실시간 검색어의 여신이 되었다.
급 관심에는 언제나 그림자의 어둠이 함께한다.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논란이 일었다. 남성연대 상임대표 성재기 씨는 “80년대에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개탄했다. 물론 맞는 말이다. 80년대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허나 클라라를 위한 변명을 하자면 우선, 80년대를 가치판단의 척도로 삼기가 곤란하다. 그런 식의 논리라면 지금 벌어지는 일 가운데 80년대에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인데 한 명의 남성 입장에서 굳이 개탄할 만한 일이냐는 것이다. 물론 나서서 장려하고 권장하기도 머쓱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인정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클라라는 몸매를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부인할 수 없다. 그녀가 연예인의 범주에 들어가는 건 대충 알지만 정확한 직업을 아는 이는 드물다. 얼마 전까지 클라라는 이름도 낯설었다. 그러던 그녀는 MBC 에브리원 <싱글즈2>에 출연하면서 거품 목욕 장면이나 탱크탑 차림의 헬스복장, 심지어 그냥 밥 먹을 때도 몸매가 다 드러나는 타이트한 티셔츠를 입고 나온 뒤 유명해졌다. 스스로 트위터에 노출한 일종의 노출 사진 등으로 실시간 검색어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시구하기 바로 전날인 2일에는 이런 논란에 대해 “노출을 의도한 것은 절대 아닌데 계속 그렇게 비춰지고 있어서 난감하다”고 그간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당황한 척하다가 바로 다음날, ‘얼룩말 포즈’로 자신에게 쏟아진 관심에 화답했다.

그녀의 몸매를 드러내는 전략은 당연하게도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데 기반을 둔다. 여기에 대중은 반응했다. 남자 시청자가 절대 다수인 야구 프로그램의 간판을 젊은 여성 아나운서가 맡는 것이나 남자 팬들이 여자 배우를 좋아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성적 매력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성적 매력의 정체를 AV화해서 끌고 간다거나, 오로지 성적 매력 하나 때문이라고만 분석하면 얼마나 낯 뜨겁고 불쾌한가. 매력적인 이성에게 이끌리는 건 당연한 원초적인 본능이고 익숙한 모습이지만 그 본능은 다양한 수용의 맥락 속에서 희석되고 또 다른 가치판단 기준과 연결된다.
그래서 이 원초적 본능만을 내세우면서 판단을 내리면 촌스러운 결론이 날 수밖에 없다. 이미 ‘수용의 맥락’이 이만큼 와 있는데, 유연성이 결여된 것이다. 거칠게 비유하자면 아청법의 기본 취지는 찬성하지만 이 법안이 성적 상상력을 법으로 단죄하는 결과로 이어질 염려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과 비슷한 논리다.
또한 가족이 함께하는 야구장에서 아이들 앞에서 민망하다고도 지적하지만 정작 어린이들이 관심이나 있을까 싶다. 클라라가 딱 붙는 레깅스를 입고 나왔다고 해서 먹던 치킨과 콜라를 내던지고, 침을 흘린다거나 ‘이상한 상상’을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이의 입장이 아닌 시선에서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한 주장일 수도 있다.

클라라의 노출 논란이 조금 과하다고 생각하는 건 사람들은 반응하지만 이미 딱 거기까지만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색어에 올랐을 때 본능적이니까 가볍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뿐이다. 그 이상은 없다. 몸매를 부각하는 무언가를 보고 사고의 자유연상이 어떤 해악으로 미치지는 않는다. 혹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여성의 야한 옷차림이 성폭행을 부추긴다’는 의견에 분개하면서 시작된 ‘슬럿워크’ 운동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편, 클라라의 입장에서 이번 논란을 겪으며 안게 된 문제는 몸매를 앞세운 전략은 과해지거나 식상해지면 바로 비호감으로 돌변할 여지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센세이션과 식상함의 경계를 잘 타는 것이 중요한데, 이 외줄타기 전략은 곽현화로부터 본격화되어 강예빈을 거치면서 연기자, 가수, 코미디언 등의 직군 분류에 ‘검색어 순위 이터(eater)’라는 신종분야를 만들었다(이수정, 박은지 외 레이싱모델과 치어리더까지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이미 잘 알고 있을 터,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야구에서 이닝을 많이 소화하는 투수에게 ‘이닝 이터’라고 부르고 농구에서 리바운드와 보드 장악이 강한 선수에게 ‘스페이스 이터’라고 부르듯 등장만 했다하면 그날의 검색어 차트를 점령하는 이들만의 분야가 만들어진 것이다.

몸매는 훤히 드러내놓고 성적 매력을 어필한 게 아니라 일상일 뿐이라고 수줍게 말하는 것도 재미나지만 그 정도 성적 매력을 드러내놓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넌센스다. 클라라나 강예빈 등이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나서는 건 김태희가 얼굴을 강조하고 이나영이 분위기로 어필하는 것과 크게 다른 게 아니다. 그러니 연기력이나 다른 무엇으로 인지도에 대한 보답을 하라는 논리도 필요 없다.
이 분야의 재밌는 규칙은 대중이 먼저 어떤 특별한 것을, 더 센 수위를 열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수용자의 입장에 선다. 그러니 그녀들이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나 솔직하게 드러내고 딱 그만큼 받아들이는 게 앞으로 등장할 ‘검색어 순위 이터’를 대하는 가장 담백한 태도다. 그럴 때 자정능력도 기대할 수 있다.
클라라의 시구에서 정작 문제시되어야 하는 건 홈팀인 두산 측 시구자로 나섰으면서 상대팀이자 같은 구장을 쓰는 LG트윈스의 상징인 핀 스트라이프를 입고 나온 야구문화에 대한 이해부족이다. 아울러 이쪽 분야의 선구자인 곽현화, 강예빈이 한창일 때 이런 이슈를 다루지 못한 것이 미안할 따름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SPN, 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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