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케이팝 시장은 어디로 갈 것인가?

[엔터미디어=노준영의 오드아이] 아이돌 열풍이 케이팝 시장을 잠식한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어쩌면 지지기반이 확고하기에 더욱 오래 갈 수밖에 없었던 아이돌 그룹들의 명과 암은 그 사이에서도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가장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각광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해외 시장에 ‘케이팝’ 이라고 알려진 아티스트들의 대부분이 아이돌이었고, 현재까지도 그런 경향이 이어져 왔다. 물론 여기에는 아이돌 그룹에 맞춰져 있는 기획사들의 기획 구조도 한 몫을 담당했다. 공급이 많으니 실패하는 사례도 많아지는 건 당연한 사실, 이곳저곳에서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는 말들이 터져 나왔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았다. 아쉬움은 느껴지지만 큰 대책은 없었던 곳, 이게 바로 케이팝 시장의 현실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요즘 문득 5월 음원 차트를 보고 있자니 여기저기서 색다른 모습이 포착됐다. 전에도 ‘에일리’, ‘배치기’, ‘프라이머리’, ‘악동뮤지션’, ‘긱스’, ‘케이윌’, ‘자이언티’ 등 비(非) 아이돌 아티스트들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변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발견된 건 사실이지만, 5월 음원 차트에서는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현재도 화제를 모으고 있고 정규 앨범 발매와 함께 더 큰 비상을 노리고 있는 이효리는 트렌드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미스코리아’로 음원 차트를 호령하고 있다. 정통파 보컬로 알려져 있는 윤하도 콜라보레이션의 진수를 선보이며 음악으로 감동을 주고 있고, 로이킴과 유승우 같은 개성파 솔로 아티스트들도 사랑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뿐이랴. 발매 때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며 전 세대를 사로잡은 가왕 조용필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고, 보컬 그룹 포맨도 색깔 있는 음악으로 승부하고 있다. 열기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는 샤이니도 아이돌 그룹이긴 하지만 자신들만의 정체성이 매우 뚜렷한 최고의 실력파 그룹이다.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각축을 벌이는 형국이다. 한 가지로 수렴하는 대세는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누가 처음부터 인기곡들을 플레이해도 하나쯤은 좋아하는 장르를 찾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아이돌 그룹 열풍이 잦아들고 있는 지금, 5월의 음원 차트는 새로운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음악을 향유하는 다양한 계층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손님은 왕'이라고들 한다. 소비자의 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민폐가 아닌 선에서 말이다. 하지만 음악 시장은 유독 소비자의 권리를 찾기 어려운 곳이다. 공급자들의 열쇠를 쥐고 있다 보니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방향이라도 하소연하기 어렵다. 공급자가 보여주는 해답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아이돌 열풍은 그래서 아쉬운 측면이 많았다. 음악을 듣는 계층은 다양하고, 이들이 즐기는 장르도 다양한데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묵살되고 말았던 것이다.

소위 잘 나가는 음악, 혹은 잘 되는 음악 위주로 시장이 개편되다 보니 케이팝 특유의 감수성 넘치는 음악들도 실종 증세를 보였다. 케이팝의 주체적인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음원 선택권에서도 소외가 발생했고,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소외가 발생했다. 건강한 시장 발전을 위한 자생적 에너지 지수가 떨어지며 우려 섞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지만, 5월의 상황은 긍정적이다.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요구를 모두 반영할 순 없겠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현실이 만들어 졌다. 이것도 정답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긍정적인 모습이라는 평가까진 내릴만한 구석이 있다.

그래서 그야말로 훈풍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나아가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긍정적 변화를 향한 조짐이 감지되니 따뜻한 바람임에 틀림없다. 물론 아이돌 음악에 대해 부정적 시선을 견지하는 건 아니다. 아이돌 그룹 한 팀이 만들어 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도 무대에 서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케이팝이라는 이름으로 대한민국을 알린 장본인도 바로 이들이었으니 스타일과 트렌드 면에서 빠질 구석이 없다.

다만 음악이라는 게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을 담보로 하는 만큼, 어느 정도 선택의 카드는 확보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음악이란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다. 그러니 이런 동반자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가며 음악이 주는 참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긍정적 변화의 씨앗은 이미 뿌려졌다. 남은 과제는 기획에서 다양성이 계속 이어지고, 이를 듣는 청취자들도 많은 반응을 통해 의사 교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게 바로 많은 음악이 숨 쉬는 케이팝계를 만드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대세는 돌고 돈다. 어쩌면 한 번 쯤 돌 타이밍이 된 건지도 모르겠다. 중요한 건 외줄타기 보다는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는 협력의 관계가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음원 차트에서 지속적으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한다. 지금껏 대중음악이 사람들에게 주었던 수많은 감정들이 음원 차트 속에서 다시 살아날 수 있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노준영 nohy@naver.com

[사진=B2M엔터테인먼트,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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