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릎팍도사’가 ‘썰전’ 김구라에게 배워야 할 것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의 잠정은퇴 이전부터 위기였다. 복귀 후, 반등하지 못하더니 결국 제작진이 전원 교체되었다고 한다. 시청률은 5%를 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티빙’ 등의 다른 플랫폼이나 방송 후 여론이나 관심도 측면에서의 격차다. <무릎팍도사>의 전성기가 ‘센’이야기를 통한 센세이션이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 처지는 매우 처량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음주운전 자수를 한 유세윤의 상황까지 더하면 강호동이란 브랜드를 제외하고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꾸거나 바뀌어야 할 시점을 마주한 셈이다.
<무릎팍도사>의 추락은 사실 색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허나 <무릎팍도사>의 부진은 동시간대 방송중인 JTBC의 <썰전>의 진격과 여러모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우선 비슷한 시기에 복귀한 김구라와 강호동의 엇갈린 행보가 눈에 띈다. 김구라는 자신의 캐릭터에 실제 시련의 세월까지 녹여서 날을 세워 돌아왔다. 그리고 영민한 프로그램 선택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확장시키면서 일상, 현실, 더욱 더 큰 진짜를 원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대두된 속에서 우리나라에서 김구라만이 할 수 있다고 하는 고유한 영역을 다시 한 번 구축했다. <라디오스타>에서 전매특허를 획득한 독설을 바탕으로 자신의 앞마당을 확실히 정하고 복귀한 것이다.
허나 강호동은 착하고 겸손하며 약간은 부족한 듯한 캐릭터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돌아오면서 모든 것이 어그러졌다. 극명하게 나뉘는 강호동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는 프로그램 명운의 상수인 셈이고, 언제나 불호보다 호가 훨씬 많았다. 그것이 강호동이 유재석과 예능계의 쌍두마차가 된 연유다. 하지만 돌아온 강호동의 전략은 모두를 어색하게 만들었다. 절대적 위치이지만 착한 캐릭터는 유재석만으로 족하고, 이 전략으로는 강호동의 장점인 에너지를 살릴 수가 없었다.

그 결과 김구라가 <택시>에서 정말 궁금한 것들을 꼬집어서 물어보고 <썰전>에서 정치 토크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면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리액션은 함량이 부족한 해설자의 프로야구 중계를 보는 것 같다. 이번 주 김경호 편만 봐도 야구 해설로 치면 판세를 읽어주거나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를 물고 늘어지는 게 아니라 감탄사를 연발하고 과장된 표정으로 추임새를 넣는 데 그친다. 누가 봐도 다 아는 내용을 해설자가 다시 한 번 말하는 해설을 듣는 기분이다.
프로그램간의 비교거리도 두드러진다. 토크쇼라는 차원에서 볼 때 <썰전>과 <무릎팍>의 가장 큰 차이는 1:1 토크냐 게스트의 유무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요즘 예능은 <라디오스타>의 이효리가 그랬듯 시청자들이 평소 듣고 싶은 것을 꾸밈없이 들려주는 분위기다. <썰전>은 월화 드라마의 판세와 배우 실명을 거론하면서 연기력 논란을 다루고 최근 문제시 되고 있는 조세피난처 한국인 명단 논란을 다뤘다. 모두가 불만족스러운 이 부분을 깔깔거리는 가운데 문제가 있다고 정면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역외탈세 및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지식을 알려주면서 이것이 무엇이 문제인지까지 알려준다.

그런데 동시간대에 방영된 <무릎팍도사>에서는 김경호를 모셔놓고, 그의 뷰티 이야기, 록커의 살림 이야기를 에피타이저 삼고, 태어나서부터 <무릎팍도사> 녹화하고 있는 바로 그날 그 순간까지 김경호가 살아온 일대기를 다뤘다. 어린 시절 왕따 이야기에서부터 형에 대한 열등감을 가진 외소한 아이가 노래로 인생 역전한 이야기, 전성기의 화려했던 시절과 그것을 뒤로 하고 살아야 했던 시간, 그리고 <나는 가수다> <댄싱위드더스타3>에서 활약하는 지금까지 한 사람의 인생사를 연대기순으로 다룬다. 그 인물에 매력을 느낀다면 <무릎팍도사>의 구성이 재밌을 수도 있다. 허나 스타 파워는 이미 사라진 시대다. 한 연예인의 인생을 1시간 축약본을 기다리며 들어주는 사람은 없다.
<무릎팍도사>는 비유하자면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한 어머니’로 시작하는 자기소개서 같다. 각 항목마다 제목이나 키워드를 뽑아서 그 항목에 맞는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잘 보여주느냐가 관건인 시대에 자신의 유년시절부터 성장과정을 모두 읊는 인사과에서 싫어하는 자기소개서 스타일인 셈이다.
다시 말해 요즘 토크쇼는 주제가 있어야 한다. 최근 각광받는 자기소개서 스타일처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그리고 재밌고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단순히 게스트가 주제인 토크쇼는 성공할 수 없다. <썰전>과 <무릎팍도사>의 가장 극명한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할지 뽑아서 시청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하고, 그 이야기가 잘 드러나게 포장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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