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규제 시행 앞두고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 폭증
정부 정책 나올 때 마다 신용대출 급증...“일단 받고 보자”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일반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에 이어 마이너스 통장도 역대 최대 규모를 넘어섰다. 정부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신용대출이 폭증하면서 시중은행의 연체율 관리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신규 개설 마이너스 통장 수는 20일 6324개, 24일 6324개, 25일 5869개, 26일 5629개로 정부의 신용대출 규제 발표 직전인 12일 1931개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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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통장 개설이 급증한 이유는 오늘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관리방안’ 때문이다.

이번 규제는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연 소득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 초과 신용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기존의 대출 연장에 대해서는 이번 신용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 시행전 미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고 한도를 최대한 늘려 놓으려는 수요가 몰렸다.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신용대출 잔액은 마이너스 통장 개설까지 급증하며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규제가 발표된 13일 129조5053억원이었던 신용대출 잔액은 26일 131조6981억원으로 2주 사이 2조1928억원이 불어났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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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올해는 정부의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신용대출이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신용대출 금리는 크게 낮아졌고,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을 규제하면서 일반신용대출 증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주식시장 호황과 바이오, 테크 관련 대기업들이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일반신용대출은 폭증했다.

또 올해 7월에는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주택의 공급이 줄고, 세입자의 수요가 늘어 전세값 급등과 함께 전세자금대출도 급증했다. 이에 정부는 19일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지금의 전세난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신용대출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연체 관리다. 올해 9월말 기준 은행 연체율은 0.3%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신용대출 급증과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체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출 상환을 유예하면서 나타난 통계적 착시로 보고, 유예조치가 끝나후 나타날 연체율 급증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시행 전 대출 수요가 틈새 영역까지 최대치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은행들도 많은 대손 충당금을 쌓는 등 부실 대출에 대해 대비하고 있다”며 “현재는 제대로된 부실 정도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대출 상환 유예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상반기 연체율이 급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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