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IFRS17 법규개정 추진단’ 운영
“IFRS17 시행까지 보험사 자본확충 이어질 것”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2023년 시행하기 위해 실무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IFRS17 시행으로 부채 부담이 커진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중 보험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업계와 관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IFRS17 법규개정 추진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애초 IFRS17은 내년 시행 예정이었지만 2023년으로 2년 연기됐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추가 연기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금융위가 보험업계와 실무 준비작업에 착수한 만큼 더 이상 IFRS17 시행은 연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 6차 영상회의에서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그동안 IFRS17 도입 시기와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저금리·저성장,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보험업계의 어려움이 크다는 것도 잘 안다”며 “그러나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은 우리 보험산업의 재무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마땅히 가야 할 길어서 2023년 IFRS17 시행에 맞춰 현행 보험업 법규 개정 작업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IFRS17은 원가평가해온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사가 계약자로부터 받는 보험료에는 보험사의 부채와 자본이 포함돼 있고,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돌려주는 보험금은 책임준비금으로 부채로 평가한다. 현재는 책임준비금은 원가로 계산하고 있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보험사의 자본이 된다.

하지만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부채와 자본은 훨씬 복잡해진다. 우선 책임준비금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계산하고, 보험금 지급 확률을 추정해 미리 계산한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보장하기로 한 사고, 질병, 사망 등과 만기, 중도해지 등 미래 상황이다.
또 보험사가 예측한 책임준비금이 틀릴 경우를 대비해 위험조정을 부채에 추가로 적용한다. 책임준비금에서 위험조정의 차이가 계약서비스마진으로 보험사의 수익이 되지만, 이 또한 당장 수익이 아닌 부채로 평가된다.
결국,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의 자본은 줄고 부채는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문제는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 판매한 보험의 부채 평가 기준도 바뀌어 보험사가 쌓아할 책임준비금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의 저금리 상황 때문에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대한 추가 준비금 부담은 더 커진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RBC비율은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 292.6%. 손해보험사 248.6%로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IFRS17을 시행할 경우 보험사의 지급여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IFRS17 도입에 앞서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300% 이상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외국계 보험사를 제외하고 RBC비율이 300%를 넘는 국내 보험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 DGB생명, 삼성화재, 서울보증보험 뿐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IFRS17 시행에 앞서 자본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실제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발행, 후순위채 등을 통해 해마다 2조원 이상의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IFRS17 도입을 2023년으로 확정지은 만큼, 과거 고금리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대형 보험사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보험사마다 사정은 다르겠지만, 새로운 제도 도입 전까지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자본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