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승지 유명세로 본 ‘무도’의 무한 존재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무한도전>은 여전히 뜨겁다. 시청률은 또 한 번 토요예능 부동의 1위를 기록했고, 주말 내내 실시간 검색어에 <무도>에 출연한 신인 개그맨 맹승지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정준하는 가상 먹방과 돌아온 정 총무 캐릭터로 웃음을 만들었고, 노홍철과 하하는 예의 깨알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돋웠다. 그리고 간만에 타율은 낮지만 이 팀의 홈런타자이자 전성기 시절 전설을 쓴 스트라이커 박명수가 웃음을 폭발시켰다.

그랬다. 지난 주 <무한도전>-‘우리 어디가’ 특집은 간만에 멤버들만의 합으로 웃음을 만들어낸 올드스쿨 스타일이었다. 시청자들에게 베풀거나 <무도>팬들을 위한 팬서비스 차원의 특집이 아니라 간만에 멤버들 간에 티격태격 거리는 캐미스트리로 웃음을 만들어냈다. 물론 이제 예전만큼 스피디한 진행은 이뤄지지 않는다. 아침 8시에 모여도 오후 4시가 다 되어야 본격적인 출발이 가능할 정도로 분량 모으는 것도 만만치 않다. 서로 ‘늙긴 늙었구나’라는 아침 인사를 전하는 나이가 됐지만 정 총무와 박명수의 활약이 더욱 반가운 것은 빵 터지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그 때문에 절대로 버릴 수 없는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한도전>은 늘 그래왔듯 시간을 쌓아가면서 나아간다. 지난 주 ‘우리 어디가’는 예전 ‘시크릿 바캉스’의 앨범에 새로운 페이지를 덧대면서 추억거리를 확장한다. 이런 것들이 얽히고설켜서 하나가 된 것이 <무한도전>의 현재요, 이런 과정이 지난 8년간 이어지면서 세월은 역사가 됐다. 더 이상 자리를 잡는다는 표현은 모순이고, 하루하루가 기록이고 개척인 상황. 이제 <무한도전>은 마치 정부정책처럼 동반성장을 모색한다.

시청자들이 주말 내내 관심을 보인 맹승지는 지난 번 도대웅에 이어 출연한 MBC 신인 개그맨이다. <무한도전>이 자신을 지렛대로 삼아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최고의 발판에 후배들을 올려주는 것이다. 이리저리 이끌어주는 유재석이나 잘하고 있음에도 더 잘되라는 심정으로 장난삼아 다그치는 직계 선배 박명수나 제작진이나 마음은 같다.



야구에서 왼손 파이어볼러만큼 존재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외모의 여자 코미디언. 맹승지에 대한 관심은 물론 이런 장점도 작용했겠지만 출연 분량이나 역할을 봤을 때 사람들이 신인 코미디언에게 보여준 폭발적인 관심은 <무도>의 파워를 실감하게 했다. 사실, 리포터의 역할만으로 놓고 보면 박명수가 라디오 DJ시절 맺어진 인연으로 출연을 부탁한 2011년 ‘무한도전 연애조작단’의 김유리 리포터가 훨씬 유능했다. 전문 리포터답게 멤버들이 상황을 망치는 악조건 속에서 분위기를 만들고 결과물을 가져왔었다.

시청자들이 맹승지를 더욱 주목하게 된 것은 박명수와 호흡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과 함께하는 리포팅에 답답함을 느낀 나머지 박명수는 시민을 자처해 길에 나섰고, 맹승지는 다른 멤버들의 지령을 받아 그를 무시했다. 방송 출연을 결심하고 준비한 시민과 그를 외면하는 리포터의 ‘밀당’. 박명수와 맹승지의 구도와 시선처리, 그리고 리포터를 향한 어느 시민의 애처로운 손짓이 한 화면에 잡힌 그림은 올 한해 최고의 밀당 순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장면이었다. 그 뒤에 이어진 “무한도전 출연료 얼마 받으세요?”라든지 “얼굴은 왜 그렇게 생기셨어요?” 등의 질문과 대답을 다 듣지 않고 ‘아~’ 한마디와 함께 그냥 쌩하게 지나가버린 맹승지와 대선배 박명수의 호흡은 의도했든 안 했듯 방송과 맹승지 모두를 살리는 큰 재미를 빵빵 터트렸다. 결과적으로 박명수는 모처럼 홈런도 치고, 후배도 살뜰하게 잘 챙긴 것이다.

이런저런 말이 오가지만 <무한도전>의 존재에 대한 찬사는 여전히 아깝지 않다. 사실 매주 방송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매번 전진하면서도 추억을 곱씹게 하는, 시청자들과 함께 쌓아온 맥락을 짚어줄 때 <무도>의 웃음은 더 의미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힙합식으로 말하면 <무한도전>에 대한 ‘리스펙트’를 ‘빠(팬)’이라고 단순히 욕할 수는 없다. 그들이 표하는 태도에서 예능을 넘어선 감동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런 자신들의 위치에 책임을 다한다. 어느덧 대한민국 평균에 모자라던 소년들이 어른이 되었고, 그들은 대중에게 다가갈 기회가 없는 신인 개그맨을 위해 발판을 마련해준다. 여전히 좌충우돌하는 <무한도전>이지만 함께 쌓아온 세월에 걸맞은 어른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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