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바이러스를 달고 다니는 큐피트 배우 서경수

[엔터미디어=정다훈의 돌직구 인터뷰] “제가 뮤지컬 배우의 자질이 있는지 확신하냐고요? 음 너무 돌직구를 날리시는데요. 우선 뮤지컬 배우의 일을 너무 사랑해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무대에 섰을 땐 즐겁고 행복하구요. 열정 하나 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하츠빌 최고의 인기남으로 등극한 체스 챔피언 ‘마이크’ 역에 푹 빠져 있는 배우 서경수를 만났다.

■ <넥스트 투 노멀>의 행운을 거머쥔 일기 쓰는 배우 서경수

-<넥스트 투 노멀>(이하 <넥스트>)로 인해 서경수란 배우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
“너무나 하고 싶었던 역할이고 나름 확신을 가지고 무대에 섰지만 개인적으로는 끝까지 만족하진 못했어요.”

-어떤 점이 스스로 만족을 못하게 했나
“<넥스트>를 하면서 하루 하루가 소중하고 연습도 참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 아닐까요? 연기란 게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긴 하지만 100% 전부는 나오지 않잖아요. 관객들 역시 열정을 봐 주시는 것 같아요.”

-그 작품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했나
“무대 위에 선다는 게 소중하구나. 내가 이렇게 값지고 뜻 깊은 시간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구나. 모든 게 다 소중했어요. 이전보다 두 배 세배 더... 많이요.”

-<넥스트> 뒤로 일이 많이 들어오게 된 건가
“사실 <헤이 자나> 캐스팅이 더 먼저 확정 됐어요. 작년에 <런 투 유(Run to you)> 일본 공연을 마치고 온 뒤 일이 뚝 끊겠어요. 계획 없는 휴식이라고 하죠. 그렇게 무작정 백수가 된 상태에서 <리걸리 블론드>의 ‘니코스’ 역으로 중간에 투입 됐어요. 그 뒤 <헤이 자나> 오디션에 합격한 상태에서 ”<넥스트> 오디션 한번 보지 않을래?“라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문제는 <헤이 자나> 연습 일정과 <넥스트> 공연 날짜가 겹치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안 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는데, 하늘이 도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헤이 자나> 일정이 연기 됐어요. 결국 <넥스트> 오디션도 합격하고 공연에도 합류하게 됐어요. 엄청난 행운, 미친 행운, 정말 언빌리버블한 사건이었어요.“

-<넥스트>란 작품과 함께 한 것을 본인 인생에서 엄청난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헤이 자나>만 출연이 확정된 상태에서 약 7개월을 정통 백수, 순수 백수(?)로 지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주말에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자기 훈련도 하고 그런 시간을 보낼 때였죠. 당시 생각이 참 많아지면서 고민도 깊어졌어요. 7개월 후에 또 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이런 일이 다시 한 번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 막연한 두려움도 생겼어요. 그때 당시 참 일기를 많이 썼어요. 하루 하루 A4 4~5장 정도를 채웠으니까요.”

-일기엔 어떤 내용들을 썼나? 요즘도 일기는 계속 쓰는가
“배우 일지 개념은 아닌데, 제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썼어요. 답답하고 두려운 마음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 등을 다 글로 썼어요. 지금이요? 지금은 정말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물론 일기는 계속 쓰고 있어요. 분량이 줄어 이젠 A4 반장 정도를 쓰고 있어요.(웃음)



■ 진한 재미와 진한 감동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헤이, 자나!>

뮤지컬 <헤이, 자나!>(연출 이란영, 음악감독 장소영)가 오는 7월 9일부터 9월 15일까지 코엑스아티움 현대아트홀에서 공연된다. 고정관념을 180도 깨는 사랑이 넘치는 곳 하트빌 대학에서 벌어지는 유쾌하고 기상천외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헤이, 자나>에서 박정훈 배우와 함께 ‘마이크’ 역을 맡았다. 어떤 인물인가
“체스 챔피온인데,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장기의 달인이죠. 그런데 몸짱인 풋볼팀 쿼터백인 스티브를 놔두고 인기남이 되요. 우리나라엔 미식축구가 없으니 스티브를 록밴드 가수 정도로 이해하심 될 거에요. 극중 공간이 모든 게 현실과 뒤집힌 세상이죠. 쉽게 말해 거꾸로 세상이요.‘

-어떤 이미지로 서경수 표 ‘마이크’를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처음에 ‘마이크’란 캐릭터에서 시크함, 터프함, 카리스마 같은 인기스타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그리고 대본을 다 본 뒤에 떠오른 키워드는 ‘자상함’이었어요. 인자함, 젠틀함, 부드러움, 배려에서 나오는 긍정적인 면이죠. 결국 그런 요인들로 인해 인기를 얻게 된 친구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자기 중심과 주관이 명확하게 자리잡은 인물입니다. 단지 사랑 앞에선 너무 수줍고 찌질해져요. 감상적으로 사랑하는 친구이죠.”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아 ‘스티브’ 역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했다
“스티브의 순하고 어리버리한 면이 저랑 닮은 구석이 있긴 해요. 어? 그런데 이렇게 말 하면 안 되죠?(웃음) 제 배역인 마이크랑 저랑 비교 했을 때도 정 반대 인물은 아닙니다. 비슷한 점이 있어요. 단지 제가 인기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 느낌을 확실히 알진 못하겠어요.”

-캐릭터를 계속 만들어가는 중인가보다
“<넥스트>의 게이브도 마찬가지였지만, 그 친구(마이크)에 대해서도 계속 이해해 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란 표현이 너무 오버인가요?(웃음). 공연하면서 더 좋은 걸 하나 하나 찾아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직 2주~3주 정도 시간이 있으니 더 탄탄하게 구축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해요”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하다는 의미인가
“(장난기가 발동한 듯)2% 정도요. 아니 그럼 너무 건방져 보이죠. 7%는 어떨까요. 아니 아니요. 아직은 13% 부족합니다.(웃음)

-<헤이 자나>에 대해 대강의 이야기만 듣고 일부 관객들은 동성애 이야기로 오해하기도 한다.
“뒤 바뀐 세상에서 ‘남자와 남자의 사랑, 여자와 여자의 사랑’만을 두고 그렇게 보시기도 하는데, 그런 코드의 작품은 아닙니다. 저희 작품의 포커싱은 ‘사랑’입니다. ‘사랑’으로 모든 게 흘러가요. 직접 보고 나면 사랑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분명 느끼실 겁니다.”

-<자나, 돈트!>란 제목으로 국내 초연 됐다. 이름을 바꾼 이유는 뭔가
“뮤지컬 <제너두>의 오마쥬 겸 패러디로 붙여진 제목이 <자나, 돈트!>로 들었어요. 그런데 ‘돈트’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고, 동성애 코드가 다른 의미로 부각되는 걸 차단하고자 보다 긍정적인 제목으로 바꿨다고 했어요. 초연 때 보다 우리나라 상황에 맞게 각색을 많이 했어요. 이희준 선생님이 문어체를 구어체로 바꾸는 작업을 해서, 입에 붙는 한국어 대사를 만들어 주셨어요.

-어떤 매력이 있는 뮤지컬인가
“관객분들이 많은 상상을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가장 큰 장점은 유쾌하고 밝고 통통 튀는 뮤지컬이라는 점이죠. ‘통통’이란 단어가 계속 떠올라요. 이야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요. 극을 풀어가는 방식 역시 단순하지 않고 굉장히 복합적입니다. 그 안에 애잔함도 있어요. 작가(팀 아시토와 알렉산더 드널라리스)는 물론 초연 무대에 올랐던 선배들도 너무 멋져요. 찐한 재미와 찐한 감동을 한꺼번에 맛 볼 수 있는 작품이죠. 이 말 어때요? 괜찮죠(웃음)

-트위터에서 공개되는 사진만 봐도 연습실 분위기가 좋은 가 보다
“젊음의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요. 배우들도 나이대가 다 비슷해요. 전 항상 연습실에 가서 에너지를 받아와요. 오히려 집에 가면 체력이 떨어져요. 편한 분위기에서 연습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렇다고 제 멋대로인 건 아니구요. 맏형인 이창희 형이 중심을 잘 잡아주세요. 그래서 엇나가지 않는 자유와 젊음을 즐기면서 연습하고 있어요.”



■ 행복 바이러스를 달고 다니는 큐피트 배우 서경수

서울국악예술고등학교를 거쳐 경희대 연극영화과에 입학, 현재 휴학 중인 배우 서경수는 비교적 일찍 뮤지컬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고 3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시몬’ 역 커버로 무대에 선 것. 이 후 <선덕여왕>, <렌트> ,<파이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모차르트>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몇 살인가
“89년 1월생으로 친구들은 88년생인 빠른 89년생입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따지면 스물 여섯이죠”

-수염을 기른 것도 그렇고, ‘게이브’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20대 후반으로 짐작했다.
“주변에서도 제 나이를 말하면, ‘스물 여섯이라고?’ 약간은 부정적인 뉘앙스로 되묻기도 했어요. 제가 키(186cm)도 크고 수염도 길러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수염을 기르는 건 멋을 부리기 위함이 아닌 피부 트러블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연 때 아니면 천천히 깎는 편입니다. ”

-고3때부터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섰다. 일찍 무대에 서면서 많이 배웠을 것 같다.
“일찍 시작한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어요. 욕먹고 혼났던 그런 시간이 저에게 피와 살이 된 것 같아요.

-배우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나
“고교시절 무용 콩쿠르도 나갈 정도로 무용에도 관심을 보인 적이 있어요. 정말 밥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춤만 출 정도로 춤에 빠져 있었어요. 그러다 노래와 연기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고 3대 경희대 수시에 합격한 뒤 여유 시간이 생겼는데, 전공 선생님이 ‘추가 앙상블 오디션이 있으니 한번 봐라.’고 했어요. 그렇게 오디션을 보고 뮤지컬 무대에 덜컥 서게 됐어요. 멋도 모르면서 무대에 선 거죠. 팀에게 폐를 끼친 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 그 뒤로 한 두 작품씩 꾸준히 하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아요.”



-앙상블에서 주역까지 차근히 올라왔다.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어요. 전 항상 ”합창은 아름답고, 군무는 멋있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섰어요.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고요.”

-배역 이름도 없이 3번 6번 이렇게 불렸을 때와 ‘게이브’로 무대에 섰을 땐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 같은데
“배역이 생기면서 제 이름 석자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하나 둘 생기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고 놀라워요. 제 이름 석자 걸고 하는 배우 인생인데 더 좋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다고 배우로서 대우가 달라진 건 아닙니다. 지금까지 앙상블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하거나, 주연이라고 더 위해주는 그런 스태프나 배우들은 없었어요. ”

-지금 보니 게이브의 우울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저에게도 우울한 기운은 물론 있겠죠. 그런데 일상에서는 우울의 기운이 사랑의 힘을 이기지 못해요. 놀라시겠지만 애교도 잘 부립니다. 2형제 중 막내인데 이럴 땐 막내 티가 난다고 하던데요.(웃음)”

-지인들은 ‘게이브’로의 변신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나
“저희 엄마는 아들이 아들 역으로 나오니 좋아하셨어요(웃음), 다른 분들 중엔 놀라는 분들이 많았어요. 안 어울린다. 의외다. 등등 여러 반응을 봤어요. 전 노력해서 안 되는 건 없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배우 정원영과 비슷한 통통 튀는 매력이 느껴진다
“원영이 형은 등 뒤에 사랑스런 하트를 달고 다니는 딱 그 느낌입니다. 저와 비슷한 점이 많아요. 유쾌하고 사람 좋아하고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부류입니다. 원영이 형의 플레이어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런 투 유> 때 더블로 함께 작업했어요. 한지상 형도 마찬가지로 <넥스트>로 함께 작업했고요. 두 형 모두 너무 좋아하는 형들입니다.”

-진지한 한지상 배우와 유머러스한 정원영 배우 그 사이에 서경수 배우가 서 있는 그림이 그려진다.
“지상이 형은 제 배우 인생의 은인입니다. 우리들끼리 후배 양성의 대가라고 말하기도 해요. 원영이 형은 사랑의 스펙트럼이 무한대인 배우입니다. 유머 하면 임기홍 선배가 빠지지 않는데 그에 못지 않아요. 재치와 유머, 센스가 상상을 초월해요. 인터뷰하게 되시면 기자님이 아마 수첩이 아닌 바닥에 기록하는 사태가 벌어질 정도로 빠져들 겁니다.

제가 그 형들 가운데 있다면? 사랑과 진지 사이의 애매함인가요? 그런데 애매한 게 좋은 거죠? 인터뷰를 통해 파란만장하고 어수선한 제 삶과 저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요.”(웃음)

인터뷰를 끝내며 정원영 배우의 등 뒤에 달린 보이지 않는 하트처럼, 서경수 배우의 이미지를 그려달라고 요구했다. “음... 전 큐피트 이미지입니다. 스마일과 행복 바이러스, 긍정바이러스를 가득 품고 있는 그 아이요. 맞아요. 전 큐피트였어요.(웃음) 그리고 <헤이, 자나!>는 일상에 치여 스트레스 받는 관객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평범한 현실과 일상이 신기하게 느껴지는 경험을 하실 겁니다.”

공연전문기자 정다훈 ekgns44@naver.com

[사진=비오엠(BOM)코리아, (주)더프로액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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