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먹고 가’, 강호동식 감성 콘텐츠가 보다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더 먹고 가’ 임지호·강호동, 최적의 파트너는 맞는데 올드한 느낌 어쩌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강호동에게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다. 이른바 강호동 피해자 설로 익히 알려진 에너지를 바탕으로 진행하던 전성기 시절부터 지금의 <신서유기>, <아는 형님>, <대탈출> 등으로 이어지는 캐릭터쇼나 버라이어티를 주력으로 전개하는 와중에 한편에선, <섬총사>, <강호동의 밥심>, <외식하는 날>, <호동과 바다> 등 인간적인 정, 따스한 밥상과 같은 강호동식 감수성, 감성, 힐링을 기반으로 하는 작은 예능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이는 강호동만의 매력이자 다른 MC들과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지금은 멈춰선 <한끼줍쇼>는 그런 그의 분열적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이자, 그만의 감수성과 관련한 욕망을 확인 할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었다.

지난 11월 시작한 MBN <더 먹고 가>는 이러한 강호동식 감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밥심콘텐츠다. SBS <잘 먹고 잘사는 법, 식사하셨어요?>와 최근 다큐멘터리 영화 <밥정>으로 더욱 유명해진 자연주의 밥상의 대가, 요리 치유사, ‘방랑식객이란 수식어를 가진 임지호 요리연구가의 평창동 산꼭대기 집에서 강호동과 황제성이 반가운 손님들을 초대해 창의적이면서도 자연의 기운을 가득 담은 게스트 맞춤형 특별한 식사를 대접한다.

<더 먹고 가>는 각종 제철음식과 주변 텃밭과 산자락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재료로 완전히 새로운 음식과 맛을 창조하는 임지호의 요리와 자연주의 플레이팅을 TV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울 뿐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자연을 오롯이 담아낸 소박한 공간에서 함께 밥을 짓고 만찬을 즐기며 마음 속 깊이 있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토닥이는 강호동 특유의 감성 소재가 두루두루 담긴 힐링 예능이다.

강호동이란 큰 이름이 있지만 이 프로그램의 원천 콘텐츠는 임지호와 그의 요리다. 임지호의 요리와 그 요리에 담긴 생각들을 잘 전달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강호동과 황제성의 역할이다. 강호동은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자기만의 호흡과 방식이 뚜렷하게 있는 인물이고, 황제성은 재간으로 활기와 웃음을 받쳐준다. 임지호가 마음가는대로 자유롭게 풀어내는 상상을 초월하는 음식과 플레이팅으로 게스트의 지친 심신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밥상을 마련하면 강호동과 황제성은 적절한 양념과 리듬을 만들어 게스트가 속마음을 꺼내고, 음식으로 위로와 용기를 받는데 도움을 준다.

제작진 또한 스스로 푸드멘터리로 정체성을 부여한 만큼 웃음으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 강호동은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한층 더 짙은 사투리를 쓰는 특징이 있는데, 그 특유의 밉지 않은 호들갑과 꽤 높은 감성 지수로 임지호라는 개성 강한 인물이 만드는 요리와 서사에 집중하게 만든다. 창의적인 레시피와 각종 풀, , 열매, 나무, 돌 등등 모든 것이 식재료와 플레이팅의 소재로 쓰고, 독특한 이력과 삶의 궤적 속에 단련된 도인의 풍모가 깃든 임지호는 감동과 감성과 명언을 좋아하는 강호동에게 최적의 파트너다. ‘피는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우리는 피를 만드는 밥이 섞인 것 같다’, ‘생각만 바꾸면 하나도 버릴 것 없다’, ‘오는 사람이 따뜻하면 날씨도 따뜻하다등등 순간순간 삶의 깨달음을 건넨다.

문제는, 좋은 사람들이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함께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속마음을 나누는 치유와 위안이란 힐링이 매우 익숙한 볼거리라는 점이다. 특히나 자연, 좋은 사람, 진솔한 분위기, 지친 심신에 따스함을 불어넣어주는 요리는 팬데믹 상황에서 쏟아져 나온 캠핑 예능들이 대부분 추구하는 콘텐츠기도 하다. 그런데다 게스트 포함 모든 출연진이 임지호 요리연구가를 선생님이라 높여 부르고, 일거수일투족에 감탄하면서 힐링의 해답을 주는 선인으로 여긴다. 강호동은 장난 섞어 아빠라고 부르며 그의 행동거지,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감탄하고 감명을 받는다. 그런데 정답이나 깨달음을 얻어 힐링을 정리 및 정의하려는 것 자체가 다소 올드한 문법이다.

사실, <더 먹고 가>는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연예인의 속마음을 진솔하게 듣는 <힐링캠프> 스타일의 콘셉트 자체부터 어쩔 수 없는 올드함이 있다. 오늘날 연예인의 진솔함을 꺼내놓는 토크쇼는 거의 사라졌다. 일상성이 중시되면서 연예인의 헛헛한 속마음을 듣고 몰랐던 인간적인 면모를 찾는 재미보다, 나와 비슷한 처지라는 공감대와 효용을 더욱 높이 사는 까닭이다.

그 공명을 키우기 위해 진솔한 이야기를 하는 방식 또한 토크쇼가 아닌 일상을 꺼내놓는 관찰 예능이나 휴먼 다큐로 대체됐다. 따라서 <더 먹고 가>를 비롯해 강호동식 감성 콘텐츠가 보다 확장성을 갖기 위해서는 더욱 시청자의 일상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강호동이란 사람 자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 힐링의 대리 체험보다는 시청자들이 교감할 수 있는 일상성과 신선함을 어떻게 보여줄지 연구해볼 일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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