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 NIM에도 내년 시중은행 대출 성장률 4~6% 전망
내년 초까지 이어질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에 ‘시름’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사상 최저 순이자마진(NIM)에도 불구하고 내년 시중은행들은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할 전망이다. 백신과 경기부양 정책 등으로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고, 비은행 및 비이자이익 증가와 함께 올해 급증한 대출잔액의 이자이익이 내년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연말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그동안 연초에 적극적으로 대출을 확대해 온 시중은행들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올해 3분기 순이자마진은 1.40%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62%를 기록한 이후 6분기 연속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1.49%, 신한은행 1.36%, 하나은행, 우리은행이 각각 1.33%를 기록했다.
NIM은 은행이 자산을 운용해 낸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나머지를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로,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에서 발생한 수익과 채권 등 유가증권에서 발생한 이자 수익도 포함된다.
시중은행의 NIM 하락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로 0.5%라는 역대 최저 기준금리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됐고, 외화유동성 관리 부담이 증가하면서 자산수익률 감소 영향 때문이다.
사상 최저 NIM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올해 대출 증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가계·기업의 생계자금 대출이 늘었고, 또 0%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대출 금리가 크게 떨어지자 ‘일단 받고 보자 식’으로 대출을 받는 사람들도 증가했다.
여기에 주식 시장에서 빚내서 투자한다는 ‘빚투’현상과 부동산 시장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을 받는다는 ‘영끌’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대출은 급증했고,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여파로 전세대란이 일어나면서 하반기 대출은 폭증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은행권 대출 증가율은 10%로 예상하고 있다. 통상 은행권 대출 성장률 목표치가 3~4%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것이다.
시중은행들의 올해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30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조6000억원 대비 1000억원 0.3% 증가했다.

사상 최저 NIM으로 은행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지만, 금융권에서는 내년 은행 대출 성장률을 4~6% 수준의 양호한 성장세를 전망하고 있다.
우선, NIM은 1.4% 수준에서 더 이상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차례 인하된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희박하고, 백신과 경기부양 정책 등 내년 경기 개선 기대감으로 시장금리가 반등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시중은행들의 비은행 및 비이자이익 강화와 함께 올해 급증한 대출잔액의 이자이익이 내년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것도 수익성 증대에 긍정적인 요소이다. 증권업계에서는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의 내년 이자이익은 각각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연말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조이기가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시중은행들은 긴장하고 있다. 지난 23일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당분간 지금의 총량 관리를 유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들은 대출 목표치를 미리 확보해 두기 위해 연초 적극적으로 대출을 확대해왔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융당국의 규제로 연초 대출 목표치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NIM 악화에도 내년 수익성에서는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의 규제로 대출 목표치를 연초에 달성하지 못하는 점은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했을 때 은행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